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이음 Aug 10. 2021

왜 지하철만 타면 델리만쥬가 먹고 싶을까?

없으면없는 대로_ 돈절약 편(간식챙겨서 다니기)

퇴근하고 나면 보이는 것들 



5일의 근무가 끝난 뒤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아직 2일의 자유시간이 남았다는 여유 그리고 출근의 압박에서 벗어난 상태. 심적 여유가 생기면 오감이 숨통을 트는 것만 같다. 평일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 근무 중 먹었던 짜장면은 그저 더부룩하기만 했는데 주말에 먹는 짜파게티는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빵집 

 요즘은 지하철 입구에서부터 빵집이 있는 곳이 많아졌다. 빵 냄새는 얼마나 향긋한지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평소라면 거들떠도 안보는 소보루빵은 왜 이렇게 맛있어 보이는지.  1,000원짜리 한 장만 있어도 빵 한 개를 사 먹을 수 있으니 지하철을 타러 가다가도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주말 점심, 약속 장소에 가는 중이다. 하지만 아침을 먹었으니까, 약속시간에 늦으면 안 되니까 발걸음을 재촉한다. 나의 절제력에 감탄하던 찰나에 지하철 환승하는 곳에 하나의 함정이 더 남아있다. 델리만쥬. 한 봉지에 3,000원이면 델리만쥬 한 봉지를 먹을 수 있다. 갓 구워 나온 델리만쥬는 얼마나 맛있던지. 분명 아는 맛임에도 불구하고 뜨끈한 크림과 뜨끈한 빵을 베어 물고 싶어 또다시 델리만쥬 가게 앞에 멈춰 선다. 결국에는 카드를 꺼내고 델리만쥬를 사 먹는다. 아침에 밥을 먹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점심 약속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내 손은 델리만쥬 한 봉지를 받아 들고 있다. 델리만쥬만 먹기에는 목이 메니까 물도 하나 사 먹는다. 결국 그렇게 혼자 지하철 안에서만 5,000원가량의 소비를 한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단지 후각에 의한 소비를 하게 된다. 그런데 한 봉지는 가끔 무리라서, 점심 약속이 있어서 절제한답시고 몇 개 집어먹고 다시 가방으로 넣는다. 약속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델리만쥬는 식어버리고 결국엔 찬 만쥬 신세가 되어 쓰레기통으로 버려진다.



3,000원인데 뭘 그래?



1,000원짜리 빵 하나, 3,000원짜리 델리만쥬 한 봉지면 왠지 그렇게 비싸지 않은 것만 같다. 카페에서 사 먹는 케이크는 5,000원~6,000원가량 한다. 그에 비해 저렴하게 먹었으니 마치 절약한 것만 같다.



후각에 끌리는 건 당연하고, 심심한 입을 채우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삶의 질을 높여주는 요소 중 하나인 후각과 미각을 탓할 수는 없다. 



세계 과자 할인점, 델리만쥬, 지하철역 빵집. 고급 베이커리라면 아이쇼핑만 하고 지나갔을 터인데 지금 당장 어렵지 않게 소비할 수 있는 가게들은 지나치기 어렵다. 소비의 욕구도 어렵지 않게 채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뭐 3,000원 정돈데 이 정도는 쓸 수 있지, 안 그래?




1년이면 72만 원



하루 3,000원. 


과자를 한꺼번에 많이 사긴 삼.. 보통은 자잘하게 군것질 지출

일주일 중 5번만 소비한다고 해보자. 


일주일 15,000원

한 달 60,000원

일 년 720,000원



심지어 시골에 사는 나도 출근 전에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러 아이스크림 한 개를 먹는다거나(2,000원짜리 끌레도르 아이스크림 좋아함) 퇴근 후에 슈퍼에서 과자 한 봉지를 집어 들면 소비는 순식간이다. 72만 원이면 차라리 아이패드를 사서 생산성을 높이는 편이 낫겠지 싶다. 


과자 챙기기 

허구한 날 먹고 싶은 나의 입을 주체하지 못한다면, 가방에 항상 간식거리를 넣어 가지고 다니면 된다. 집에서는 거들떠도 보지 않는 간식들을 하나씩 처분해보자. 집에 남아도는 찬밥으로 볶음밥을 만들어 공원이나 등산 후에 먹으면 그렇게 맛있는 것처럼 집에서 놀고 있는 간식들을 챙겨 다니면서 입이 심심할 때마다 꺼내먹으면 괜찮지 않을까? 



친구 사무실에서 각자의 할 일들을 하기로 한 주말. 친구 사무실은 공유 오피스. 맨날 다니던 사무실을 떠나 자유로운 사무실로 작업하러 갈 때에는 한손에 커피 한 잔 들고 가고 싶고, 주전부리 몇 개 사들고 가고 싶다. 맨날 사무실에 박혀 틀에 박힌 일만 하다가 노트북을 펼치는 날이면 괜히 멋진 프리랜서가 된 것만 같다고나 할까?  



들뜬 마음을 잠시 눌러두고 출발하기 전 본가 부엌을 뒤지기 시작한다. 가족이 먹지 않는 과자를 고르고 k-커피인 믹스커피를 집는다. 가방에 몇 가지 주전부리를 넣고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역시나 지하철을 갈아타는 쪽, 출구 쪽에는 델리만쥬, 빵집, 세계 과자 할인점이 차지하고 있다. 가방 속의 간식을 먹지 않으면 그대로 다시 가져가야 하기에 걸음을 재촉한다. 가방 속에 무언가가 굴러다니는 것은 싫다. 


오피스 도착. 믹스커피를 꺼내 약간의 뜨거운 물에 녹인 후 정수기 얼음을 가득 담아 아이스 믹스커피를 만든다. 이 정도의 양이면 뇌를 깨워주기 충분하다. 가져온 간식을 꺼낸다. 친구도 가져온 젤리를 꺼낸다. 뭔가 통한 것만 같고 각자 가져온 간식을 먹는다는 재미는 덤이다. 그렇게 아이스 믹스커피와 간식을 먹는다.



간식을 조금씩 챙겨 다닌다는 것은 조금 귀찮을 수도 있다. 하지만 딱 일주일치 카드내역만을 보더라도 1,000원 2,000원이 쌓이고 쌓여 치킨 한 마리 값이 지출된다. 소비할 당시에는 티끌이라고 생각했던 푼돈. 시간이 더해지면 목돈이 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잠깐의 소확행. 지나고 나면 기억나지 않을 소비에 행복을 느낄 것인지


vs


미래를 위한 확실한 투자. 두고두고 나의 성장을 촉진시켜줄 무언가에 투자할 것인지 



커피값 아끼기, 배달음식 줄이기는 눈에 보이는 확실한 소비이기에 어쩌면 절제하기 쉬울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 작은 소비들을 잡아내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책을 구매하는 돈은 무조건 합리적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