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린 그 날은 12월이었다. 주공 아파트 언덕 위 수북이 쌓인 눈을 밟으며 오랫동안 걸어갔다. 이제 막 학원을 마치고 돌아오던 어린 아들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아들의 얼굴을 보지 못한 기간이 벌써 6개월이 지났다. 어떤 이별은 지루 하기만 한 게 아니라 통증을 수반한다. 초코파이 한 상자를 손에 들고 서 있는 겨울 속 한 남자가 아이에게 다가선다. 조심스러운 눈빛으로 나지막이 불러보는 이름...
모든 이름에 붙어있는 관계... 그 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사랑이라는 이름과 어울리지 않을 슬픔이 있다. 눈물이 났지만 다행히 하얀 눈발이 적당히 가려주었다. 눈물을 보여선 안 된다. 적어도 어린 아들의 눈동자에... 아들은 이제 고작 일곱 번째 겨울을 맞이하고 있었다. 모든 부재가 그러하듯 거기에는 채워지지 않는 여백으로 가득하다. 간절히 아들의 이름을 부른다. 아이가 바라보는 시선에 한 남자가 서 있다. "어서 가, 엄마가 보면 또 싸우잖아" 그 말이 너무나 아파서 남자는 조용히 운다. 소리 없이 눈이 내린다. 초코파이 상자를 들고 현관으로 들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남자는 오래도록 지키고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