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이에게 건넨 말이 다시 돌아온 날

감정은 이렇게 순환한다

by 별빛

그날, 남편과의 다툼으로 나는 꽤 화가 난 상태였다.


그 때 초등 저학년이었던 큰 아이가 내게 다가와 말했다.


"엄마, 베개 줄까? 풀고 와"


아이의 눈에도 엄마의 감정이 그대로 보였나 보다.

너무 자연스럽게 내뱉는 그 말에, 순간 마음이 멈칫했다.






왜냐하면,

그 말은 늘 내가 아이들에게 해주던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 말을 아이에게서, 그것도 나를 향해 듣게 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아이들이 어릴 때,

나는 치유와 감정에 관한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건강하게 풀어내는 방법에 대해 아이들과 종종 이야기를 나눴다.






그 중 하나가 몸이 다치지 않는 선에서,

베개처럼 푹신한 것을 마음껏 두드리며 감정을 밖으로 꺼내는 방법이었다.






아이들의 감정이 내 공감만으로는 가라앉지 않을때면, 커다란 베개를 가져와 화가 난 이유를 말로 표현하며 마음껏 두드리도록 안내했고, 몇 번 그렇게 함께 해주기도 했다.






그 후로 큰 아이는 화가 나면 아무 말 없이 혼자 방으로 들어가 베개를 꺼내 감정을 풀곤 했다.






그런데 그 말을, 내가 직접 듣게 될 줄이야.

훗, 속으로 웃음이 났다.






"엄마, 화 풀라고 베개 가져다 줄까?"


한 번 더 그렇게 말해주는 아이의 말 한마디에

마치 마법처럼 화가 스르르 풀려버렸다.






그래도 베개를 손수 가져다주겠다는,

아이의 그 배려 어린 마음에 응답하고 싶어서

"그래, 가져다 줄래?" 하고 말했다.






그날, 나는

아이에게 감정 코칭을 받은 기분이 들었다.


아이에게서 받는 공감은 유난히 힘이 세다.

말 한마디에 마음이 이렇게 쉽게 풀려버리니 말이다.

남편에 향한 미운 감정까지도 자연스럽게 사라져버렸다. 심지어 무엇때문에 화가 났는지도 잊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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