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를 조율하듯 세밀하게, 도자기 굽듯이 천천히. 조금씩 완성한 작품.
여기는 뉴질랜드다. 아이폰의 1차 출시국.
왜 홍콩이나 일본이 아닌 뉴질랜드를 온 건지에는 사연이 있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아이폰 8은 9월 20부터 1차 출시국 판매가 시작되었다. 필자는 22일에 애플 리셀러를 방문하여 아이폰 8을 처음 볼 수 있었는데, 첫인상은 다음과 같다.
이거 완전 그대로잖아?
심지어 바로 옆에는 7 플러스와 같이 있던 탓에 헷갈릴 뻔했다. 다들 아시다시피 디자인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로즈골드와 샴페인 골드를 섞어 새로운 골드를 만들었는데 이름하야 ‘골드’이다. 웬일로 다른 수식어가 붙지 않는다.
코퍼 골드/애쉬 골드 등 다양한 선택사항이 많았음에도 그냥 골드라고 부르더라.
놀랍도록 유려한 새로운 재질, 고급스러운 컬러감
가장 큰 변화(?)는 뒷면인데 글라스이다. 아이폰5부터 고수해오던 알루미늄 재질을 버리고 4와 같은 강화유리 디자인을 선택했다.
상당히 고급 지며, 특히 유리 부분의 골드는 정말 도자기를 구운듯한 은은한 골드가 비치는데, 아이폰5s부터 조금씩 조절해온 골드 컬러를 드디어 완성시킨듯한 느낌이다. (민감한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아이폰5s/6/6s/7의 샴페인 골드는 모두 조금씩 다르다. 채도와 온도를 조금씩 조율해왔다.)
컬러로 남녀를 나누는 것 자체가 웃긴 일 이긴 하지만 남녀가 모두 만족할만한 컬러이다. 핑크빛 로즈골드와 노란빛 샴페인 골드를 통합할만했다.
디자인이라는 게 주관적이긴 하지만, 아이폰 4와 4s의 유리 후면을 좋아했던 사람 중 한 명으로써, 그리고 골드를 아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번 아이폰 8의 골드와 글라스의 조합은 아주 만족스럽다. 디자인만으로 8을 선택하기에도 무리가 없다.
마감이라면 워낙에 완벽한 애플이라, 전면 글라스 - 측면 알루미늄 - 후면 글라스로 이어지는 일체감은 완벽하다. 미끄러운 알루미늄 대신 글라스가 위치하기 때문에 그립 안정성은 훨씬 좋아졌다. 손바닥에 잘 붙어 있더라.
하지만 앞뒤가 동일한 느낌이라 이제 주머니에서 앞뒤를 판단하기가 불가능하다. 케이스를 끼면 답이 나올 듯하다.
iOS 11에 최적화된 최고의 모델
필자의 아이폰 7 플러스에도 iOS 11을 먹였지만, 아이폰 8 플러스의 iOS11와는 약간 다른 느낌이다.
8 플러스에서 iOS11은 맥북프로의 터치바 만큼이나 완벽하고 정확하게 작동한다. 터치나 스크롤에 아주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성능만큼이나 스프링보드에서도 그 반응이 빠릿빠릿하다.
A11 바이오닉 칩은 전작에 비해 엄청난 점수 차이를 보여주는 프로세서인데, 고성능 게임이나 증강현실 게임에서 최고의 파워를 낸다.
7 플러스에서 해본 증강현실 게임보다 한층 더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모션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iOS11의 기능 중 하나인 고화질 화면 녹화와 마이크를 통한 동시 음성 녹음, 증강현실 게임, 3개의 작업을 동시에 시연해주셨는데,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부드럽게, 빠르게 작동하고 반응했다.
이 정도면, 모바일에서는 최고 수준의 성능임에 틀림없다.
아이패드의 전유물이던 트루톤 디스플레이도 장착되어 어디서든 가장 적절한 색온도를 유지해서 편안한 시야를 제공한다. 색 정확도나 선명함은 역시나 완벽하다.
아이폰 8 시리즈에는 전면 TrueDepth 카메라는 장착되지 않았다. 따라서 애니모지와 같은 기능은 체험해볼 수 없었지만, 아이폰 8 플러스에는 인물 사진 조명, 즉 전면 인물 사진 모드가 가능하다. A11 바이오닉칩으로 분석을 하는 건지 아이폰 8과 동일한 전면 카메라로 인물 사진 조명이 가능하다.
센터 직원분이 시연해주시고, 필자도 한번 써봤지만 아직 베타 버전이라 테두리 부분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하진 못한다. 그래도 색감이 바뀌는 기능은 조명 없이도 어느 정도 자연광만 있다면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더라.
전작과 큰 차이가 없는 카메라.
4K 60 프레임은 단연 최고.
후면 카메라의 큰 변화는 4K 60 프레임 영상 촬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실 아이폰6S부터 가능했던 4K 영상은 30 프레임 밖에 되지 않아 더 현실감 있는 1080P 60 프레임을 더 많이 사용했다. 또한 4K로 촬영하더라도 그 콘텐츠를 재생할만한 디스플레이가 없다는 점이 아쉬워서 많이 쓰지 않았지만, 요즘엔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나 노트북이 흔해졌고, 가격도 낮아졌다.
아이폰 8의 4K 60 프레임 촬영 기능이 아주 적절한 시기에 등장 한셈이다. 실제로 촬영해보고 다시 감상했을 때 분명 디테일 부분에서는 1080P와는 차이가 있었고, 촬영 중 화면을 확대했을 때는 더 큰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혹시나 4K 60 프레임을 보고 아이폰 8을 구매하시는 분들은 256기가가 필수이다. 영상이 1분을 조금 넘겼더니 600메가를 가볍게 돌파했다. 이런.
아이폰 X에는 듀얼 광학 이미지 흔들림 보정이 들어가서 망원렌즈도 안정적인 촬영이 가능한데, 아이폰 8 플러스에는 7 플러스와 동일한 OIS가 사용되었다.
고속 충전이 가능한 라이트닝 단자는, 역시나 애플답게 고속 충전용 어답터와 케이블을 사야 가능하고 고속 충전 세트는 약 9만 원 정도 한다.
8 시리즈는 아이폰 7 플러스와는 다르게 무선충전이 가능하다. 2018년에 출시할 에어파워나 서드파티 무선충전기로 충전이 가능하다. 당연히 국산차량이나 BMW 같은 외제차에 탑재되는 차량용 무선 충전 기능도 사용이 가능하다.
사실 아이폰 8 플러스에는 굵직한 변화는 없다.
소재를 바꾸긴 했지만 디자인 자체는 그대로고, 성능이 엄청 높아지긴 했지만 일반 사용자가 그것을 체감하긴 어렵다.
하지만 제품의 전체적인 완성도, 새로운 OS와 색상, 압도적인 성능은 아이폰6부터 만들어온 아이폰의 완성작을 보는 듯했다. 여기까지 오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4년이라는 시간은 작은 시간이 아니니까.
A11 바이오닉 칩의 뛰어난 성능은 아이폰을 다시 괴물의 위치에 올려두었고, 듀얼카메라의 인물 모드도 더 이상 베타가 아니다. 아이폰 8 플러스 모델의 인물 조명모드, 완성도 높은 재질 마감, 고급스러운 컬러는 더 많은 고객들을 만족시킬게 분명하다.
iOS11의 제어센터, 파일 앱은 접근성과 사용자 편의를 늘려주었고, iOS10에 고질적으로 있었던 멀티태스킹 화면 버그나 알림 센터의 자잘한 문제들은 대부분 해결되어 안정성을 높인 느낌이다. 물론 11만의 또 다른 버그가 있을 수는 있지만 마이너 업데이트를 통해 조금씩 바꿔갈 것이다.
애플은 최종작인 8을 완성시킨 후, 완전히 다른 디자인과 기능을 넣은 X를 통해 또 다른 기나긴 실험을 시작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