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난 아이와 문을 잠그고 들어간 날

쓰레기 봉투 안에 담긴 아이의 감정

by 별빛

2017년, 2호가 초등학교 3학년이었을 때의 일이다.

형과 다툰 뒤, 2호는 눈에 띄게 화가 많이 난 상태였다.






그날은 말로 다독이는 공감만으로는 도저히 감정이 가라앉지 않았다.

그래서 쓰레기봉투 두 장과 신문지를 잔뜩 들고,

2호와 함께 안방으로 들어가 문을 꼭 잠갔다.






내가 먼저 신문을 찢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에게 말했다.

“엄마도 화가 나는 일이 있을 때 이렇게 신문을 찢으면서 풀어. 화가 나는 대상을 떠올리면서,

그 대상이라고 생각하고 마구마구 찢는 거야.

하고 싶은 말도 다 해도 돼. 어때, 같이 해볼래?”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던 2호는

이내 양손에 신문지를 움켜쥐고

야무지게 벅벅 찢기 시작했다. 소리까지 지르면서.






그렇게 우리는 한동안 ‘분노의 신문 찢기’를 함께 했다.

흩어진 신문 조각을 위로 던지며 눈처럼 흩뿌리기도 하고,

눈덩이처럼 뭉쳐서 멀리 던져버리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아까까지만 해도 잔뜩 화가 나 있던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깔깔거리기 시작했고,

분노의 신문 찢기는 어느새 즐거운 놀이 시간이 되어 있었다.






아이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남김없이 감정을 풀어냈다.

얼마쯤 시간이 흘렀을까.





아이와 함께 방바닥을 내려다보다가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이 마주쳤고,

놀란 토끼눈을 한 채 동시에 웃어버렸다.

발 디딜 틈도 없이 바닥이 온통 신문 조각들로 뒤덮여 있었기 때문이다.






“어때?”

내 질문에 아이는 씩 웃으며 말했다.

“시원해.”






군더더기 없는 짧은 대화였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의 농도는 꽤 짙었다.






미리 준비해 둔 50리터짜리 쓰레기봉투 두 장에

아이와 함께 신문을 꾹꾹 눌러 담았다.


바닥에 떨어진 아주 작은 조각까지 신나게 주워 담는 아이를 보며 ‘조금의 찌꺼기도 남기지 않고 다 털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혼탁해졌던 물이 다시 맑아진 느낌.

괜히 내 마음까지 함께 정리된 것 같았다.






그날 이후로도 아이는 몇 번 더 ‘신문 찢기’를 하며 감정을 풀었고, 나중에는 집에 새로 들인 단단한 펀치볼을 치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감정을 흘려보내곤 했다.



그날의 2호의 감정이 담긴 쓰레기봉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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