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경찰학교
입교 첫날을 떠올려 본다. 1월. 정말 추웠던 날이었다. 수험생 때 인스타그램에서 자극이 되어주었던 '젊은 경찰관이여, 조국은 그대를 믿노라! ' 문구가 보이는 정문에 도착했다. 인스타그램에서만 보던 문구 앞에서 내가 직접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사실이 뿌듯함으로 다가온다. 사진을 찍고 가족과 점심식사 후 학교에 들어와 생활실 배정을 받는다.
가장 먼저 4개월 혹은 6개월 동안 (기수마다 중앙경찰학교 교육 기간이 다르다) 함께할 동기들을 마주하는 시간이다. 24시간 같이 붙어있을 동기들이기에 어떤 사람들과 함께 지내게 될까 설렘 반 걱정 반.. 생활실 번호를 부여받고 발걸음을 옮긴다. 생활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앞으로 같이 지낼 동기 3명이 있었다.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인상을 스캔한다. 모두 선한 인상.. 첫인상은 나쁘지 않구나.
이렇게 생활실을 배정받으면 정말 중앙경찰학교 교육생이 된 것이다. 가장 적응이 안 되는 부분이 시시때때로 나오는 안내방송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공지사항도 많고 단체로 움직여야 하기에 나 하나 잘못 듣고 행동했을 시에는 수백 명의 동기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다. 단체생활이기 때문이다. 처음 2주 정도는 아침맞이, 저녁 맞이할 때, 구보할 때, 밥 먹을 때, 이동할 때조차도 40명 단위로 움직여야 하기에 적응이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 또한 교육의 한 과정이다.
입교 전에 가졌던 초심들, 수험생활 때 가졌던 마음가짐들은 사실 1-2주 만에 사라진다. 여기저기서 불평불만들이 쏟아져 나온다. 수험생활적.. 정말 붙여만 주신다면 매일 즐거운 마음으로 눈을 쓸겠다는 그 마음가짐. 붙여만 주신다면 근무지가 어디에 떨어지더라도 감사한 마음으로 근무하겠다는 마음가짐.. 이런 것은 들어오자마자 사라진다. 나는 그랬다.
왜?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단체생활을 처음 마주하고 조직 생활이란 이런 것이구나.. 를 처음으로 깨닫게 되며 내 몸 하나 건사하기 바쁘기 때문에 초심은커녕 오늘 하루가 그저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가짐뿐이다. 또한 모든 동기들이 마음이 맞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중경에 모여있는 젊은 경찰관이여, 조국은 정말 그대를 믿을까?
1단계라고 불리는 훈련은 적응훈련이다. 제식훈련/체력훈련/학과 출장/단체운동/산악훈련 등 주로 신체적인 훈련으로 이루어져 있다. 단체생활의 적응을 위한 단계라고 생각하면 된다. 남자 교육생들은 대부분 군대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 생활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지만 여자 교육생의 경우 단체생활도 처음이고 저러한 훈련들이 처음인 터라 조금은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여자 교육생들도 금방 적응하더라.
아마 입교하기 전에 1단계에 대한 공포감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을 것이다. 1단계가 힘든 이유는 하나다.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신체적으로 무리가 가거나 힘든 훈련은 아니다. 오히려 경찰 체력시험 준비를 위한 학원에서의 훈련이 더 힘들었던 것 같다. 다 같이 움직이고 다 같이 훈련받고 혼자서 움직일 수 없고, 학교에서 마주한 모든 이들이 나와 마음이 맞을 수 없기 때문에 이런 복합적인 이유들로 인해 1단계를 힘들어한다. 또한 필기시험이 끝난 후 불규칙적인 수면 패턴으로 지내왔던 것을 학교에 오면 규칙적으로 6시만 되면 어김없이 일어나야 한다는 점이 적응하기 힘들 것이다.
1단계 적응훈련 기간 동안은 기동복, 기동화를 신고 움직여야 한다. 처음 사이즈 선택을 할 때 되도록이면 큰 치수를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1단계 때는 아침, 점심, 저녁을 꼬박꼬박 챙겨 먹게 된다. 1단계 훈련이 긴장감에 더해 고되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많이 먹게 된다. 이렇게 많이 먹어 조금은 살이 오를 수밖에 없고 겨울 기수 같은 경우에는 안에 히트텍을 같이 입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사이즈를 입기를 바란다.
이러한 힘든 과정이 딱 2주만 지나면 끝난다. 드디어 외박을 나갈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그렇게 외박을 나갔다 오면 이후엔 조금은 학교 측에서 풀어주는 편이기도 하다. 어디를 가든 단체생활에서는 빠릿빠릿함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교육을 받는 거라고 생각하자. 나도 견뎌냈으니 여러분도 견딜 수 있을 것이다.
1단계가 끝나면 진정한 중앙경찰학교 생활이 시작된다. 1단계를 무사히 마친 교육생, 수고했다!
본격적인 중앙경찰학교 생활이 시작된다. 수업 내에 체포술/사격/운전/그 외 학과 수업 등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진짜 경찰이 무엇을 하는지, 어떠한 능력들을 요하는지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는 단계이다. 내가 여기서 배운 것들을 잘 갈고닦아서 현장에 가야겠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접어두는 게 좋다. 현장에서 겪는 것들과 학교 내에서 배우는 것들은 천지차이이다. 그저 각 수업의 교수님들과 많이 교류하고 동기들과 추억을 많이 쌓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2단계 때는 본인의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 고민해보길 바란다. 학과 수업 외에 개인 시간에는 동아리 활동이나 종교활동 또는 가산점 취득을 위한 자격증 취득,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한 운동 등을 할 수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목표가 무엇인지에 따라 개인 시간 활용을 잘하길 바란다.
해 볼 수 있는 것들은 모두 경험해 보길 바란다. 졸업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중앙경찰학교 생활이다.
1단계, 2단계가 끝나면 이제 평가들만이 남아있다. 2단계 때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점수를 내기 위해 객관식 평가/동료평가/지도관 평가/사격평가/체포술 평가/체력 평가 등이 있다. 위의 평가들이 끝나고 나면 기본적인 수업들은 계속 구성되어 있지만 학교생활의 마무리 단계라고 보면 된다.
어느 경찰서를 갈 것인지 지원하고 결과가 나오고 나면 중앙경찰학교에서의 공식적은 스케줄은 어느 정도 끝이 난다. 이 시기에 어떤 이들은 학교생활이 끝나 좋을 수도 있고 어떤 이들은 동기들과 헤어짐에 대한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각자의 방식으로 본인이 보내온 학교생활을 마무리하고 주어진 방학을 어떻게 보내며 어떠한 마음으로 실습에 나갈 것인지 하나씩 정리하고 또 평가가 끝나 심적으로 자유로운 시간이니 동기들과 그리고 교수님들과 많은 대화를 하며 마무리하길 바란다.
각 단계에 대한 이야기들은 조금 더 자세히 풀어내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