붉은 고백

by 라윤영



유난히 밤거리가 어두울 때가 있다. 인생은 배신을 더하기만 하였다. 무수한 발자국이 핥고 간 땅바닥은 오랜 친구다. 외로워지면 모든 게 친구가 된다. 벗을 잃고 동행 없는 삶이란 독재다. 원하지 않았던 독재자가 되어 고립되었다. 갈 곳이 없을 때 흐릿한 초점을 애써 맞추고 찾아간 공원은 유난히 가로등이 밝았다. 세상이 밝을수록 감추고 싶은 게 많아진다. 울타리를 뛰어넘은 탈영병에게 수많은 선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자진복귀 아니면 체포되는 것 외엔...
극단적으로 자결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러한 자기 방치가 책임이 될 수는 없다. 그러므로 기다린다.
모든 열정이 시들어가지만 악몽으로 침전되는 자신을 붙들려한다.
멀리서 고양이가 운다. 그 허기를 책임지기에는 나약한 삶임을 자각한다. 방전된 웃음 속에서 기억을 소환하여 잠시 웃는다. 웃음과 울음은 술잔 위에 있다. 부유한다. 취기가 올수록 독기를 품는다. 세상의 배신자들을 향해 날것의 독설을 몸의 발음으로 내뿜는다. 들어온 문과 나가야 할 문이 지워진다. 허기가 찾아온다. 궤도를 이탈하는 것은 가벼운 배설이다.
지워지는 거리에 서있다. 나는 오래도록 이 자리에서 기다려야 할 거 같다. 언젠가 찾아올 행복과 미심쩍은 사랑에 대한 기다림이자 찾아감이다. 풀잎의 고백이 붉어지는 계절이다.

작가의 이전글사라진 엉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