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경찰의 경찰서 실습 3탄 _ 나의 선입견을 깨닫다
출근을 하면서 친구와 통화를 했다. 코로나 관련 이야기였다. 클럽 관련 코로나 이야기였는데 친구의 지인의 학교에서 교사가 클럽을 갔다가 검사를 받았다는 소식이다.
대화 도중
"야, 네가 생각하는 클럽 간 교사의 이미지는 뭐냐? "라는 물음에..
"음 좀 화려하게 이쁘고 잘 꾸미는 스타일 아닐까? "라고 답을 했고
친구 역시 선입견이었다며 우리 둘 다 클럽 간 교사를 여자로 생각하고 있었고 그에 따른 이미지를 구체화하고 있었다. 하지만 클럽에 간 교사는 남자였다.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 조차 나는 색안경을 끼고 보았던 것이다.
서 실습 중 조사에 참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는데 아침에 친구와의 대화에 더해 나의 선입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하나의 예시로 기록을 남기려 한다. 기록되는 예시는 내 머릿속의 가상의 상황이다. 드라마입니다..
※실제 있었던 일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A라는 사람이 조사를 받고 있다. 절도 혐의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딱 봐도 남루한 차림에 직업도 변변치 않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어려운 생활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조사를 받는 내내 억울함을 호소했다.
"제가 이렇게 어렵게 살아도 남의 것을 훔쳐갈 만큼 양심에 털이 나지는 않았어요. 없으면 없는 대로 살고 있으면 나누고 삽니다. 억울해요 정말! "
내가 만약 조사를 하고 있는 경찰관이라면? 경찰은 최대한 객관적으로 있는 증거에 의해 조사에 임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은 말짱한 정신으로 조사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피혐의자는 하루 종일 억울함을 호소한다. 나라 경제가 어려운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본인의 가정사까지 다 털어놓는다.
"제가 예전에 경찰서를 들락날락했지만 지금은 개과천선 했단 말입니다.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경찰관이 이래도 되는 겁니까!"
여기서 놓치지 않는 ' 제가 예전에 경찰서를 들락날락.. ' 나는 분명 범죄경력 조회를 해볼 것이다.
그런데 이 A라는 사람. 전적이 화려하다. 절도가 10건이 넘고 심지어는 살인이라는 죄명까지 보인다면?
나는 색안경을 안 낄 수가 없는 상황일 것이다. 피혐의자도 어찌 됐든 경찰서를 방문한 국민이기 때문에 여름에는 시원한 물 한잔이라도 내어주어야 한다. 그것이 사람 간의 기본 예의이다. 하지만 내가 이런 상황에서 시원한 물 한잔을 곱게 내드릴 수 있을까?
A라는 사람의 범죄전력은 10년 전의 일이고, 알고 보니 옆집사람이 A네 집의 농사가 잘 되는 것이 화가 나서 뒤집어 씌우기 위해 벌 인일이라고 생각해보자. A는 정말 개과천선하고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내가 위의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채, 과연 색안경을 끼지 않은 채로 객관적인 자세로 조사를 할 수 있을까?
2013년에 재밌게 봤던 '너의 목소리가 들려 ' 극 중 정웅인은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이미지를 좋게 만들기 위해 꾸준한 봉사활동을 한다.
"저는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고 있어요! "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떠한가?
안 좋은 이미지보다는 좋은 이미지로 각인될 것이다. 너무 극적인 예긴 하지만 정말 정웅인처럼 살인을 했던 자신의 신분을 숨기기 위한 거라면?
물론 봉사활동을 한다는 것은 정말 존경받을 일이다. 하지만 단적인 이미지만 보고 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된다. 특히 경찰을 직업으로 가진 이상 봉사활동을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렇구나'정도로 넘어가야 한다. 그 사람에게 어떠한 프레임을 씌우면 안 된다는 말이다. 여러 가지 각도에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나는 나의 프레임을 깨기 위해 최인철의 <프레임>을 읽어보았다. 여기서도 편견에 관한 실험이 나온다.
인간의 슬픈 자화상을 드러낸 연구가 있다.
백인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연구에서 연구진들은 참여자들에게 비디오 게임을 하는 중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순간에 어떤 사람이 화면에 튀어나왔을 때 그 사람이 무기를 들고 있으면 '발사'버튼을 누르도록 지시했고, 무기가 아닌 다른 물건을 들고 있으면 다른 버튼을 누르도록 지시했다. 이때 튀어나오는 사람은 백인일 수도 있고 흑인일 수도 있다. 참여자들에게는 가능한 한 빨리 두 버튼 중 하나를 누르도록 지시했다. 물론 실수는 있을 수 있다고 사전에 주지시켰다.
이 게임에서 실수는 두 가지로 나타날 수 있다. 등장인물이 무기를 들고 있을 때 발사 버튼을 누르지 않은 경우와 무기를 들고 있지 않음에도 발사 버튼을 누른 경우다. 빠른 속도로 인물이 나타나고 아주 짧은 순간에 결정을 내려야 했다.
이 실험의 결과는 한마디로 너무나 비극적이었다. 등장인물이 무기를 들고 있을 때 쏘지 않은 '실수'는 그 인물이 흑인일 때보다 백인일 때가 더 많았고, 등장인물이 무기를 들고 있지 않을 때 무기를 든 것으로 착각해서 방아쇠를 당긴 '실수'는 그 사람이 백인일 때보다 흑인일 때 더 많았다.
백인 참여자들은 '흑인=범죄자'라는 고정관념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이 같은 엄청난 '실수'를 한 것이다.
유튜브에서 편견에 관련하여 영상을 하나 보았다.
이 그림을 보면 이 사람은 어떤 상황 같은가? 혹시 우울증같이 슬퍼 보이지는 않은가?
이 사람은 어떤 상황 같은가? 화를 내고 있는 상황 같지 않은가?
동그라미 안으로 보았을 때 당신은 무엇을 생각하셨습니까?
너무 틀 안에 갇힌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계시진 않으신가요?
그들을 우리 틀안에 가둬두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더 넓은 시선으로 봐주세요. 우리의 편견에서 그들을 꺼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