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친절하게, 때로는 엄격하게
'멀티 페르소나'라는 말은 2020 트렌드 코리아에서 김난도 저자가 20년도 트렌드 10가지 중 1가지로 꼽은 단어이다. 페르소나는 고대 그리스 연극배우들이 썼던 가면을 일컫는 말이었다. 심리학자 융에 따르면 우리는 모두 "천 개의 페르소나"를 갖고 있다고 한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른 정체성이 변한다는 말이다.
직장에서와 퇴근 후의 정체성이 다르고, 평소와 덕질할 때의 정체성이 다르며, 일상에서와 SNS를 할 때의 정체성이 다르다. SNS에서도 그것이 카카오톡이냐, 유튜브냐, 트위터냐, 인스타그램이냐에 따라 각기 다른 정체성으로 소통을 하고, 심지어는 하나의 SNS에서 동시에 여러 계정을 쓰며 자신의 모습을 이리저리 바꾼다.
따라서 사람들이 자기 상황에 맞는 여러 개의 가면을 그때그때 바꿔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상황에 따른 가면을 바꾸어 써라'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진짜 '나다움'이란 무엇인가? 진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 멀티 페르소나가 경찰에게는 '진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보다는 다변하는 상황에 따라 그에 맞는 가면을 써야 하는 경찰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려고 한다. 사람을 접하는 일이 많고 시시때때로 변하는 상황이 많은 경찰의 업무 특성상 엄격하게 일을 진행해야 할 때도 있고 따뜻하고 유연하게 일을 진행해야 할 때도 있다.
민원이 이 방문했다. 대부분 사람들은 경찰을 찾을 때에는 긴장감을 찾고 찾아오기 마련이다.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괜히 '나 뭐 잘못한 거 없지?'라는 마음이 들고 도움을 받으려고 지구대, 파출소를 방문해도 약간은 경직된 상태로 문을 두드린다.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니더라도 도움이 필요해서 방문한 민원이기 때문에 친절하게 날씨가 덥다면 시원한 물 한잔을, 추운 겨울이라면 따뜻한 차 한잔을 내어주며 다가가야 한다.
또 비가 많이 오는 날, 순찰 중 오지 않는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다면 어디를 가시는지 물어보고 해당 장소까지 태워다 드릴수 있는, 항상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마음가짐으로 친절하게 다가가야 한다.
학교 앞에서 누군가가 제한속도를 넘기고 차량을 운전했다고 해보자. 이럴 때도 친절하게 다가갈 것인가? 물론 친절하게 다가가 상황을 처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때 당시에는 피해자가 없는 상황이다 하더라도 법에서 규정한 속도를 넘겼다면 나중을 위해서라도 엄격한 모습으로 다음에는 다시는 위반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현대인들은 직장인일 때의 모습과 퇴근 후의 모습이 다르기 때문에 더 나아가 퇴근 후에 어떤 취미생활을 하느냐에 따라서도 모습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정체성을 지녔다고 이야기한다.
또 재밌는 예로는 예전에는 성형수술을 할 때 연예인의 사진을 들고 와 최대한 이와 비슷하게 해달라고 했던 반면 요즘에는 자신의 프로필의 사진을 들고 와서 자신의 가장 예쁜 모습으로 성형을 해달라고 하는 사례가 많아진다고 한다. 점점 남의 예쁜 모습을 찾기보다는 자신의 모습에서 가장 최상의 모습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다.
이렇게 현대인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상황에 따라 여러 모습으로 두기도 하며 그 속에서도 자신의 최상의 모습을 찾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경찰은 자신의 모습을 찾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자신의 가면을 바꿔 써야 한다. 그렇다면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기 위해, 상황에 따른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다양한 상황을 이해하고 그 상황 속에서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깊이 있는 사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책을 한 권 읽더라도 이 속에서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을 꿰뚫고, 소설을 읽는다면 등장인물이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상황은 왜 이렇게 전개되는지 하나하나에 예민하게 생각하고 그 속에서 나의 생각들을 확장시켜 나가야 한다.
또한 음악 하나를 들을 때에도 그 가사에서 주는 의미를 곱씹어보고 왜 이렇게 작사를 했을까, 이 노래가 주는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이제는 영화를 한 번 보고 좋다 ~ 재미있다~ 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영화에서 주는 의미와 등장인물이 어떠한 말을 내뱉을 때의 감정과 생각을 엿볼 수 있다면 좀 더 우리는 다양한 정체성을 지닐 수 있지 않을까
경찰이라는 직업 특성상 다양한 정체성을 지녀야 한다. 단순한 직장생활이 아닌 상황에 따라 유할 때도 있어야 하고 엄할 때도 있어야 하고 때로는 공감하고 이해할 수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루에 6시간 이상 근무를 하기 때문에, 온전히 '나'로 지내기보다는 때에 따른 가면을 쓰고 있기 때문에 나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상황에 따라 남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직업의 특성이라고 생각한다. 근무시간 중에는 이렇게 지내다가도 퇴근 후에는 항상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서 온전히 '나'로 존재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