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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대유감 Dec 09. 2019

1. 호흡, 숨을 쉬다

처음은 설렘과 긴장의 연속입니다. 수영장에 처음 갈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뭔가 어색한 수영복, 머리를 꽉 죄는 수모, 시야를 방해하는 수경은 사소한 문제일 뿐입니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긴장감과 물에 대한 어색함과 두려움이 이내 근육을 경직시킵니다. 경직된 근육을 이완하기도 전에 이내 몸은 차디찬 수영장의 물과 조우합니다. 수영장 물은 1년 365일 같은 온도이지만 체감상 분명 다른 온도입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차갑습니다. 


자, 우리가 처음 수영장에 가면 무엇을 배울까요? 수영을 배울까요? 아닙니다. 호흡부터 배웁니다. 언뜻 보면 이상하지만 물고기가 아닌 이상 사람이 물속에서 호흡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당연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수영장에서 자연스럽게 물과 물 밖의 경계를 확인하게 됩니다. 내가 물속에서는 숨을 쉴 수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어쩌면 우리는 난생처음 호흡을 배우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머니의 자궁에서 밖으로 나왔을 때 당연히 했던 호흡을 배우는 첫 번째 시간을 맞이한 것이죠. 호흡을 배운다?라는 조금은 특이한 경험의 서막이 시작됩니다.수영에서 배우는 호흡은 규칙적입니다. '음~~ 파'라는 다소 이상한 방법이지만 결국 들숨과 날숨의 반복입니다. 다만 음은 물속에서 파는 물 밖에서 이뤄집니다. 우리는 의식적으로 숨을 쉬게 되는 것을 배웁니다


숨을 쉰다는 것. 이것은 모든 것의 시작이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물론 태아가 세상에 나왔을 때 거친 숨을 내쉬던 그날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숨을 쉰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이며, 숨이 거칠어질수록 몸을 격렬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숨을 쉬지 않는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하며, 숨이 약해질수록 몸에 이상이 생겼음을 의미합니다.


호흡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호흡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은 몸 또한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100m 달리기를 준비하는 출발선의 선수들이 자세를 잡고 있습니다. 그들의 호흡은 어떨까요? 호흡을 참고 있을 겁니다. 준비 자세에 호흡을 내쉬고 있다는 것은 벌써 몸에 힘을 뺐다는 거니까요. 크게 들이마신 숨을 머금고 있는 선수들은 자신의 모든 오감을 청각에 집중하고 있을 겁니다.


호흡의 규칙은 수영을 하는 내내 나를 괴롭힙니다. 숨을 쉬기 위해 과도한 움직임이 생기면 그 움직임이 모든 자세를 흩뜨립니다. 아주 미세한 차이의 여파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커집니다. 호흡이 빨라지면 근육의 에너지가 과도하게 소모됩니다. 반대로 호흡이 너무 느리면 에너지의 사용 또한 너무 약해집니다. 사용과 소모는 곧 방법과 효율로 치환됩니다. 어떻게 사용하느냐?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하고 있느냐? 는 질문에 부딪칩니다. 


결과적으로 '어떻게'는 자세가 되고, '효율'은 시간으로 변환됩니다. '자세'와 '시간'이 궁극적으로 수영을 배우는 모든 이유가 되죠. 호흡은 아주 기초이지만, 그 기초가 모든 것을 좌우하게 됩니다. 기초는 쉬워서 기초가 아니라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기초라는 것을 수영을 배우면서 다시금 깨닫습니다. 자세가 좋다는 것은 시간이 단축됨을 의미하고, 시간이 단축된다는 것은 자세가 좋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하지만 호흡에 대한 중요성은 금방 망각되고 맙니다. 우리는 평소에 호흡을 의식적으로 한 적이 없으니까요. 당연한 결과이지요. 이제 우리는 반복을 통해 무의식의 영역이었던 호흡을 의식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지극히 단순해 보였던 '음~~ 파'라는 몸짓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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