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 대한 이해와 존중
“자신의 행동과 느낌, 생각에 대한 책임을 깨닫지 못하면
우리는 위험한 인간이 된다.”
— 마셜 B. 로젠버그, 『비폭력대화』
2014년 무더운 여름, 8월이었다.
그 때 열 살,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방학 동안 쉬고 있었던 인문 고전 읽기,
명심보감 읽고 대화나누는걸 오늘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아침 시간, 고전읽기를 해야 할 시간인데
방 안에서 아이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왠지 심상치 않았다.
방으로 들어가 보니
아이가 가장 아끼던 비행기 조립 모형이
책상에서 떨어져 조금 분리되어 있었고,
부품 하나가 보이지 않았다.
아이는 깊은 상실감에 울고 있었다.
아무리 찾아도 부품 하나가 없다고,
책상 밑으로 들어간 것 같다고 말하며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순간, 아이의 마음보다
‘오늘부터 다시 고전읽기를 시작하기로 했잖아’라는
내 계획과 욕구가 먼저 고개를 들었다.
당장 고전부터 하자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목까지 올라왔다.
그런데 문득
책에서 읽었던 문장이 떠올랐다.
‘잠깐의 인내가 긴 평화를 선사한다.’
그 문장을 떠올리며
나는 잠시 멈춰 섰다.
그리고 아이의 마음부터 보자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아이가 얼마나 아끼던 물건이었는지,
조금 망가진 것도 모자라
부품 하나가 사라졌으니
얼마나 속상하고 슬플지를 떠올리니
아이의 감정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나는 그날,
고전 읽기를 내일로 미루기로 마음먹었다.
“에구… 많이 속상하겠다.”
“아끼던 거였는데.”
“책상 밑으로 들어간 것 같아?
어떻게 꺼내볼 수 있을까.”
아이 옆에 앉아
그저 함께 속상해했다.
아이의 마음에 접속하려 애썼다.
아이는 긴 자로 꺼내 보겠다며
자를 가져다 달라고 했다.
나는 자를 건네주고,
아이는 혼자 낑낑대며 꺼내 보려 했지만
끝내 부품은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기대하지도 않았던 말이 돌아왔다.
“엄마, 일단 고전부터 하자.”
조금 전까지만 해도
깊은 상실감에 울고 있던 아이였다.
나는 순간, 아이를 다시 바라보았다.
아마도
자신의 속상한 마음을
충분히 이해받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부품을 찾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만약 그때 내가
“그까짓 거 가지고 왜 아침부터 울어?”라며
약속한 고전부터 하자고 밀어붙였다면,
아이는 더 오래 울며
자신의 감정에 홀로 머물렀을 것이다.
억지로 시작한 고전 읽기는
결코 즐겁지 않았을 테고,
좋아하던 시간은
부정적인 기억으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공감하는 데 걸린 몇 분이
오히려 전체 시간을 줄여 주었다.
아이는 끝내 부품을 찾지 못했지만,
자신의 선택으로
기분 좋게 고전책을 펼쳤다.
아끼는 장난감의 부품을 찾는 것도 중요했지만,
그날 아이에게 더 필요했던 것은
자신이 얼마나 속상했는지에 대한
이해와 인정, 그리고 존중이었다.
아이의 울음을 먼저 안아주었을 때,
아이의 하루는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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