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하면'의 함정
어렸을 때부터 많이 들어왔던 말들이 있다.
"좋은 대학에만 가면 너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살아" 하지만 대학에 가면 또다시 취업 준비하느라 바쁘다. 물론 10대 때보다는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지만 내가 생각했던 '하고 싶은 대로'라는 것의 의미는 달랐다.
"좋은 회사에만 취직하면, 공무원 시험에만 합격하면" 대우가 달라진다, 만나는 남자, 여자가 달라진다. 특히 공무원 시험에만 합격하면 엄청나게 대우가 달라질 것처럼 이야기한다. 가장 큰 걱정거리였던 경제적인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되는 것이 맞지만 역시나 큰 변화는 없었다.
좋은 대학, 좋은 회사, 공무원 시험이 아니더라도 '~만하면'이라는 말은 많다. 현재를 부정하고 미래를 긍정하는 말이다. 미래에 네가 원하는 바를 이룬다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말인 것은 알겠다. 바꿔서 생각해보면 현재의 삶은 보잘것없다는 것으로 표현이 된다.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했다. 수년의 수험생활을 거치면서 공무원 시험에만 합격하면 걱정 하나 없이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것 같았고 하루하루 보내는 수험생활은 그야말로 별거 아닌 삶으로 여겨왔었다. 지금 이 순간 공부를 하는 삶은 내 삶이 아니라며 부정을 해왔었다. 그 당시 나를 돌볼 줄 몰랐던 것이었다.
'~만하면'은 먼 미래 이야기이다. 누군가에게 응원을 해주고 싶다면 '~만 하면' 보다는 오늘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가라고 현재에 집중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항상 미래만을 생각하다 보니 마음이 저 멀리 가있는 것이다. 물론 동기부여로는 좋다. 합격하면 내가 못했던 것들을 쭉 나열해놓고 그것들로 동기부여를 한다면 지금 공부하는 것들이 조금 더 힘이 날 수도 있다. 나 역시도 합격만 하면 '~해야지!'라는 항목들이 수없이도 많았다.
결과적인 이야기보다는 과정에 충실해야 한다. 오늘 하루하루 목표 달성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합격의 이야기는 몇 개월 혹은 1년, 2년 뒤일 수도 있다. 먼 이야기만 보고 달려가다 보면 쉽게 지칠 수 있다. 오늘 하루 어떻게 계획을 세웠으며 이것들을 다 해내고 나면 나에게 보상을 준다던지 휴식을 취한다던지의 방법으로 오늘 하루 잘 살아냄에 중점을 두어야 결과를 향한 과정도 빛나는 것이라 생각한다.
'미래를 생생하게 상상하라, 그렇다면 이루어질 것이다!' R=VD
정말 상상만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원하는 바를 꿈꾸고 그것을 이루기 위하여 지금 어떤 행동을 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다.
공무원 합격하면 '대우'가 달라진다. 우리는 어떤 대우를 바란 것일까.
경제적 능력을 갖춘다는 것, 다시 이직을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이외에는 우리가 생각했던 대우라는 것은 없다. 더 이상 공무원에 대한 환상을 가지지 않는 것이 좋겠다. 수험생들은 대화 상대가 학원 선생님, 부모님, 친구 정도가 있을 것이다. 다른 일을 하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것이다.
부모님은 당연히 공부하는 그대를 응원할 것이고, 친구 역시 좋은 말만 해주고 힘든 점을 들어주기만 할 것이다. 학원 선생님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자신의 강의를 수험생들이 듣도록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공무원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기 딱 좋은 것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런 환상을 깨 주고, 공무원의 현실을 보여주는 선생님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공무원이 되었을 때 누군가가 자신에게 해줄 대우를 바라지 말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공무원 시험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가던 스스로를 대우해주는 삶을 살았으면.
나도 나를 대우해주는 것이 어렵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