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경찰의 경찰서 실습 2탄 _ 20년 이상의 경험의 축적을 얻는다
실습을 하던 인턴을 하던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자. 우리를 지켜보는 선배님들은 대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실까. 정말 우리를 귀찮은 애물단지로 생각하실까? 바쁜데 왜 얘네들은 여기에 데려다 놓는 것인가?
물론 내가 섣부른 판단은 할 수 없지만 정말 우리를 귀찮아할 선배님도 있고 이 친구들에게 어떤 핵심을 하나 알려줄까 하는 선배님들도 계실 것이다.
내가 선배로써, 선임자로서 무엇을 알려줘야만 했을 때는 언제일까. 대학생활이나 아르바이트 때 업무 이전을 하기 위해서 정도가 기억에 남는다. 그때의 나는 후배나 후임자를 귀찮아했었나?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 내가 경험한 것들 속에서 효율적인 것들을 하나라도 알려주고 싶을 뿐이었다.
그런데 왜 우리는 하나의 질문이라도 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머뭇거리게 되는 것일까?
아마 긴장과 분위기의 압박일 것이다. 내 행동의 하나가 조심스럽고 하나의 언어들이 잘못 비칠 수 있기 때문에 '방해 요소나 되지 말자'라고 자신의 수동적인 태도를 합리화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 글을 뒤늦게나마 보는 모든 신입이라면 입장을 바꿔 생각해본다면 우리의 긴장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실습 2주 동안 우리는 선배님들의 질문과 대화 속에서 많은 것들을 배운다. 경찰서 실습 첫날 각 과의 계장, 과장님들이 말씀해주신 것들 중 기억에 남는 것들을 남겨보려 한다. 이런 것들을 들었다면 깊게 고민해보고 적용시켜야 한다. 20~30년의 경력이 쌓이신 선배님들께서 30분~1시간 내외로 말씀해주신 것들은 얼마나 주옥같은 것들인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면 30년이라는 경험의 축적을 내다 버리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경찰로써는 조금 다르게 다가올 수도 있다. 공무원 조직이다 보니 튀면 안 되는 거 아니야? 그냥 평범하게 있는 듯 없는 듯 가는 게 좋은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그렇게 가는 것도 좋다.
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들을 내가 탁월하게 잘하지 않는 이상 어느 조직에서나 필요한 존재가 되기는 어렵다. 공무원은 철밥통이다 보니 사고 치지 않는 이상 주어진 업무만 무리 없이 잘 해내면 정년퇴직까지는 무탈하게 아쉬울 것 없이 벌어먹고 살 수 있다.
어떠한 업무가 내게 주어졌다면 남의일처럼 하지 말고 내 장점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 보고 온전히 내 일로 처리해야 한다.
경찰이라고 해서 다 체력이 좋아야 하고 범인을 잘 잡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틀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 본인이 잘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고 지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고 어떻게 경찰에 녹여낼 것인지 생각해서 이러한 것들을 눈에 보이게 시각화해야 한다.
이 가르침은 어쩌면 경찰에 국한된 이야기일 수도 있다. 경찰은 모든 행동에 있어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 나의 행동 하나가 한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도 사람인지라 순간의 판단을 잘못할 수도 있다.
이것들을 방지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모든 행동을 할 때 법적 근거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내 행동들이 내 조사과정들이 근거들에 위반되지 않는지 정확하게 알고 행동한다면 나중에 나에게 올 불이익을 조금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어떠한 사건을 조사할 때에는 그전에 법적 근거를 명확하게 공부하고 조사에 임하지만 현장업무를 주로 하는 경찰관은 기본적인 매뉴얼에 따라 움직인다.
현장은 미리 알고 갈 수 없는 다양한 요소들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매뉴얼에 따라 행동하기보다는 옆에 있는 선배님들의 판단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시간과 경험의 축적의 힘에 의존해야 할 때도 있다.
내가 위에 적은 것들 이외에도 배운 것들은 많았다. 승진은 어떠한 종류가 있고 어떻게 하는지. 해당 부서의 일은 세세하게 어떻게 나누어지는지.. 총 다섯 분의 선배님들의 가장 공통적인 말씀은 인사를 잘하라는 것이었다.
누가 그걸 몰라?라고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을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같은 서에 근무하면서도 내가 모르는 얼굴이라고 다시는 안 볼 사람처럼 훽 지나가지 말고 몰라도 아는 것처럼 밝은 얼굴로 인사를 해야 한다. 어제의 타 부서의 선배가 오늘의 우리 부서의 선배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첫날의 오후 시간은 해당 부서 선배님들의 질의응답 시간으로 마무리되었다. 30분씩 여러 선배님들의 경험을 배웠으니 평균 20년이라고 친다면 100년의 지혜를 배운 것이다. 이렇게 배운 것들을 나도 아는 뻔한 사실이라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것인지 깊이 고민하고 생각해 볼 것인지에 따라 각 신입에게 출발선이 다르게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다음 날부터는 한 부서당 하루의 시간을 총 2번을 보내게 된다. 나는 또 어떠한 것들을 듣고 배우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