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대유감 Nov 27. 2023

7. 다행이다

교실에서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로 있다 보면 흡사 연인 사이 같다. 오래된 부부의 얼굴이 닮는 이유가 서로의 표정을 따라 하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선생님과 학생도 비슷한 것 같다. 열정적인 학생들을 만나면 나도 더 열정적이게 되고, 조용한 학생들을 만나면 나도 조용해진다. 반대로 마찬가지일 것이다. 선생님들의 스타일에 따라 학생들이 그 분위기에 맞춰 준다. 


거북이처럼 천천히 공부하는 학생도 있고, 토끼처럼 재빠르게 눈치채는 학생도 있고, 똑똑한 학생도 있고, 이해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각기 자신의 스타일 대로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삐걱거리기도 하고, 화합하기도 한다. 통풍에 걸려서 절뚝거리며 수업을 하다가 급기야 처음으로 앉아서 수업을 한 날이 있었다.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했지만 이미 나의 에너지는 내 몸에만 집중되었을 게 뻔했다.


나중에 한 학생이 구글 번역기를 나에게 보여 주며 "선생님처럼 책임감이 많은 선생님은 처음 봤어요" 라며 너스레 섞임 웃음으로 나에게 말을 건넸다. 알게 모르게 나는 학생들과 나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있었다. 수업 시간에 토픽 공부를 계속하는 학생에게 화를 냈더니 일순 교실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그 때 학생들도 내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가끔 오케스트라처럼 서로 다른 악기가 완벽한 클래식을 만들어 낼 때가 있다. 거짓말처럼 최악의 연주가 계속되는 수업이 될 때도 있다. 최악의 연주가 지속될 때는 학생도 나도 힘들다. 그런 날은 심각하게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요즘 그런 날이 많아지는 것 같아서 약간의 정체기가 있었는데 우연히 맡은 수업 덕분에 다시 힘을 얻고 있다. 그 학생들을 통해 나를 확인하는 시간도 많아지고 있다. 다행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6. 재미있는 문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