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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이음 Aug 07. 2021

책을 구매하는 돈은 무조건 합리적일까?

없으면없는 대로_ 돈절약 편


"나 오늘 서점 가서 책 좀 둘러보려고."

"이번 휴가 때는 읽고 싶은 책 쌓아두고 읽으려고."


독서를 한다는 행위는 그 자체만으로 멋진 취미생활로 보인다. 요즘엔 자기만족적 독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생산적 독서를 강조하면서 여가적인 독서는 점점 희미해지긴 하지만.



아무튼 책을 읽고 그저 만족만 하던 콘텐츠를 만들던 누군가가 독서가 취미라고 들었을 때 그 사람이 달라 보이는 건 사실이다. 독서의 질 차이는 읽는 사람들끼리의 싸움이고 읽지 않는 사람들의 시선에서는 그저 똑같아 보일 뿐이니까.



한동안 책을 많이 구매했던 시기가 있었다. 한창 책을 읽기 시작했던 무렵 남들이 좋다는 책, 제목만으로 끌리는 책, 베스트셀러에 올라와 있는 책 등 한 달에 몇 권씩은 새책을 아무렇지도 않게 주문했었다.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책'에 쓰는 돈은 합리적인 소비라고 생각했다.



'부의 추월차선'을 읽고 나는 서행 차선에서 벗어난 것만 같았고,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으면서 철학책을 읽는 멋진 여성이 된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는 아직 월 200만 원 받는 공노비로 서행 차선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짜라투스트라'는 니체의 철학을 읽었다기보다 책에 인쇄된 글자를 읽었을 뿐이었다.



'내 말투를 좀 고치고 싶은데, 말투는 어떻게 고치지?'

'글을 조금 더 잘 쓰고 싶은데, 베스트셀러 작가들은 어떻게 글을 쓰는 거지?'



나에게서 나오는 이런 필요에 의한 본질적인 질문들이 없었다. 책값을 지불한 만큼 그 이상의 가치를 뽑아내지 못했다. 그냥 책을 사는 행위에서 이미 말투를 고친 것 같았고 이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것만 같았다. 일시적인 소비의 만족감이었다.



합리적인 소비라고 생각했던 책값에 비해 그 이상의 가치를 뽑아내지 못했다. 어쩌면 모두 무의식에 의한 구매였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책에 나의 호불호는 존재하지 않았고 스트레스에 의해 구매한 책은 필요에 의해 사지 않았기에 책 플렉스에 지나지 않았다.



그 이후로 나는 무의식적인 책 구매를 그만두었다.



가볍게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도서관에 가서 대출하였고 전자책 한 달 무료 구독 서비스를 신청해서 궁금증을 풀었다. 그리곤 정말 소장하고 싶은 책이 생겼을 때에만 중고서점에 가서 구매했다. 새책은 중고서점에 없을 때에만 구매를 고려한다.



1. 도서관에서 빌려 한번쯤은 읽어봤던 책일 것

2. 소장해야겠다 싶은 책은 무조건 중고서점에서 구매할 것

3. 중고서점에서 구매할 수 없는 경우 집에 있는 중고책들을 처분한 후 새 책을 구매할 것



책을 읽다 보면 소장하고 싶은 책은 극히 드물다.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경우도 드물다. 평생 함께하고 싶은 책들은 내 책장 구석 한 칸에 귀엽게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책값을 아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중고서점에서 구매하는 것이다. 보통 신간은 새책과 얼마 차이가 나지 않아 차라리 새책을 구매하는 편이 낫지만 오래된 책들은 50%까지도 저렴하게 파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무조건 중고서점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정말 좋은 책들은 중고서점에 구비되어 있는 경우가 드물다. 중고서점에 책이 없는 경우는 사람들이 아예 모르는 책이거나 정말 소장하고 싶은 책인 것이다. 대부분 후자의 경우이다. 사람들이 모르는 책은 나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후자의 경우 교보문고, 영풍문고 등 서점에 가서 정가를 주고 구매할 수밖에 없다. 쿨하게 바로 서점에 가서 책을 골라올 수도 있다. 이왕 아끼면서 살기로 했는데 다른 방법은 없을까 궁리해본다. 아마 바로 드림 서비스는 책을 좋아하는 애서가 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서점에 가는 길에 혹은 집에서 인터넷으로 주문을 해놓으면 10% 할인받아 현장에서 바로 수령할 수 있다.



책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니 문화상품권 만 원짜리를 9400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다. 핀번호만 입력하면 되기 때문에 상품권이 배송 올 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다. 하지만 문화상품권을 찾아서 구매하는 시간, 핀번호를 입력하는 시간 등 불필요한 시간이 소모된다. 또 책을 사고 남는 돈이 있으면 괜히 한 권을 더 사야 할 것 같다. 문화상품권은 포기.



요즘 많이 쓰는 네이버 페이! 네이버 페이가 있었다. 미리 원하는 금액만큼 충전을 해놓으면 포인트로 페이백을 해준다. 요즘은 네이버 멤버십도 많이 쓰기 때문에 일반 카드결제보다는 네이버 페이가 훨씬 이득이다. 나는 15000원짜리 책을 13500원에 구매하면 됐기에 그만큼만 충전했고 1000원이나 적립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새 책을 12500원에 구매. 음 뭔가 아쉽다. 더 아낄 수 있을 것 같다.



이제부터는 조금 품이 들어가는 행위를 하는 것이다. 집에 둘러보면 읽지 않은 책, 소장하고 싶지 않은 책, 내가 왜 샀나 싶은 책들이 굴러다닌다. 괜히 자리만 차지하고 다시는 펼쳐보지 않을 것 같은 책들. 이 책들을 모으고 모아 알라딘 앱을 깔고 바코드를 찍어보면 매입가를 알려준다. 15,000원가량의 값을 주고 산 책들은 10%~20%의 귀여운 금액으로 책정된다. 그마저도 받아주지 않는 매입 불가의 도서도 있으니 꼭 바코드로 체크해보고 가야 한다. 이렇게 나는 한 권의 책을 사기 위해서 두 번 다시 보지 않을 것 같은 책을 팔았고, 8900원의 중고 책값을 손에 쥘 수 있었다.



기억도 나지 않는 책을 8권가량 팔고 손에 쥔 것은 8,900원. 한 권의 책도 사기 어려운 작고 소중한 돈이 내 손에 들어왔다. 이 돈을 새책 구매하는데 보탠다.



내가 사고 싶은 책의 정가는 15,000원

⇒ 10% 바로 드림 할인, 13,500원

⇒ 네이버 포인트 1,000원 적립, 12,500원

⇒ 중고 책값 8,900원, 3,600원 새책 구매



13,500원.



중고 책 팔고, 바로 드림 서비스 신청하고 그게 더 시간이 많이 드는 거 아니야? 차라리 그 시간에 책 주문해놓고 앉아서 책을 읽겠다!라고 잠시나마 내 안의 내가 나에게 물었다.



하지만 내게 있던 수많은 책들이 헐값에 팔려 나가면서 나에게 다시 되묻는다. 이번에 구매한 책은 저자의 지혜가 헐값이 되지 않도록 잘 소화해야 한다고.



책을 산다고 해서 합리적인 소비가 아니다. 중고 책을 읽든, 빌려서 읽든 그 지혜를 체화했을 때에야 비로소 내가 들인 시간의 합리적인 소비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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