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울 점이 없는 건지 배울 자세가 안된 건지
실습생 신분일 때 4개월간 전담 멘토가 정해진다.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신입이 들어오면 선배 중 한 명이 우리에게 업무를 알려준다. 멘토를 마주하기 전에는 여러 가지 걱정들이 밀려온다. 멘토 잘못 만나면 그 업무 습관이 그대로 간다던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 멘토가 있다던지, 꼰대 + 라테 멘토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등..
하지만, 우리보다 최소 10년 이상을 근무해온 선배님들이다. 단 한 가지라도 배울 점이 없을까? 자신에게 업무를 가르쳐주지 않는다고 해서 배울 점이 없는 것일까? 어떠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 선배가 처리하는 방식을 보고 스스로 습득한다면 그것 또한 배우는 것이 아닐까? 만약 그 멘토가 자신을 대하는 방식이 마음에 안 든다면 자신의 행동을 돌아볼 수도 있는 것이고 후에 내가 멘토 역할을 하게 될 날이 올 때에는 멘티에게 우리 멘토처럼은 대해주지 말아야겠다 라는 최소한의 마음가짐이라도 배울 수 있는 것이다.
그 멘토가 던진 말 한마디에 기분 상해서 "우리 멘토에게는 배울 점이 없어" (순화한 것) 이라며 친구들에게 공감을 구하고 친구들은 공감을 해준다. 그렇게 해서 남는 것이 무엇인가. 생산성 없는 감정 소모, 시간낭비가 아닐까.
나 역시 직장생활이 처음이기에 '멘토'라는 개념이 처음이었다. 중앙경찰학교에 있을 때에는 고민사항이 있는 경우 주로 교수님들을 찾아가 해답을 구하곤 했지만 해답을 줄 수 있는 선배가 바로 옆에 있는 것이다.
나의 첫 멘토분은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근무를 해오신 분이었다. 실습생인 내가 쉽게 접할 수 없는 분야이기도 했기에 오가는 대화 속에서 배운 것들은 나에게 하나의 '정보'가 되었다.
업무 쪽에서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배웠다 라고 말하기엔 아직 배울 점이 많은 것 같고 첫 멘토님에게서 배운 가장 기억에 남는 점은 누군가가 '찾는'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점이었다.
나의 시선에서 봤을 때에는 나의 멘토는 누군가가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해오고, 찾아오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상대방에게 맞는 대화의 소재를 찾아 대화를 이끌어 가셨다. 그만큼 아는 정보도 많아야 하고 상대방이 어떠한 대화의 소재를 원하는지 캐치하는 능력도 있어야 할 것이다.
많은 정보력과, 캐치하는 능력, 지루하지 않게 대화를 이끌어가는 능력까지. 누군가가 자주 '찾는'사람이라는 것은 그만큼 필요로 하는 사람이고 중심이 있는 사람이 아닐까.
지정 멘토뿐 아니라 근무하시는 모든 분들이 우리의 멘토이다. 지정 멘토에게서만 배울 점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처음 발령받은 근무지의 경우 인원이 워낙 소수다 보니 다른 팀에 계신 선배님들과도 대화를 나눌 기회가 많았다.
각자 다른 분야에서 오랫동안 근무를 해오신 분들이었기에 또 업무 스타일이 각기 다르시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으로 알아갈 수 있었다.
근무연수를 평균 20년으로 잡고 20x8=160년의 깨달음을 행동과 대화를 통해 배울 수 있다니 얼마나 큰 행운인가.
멘토에게서 배우는 것은 꼭 업무적인 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나의 첫 근무지에서는 총 8분의 선배님이 계셨다.
'실물자산'이라는 경제적인 부분, 승진에 관한 부분, 물 흐르듯 평범하게(입조심), 만날 때마다 위트 있는 농담을 해주시는 분, 근무지 변경할 때 도움되는 팁을 주신 분, 내 글을 항상 봐주시고 피드백해주시는 분, 내가 불편하지 않게 항상 편하게 대해 주시는 분까지 내가 첫 근무지에서 선배님들에게 간접적으로 배웠던 것은 그 이상이었다.
처음 직장생활을 할 때 꼭 업무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선배님들이 하는 행동 하나까지도 우리에겐 도움이 되고 배움으로 남을 수 있다. 아르바이트가 아닌 직장으로의 첫 근무지였기에 가장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은 선배님들이었다.
어차피 근무지가 돌고 돌아 언젠가는 다시 한번 뵐 선배님들이지만 같은 조합으로는 근무할 수 없으니 더 잘했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