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경찰의 경찰서 실습 1탄 _ 첫날을 마감하며
당장 2주간의 경찰서 실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주일의 방학기간 동안 앞으로 살아갈 집을 구해야 한다. 나의 경우 서울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에 집을 구해야 하기 때문에 하나부터 열까지가 걱정이었고 연천에 가본 적도 없고 시골에서 살아본 적도 없는 터라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경찰서 실습 전에 경무과에 전화해 이것저것 물어봤고 선배님들은 아는 선에서 모든 것을 친절하게 답변해주신다. 그러니 그 지역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겠다면 방문하기 전에 경무과에 전화해 지역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알고 어느 정도 틀을 잡은 후에 방을 구하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지구대, 파출소가 배정이 된 다음에 집을 구하는 것도 좋다. 보통 경찰서 실습 전에 알려주시기 때문에 급한 마음보다는 하루, 이틀 여유를 두고 어느 지역이 가장 나에게 적합할지 고민하여 구하는 것이 좋다. 그 지역에서 근무하는 선배님이기 때문에 어디 지역에 집을 구하면 좋을지 잘 알고 계시고 사회 초년생 입장에서 조금 더 저렴하게 집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4개월간의 현장 실습동안 지방청, 경찰서, 지구대 파출소에서 근무를 하게 된다. 때에 따라 다르고 청별로 다르지만 보통 지방청은 일주일 이내, 경찰서는 2주, 지구대 파출소에서 나머지 n주를 근무하게 된다. 필자의 청의 경우 코로나 때문에 지방청은 생략, 경찰서는 2주, 16주를 파출소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경찰서가 정해지면 선배님들이 전화를 돌려 희망 지구대, 파출소의 순위를 묻고 최대한 반영해서 실습할 파출소를 배정해 주신다. 실습 파출소가 보통 임용된 후에 발령지가 되는 경우가 많다.
집을 구하고 정신없이 방학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경찰서 첫 실습 날이 다가와 있다. 중앙경찰학교라는 울타리 내에서 동기들과 다 같이 교육을 받는 것과 다른 설렘으로 다가온다.
이 날은 같은 서의 동기도 첫 만남이다. 공식 일정이 진행되기 전까지 한 장소에 모여 통성명을 한 후 다소 어색한 시간을 함께 보낸다. 그럼에도 함께 할 수 있는 동기가 있기에 내적 친밀감과 함께 조금은 의지도 된다. 동기들 대부분 잠을 거의 못 자고 오거나 걱정 가득한 마음으로 전날을 보내고 출근하기 마련이다.
첫날은 보통 정복을 입는데 서마다 공지가 다르니 그에 따라 복장을 갖추면 된다. 가장 먼저 서장님과의 만남을 가지게 된다. 서장님과의 만남의 장소에 가면 우리 301기를 반기는 문구가 걸려있다. '어서 와 연천은 처음이지?'라는 문구와 함께 실습을 환영한다는 문구가 같이 쓰여있다.
다들 처음으로 본인이 근무할 곳에 와있어서 그런지 서장님과 각과의 과장님을 뵙는 시간은 긴장의 시간으로 흘러간다. 그럼에도 모든 선배님들이 편안하게 대해 주심에 조금은 긴장을 풀어본다. 서장님의 한 말씀과 과장님들의 부서별 소개가 끝나면 이제 우리 동기들의 소개가 시작된다.
필자는 이 시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선배님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뵙는 첫 시간이며 이 첫인상이 꽤나 오래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본인이 가고자 하는 부서가 있다면 그 부서에 관한 본인의 능력을 깃들여서 자기소개를 한다면 나중에 그 과의 선배님에게 기억되기도 쉽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근무하고 싶은 부서가 없더라도 다들 소개하는 것처럼 열심히 하겠다.. 누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 이런 소개 말고 본인이 기억될 수 있는, 자기 PR을 확실하게 하길 바란다. 최대한 좋은 인상으로!
취업준비생들에게는 하나의 소박한 로망이 있다. 바로 구내식당에서 밥 먹기. 긴장을 한 채로 시간이 흘러가서 그런지 구내식당의 첫 식사는 꿀맛이었다.
기본 식사 말고도 라면, 토스트, 계란 프라이 등을 마음껏 해 먹을 수 있다. 이런 것들은 보통 막내의 몫이 아니던가. 각 팀의 막내 선배님들이 팀의 인원수에 맞게 계란 프라이를 부친다.
점심식사 후 선배님 찬스로 실습생들은 음료를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이런 말을 들어봤을 거다. 회사 티타임 시간에 혼자 아메리카노가 아닌 라테를 시키면 눈치 없는 거라고.. 그래서 그런지 커피를 못 마시는 동기들도 눈치를 보며 전부 아메리카노를 외쳤다.
긴장도 어느 정도 풀리고 점심도 먹고 나면 오후 시간에는 각과의 과장님들의 부서 소개가 이루어진다. 한 과당 30분 정도의 시간이 주어지고 소개 후에는 궁금한 사항들에 대한 질문에 답변해 주신다. 이 시간도 중요하다. 어떠한 분야의 질문이라도 다 받아주신다. 순경이기 때문에, 실습생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진급하고 계급이 높아지다 보면 질문의 제한이 생긴다. 따라서 이 질문이 조금은 이상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지 말고 궁금한 것은 무조건 물어보기 바란다. 단 똑같은 질문을 두 번 하지는 말 것!
또한 궁금한 점이 생긴다면 언제든지 열린 마음으로 우리를 맞아주시니 고민하지 말고 문을 두드려도 된다. 실습 생때는 무엇을 배운다기보다는 분위기를 익히고 사람 관계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며 선배님들이 하시는 말씀도 공통적이다.
이렇게 하루 동안 서장님을 뵙고, 각 부서별 과장님을 뵙고 나면 내일부터는 부서별 실습이다. 연천서의 경우 여청, 지능범죄, 형사, 교통, 경제로 2주 동안 2번씩 부서에 대해 알아볼 기회가 주어진다. 긴 시간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동안 궁금했던 것들을 직접 물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초등학교 1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대학교 1학년 언제나 처음은 낯설고 기대되고 설렌다. 나는 경찰로써 개학 첫날을 맞이했다. 학생일 때의 1학년과 직장인으로서의 1학년의 다른 점이라면 이끌어주는 선생님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를 보호해주는 학교라는 울타리가 없다.
하나부터 열까지 본인이 알아서 해야 하고 무언가 실수를 한다면 학생 때보다는 책임의 범위가 넓어진다. 사회생활의 첫 날을 마치며 있었던 일들을 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태도로 생활을 해야 할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1. 종합병원
2. 스타벅스
3. 영화관
문화생활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조금은 불편할 수 있는 연천 생활. 그럼에도 단점은 없고 장점만 있다고 소개해주시는 선배님들. 특정 파출소 빼고는 신고가 드문 나머지 파출소들. 연천에는 없는 것도 많지만 고요함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내가 상상했던 경찰처럼 하루 종일 바쁘고 밤낮을 불문하고 주취자와 씨름하고 이런 것들은 경험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시골 경찰은 대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