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결

by 라윤영

이 땅은 안개로 둘러싸인 베일의 장소이다. 수많은 무표정과 차가운 시선이 도처에서 자신을 응시하고 있다. 현실과 꿈결 사이에 서서 주저앉는 다리들이 있다. 그것은 휘어지고 굴절된 형태로 표출된다.
꿈결이다. 몽롱하게 이어지는 구절양장의 미로 속에 갇혀있다. 좁은 골목길 오염된 어둠이 짙게 드리운다.
인간의 삶은 모이지 않으면 형태조차 금세 사라지는 물방울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한 방울의 물방울이 모이고 응축되면 비로소 생명력을 발휘하여 목마른 꽃에게 경이로운 호흡을 불러일으켜준다. 흩어진 물방울들이 파산한 맨땅의 표면은 질퍽하다. 걸음을 이어갈수록 발바닥을 붙든다. 현실은 가파르고 다소 위험해 보이지만 그늘진 거리의 작은 아이는 모퉁이 길을 빠져나가고 있다.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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