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대유감 Dec 09. 2019

2. 호흡, 숨을 내뱉다

수경을 바로잡고, 킥판을 잡고 이내 발차기를 시작합니다. 무릎을 펴고 해야 한다는 강사의 조언을 듣고 엎드린 상태에서 힘껏 발차기를 합니다. 킥판의 부력을 느끼며 물살을 서서히 가르기 시작합니다. 머리를 물속에 집어넣고 배운 대로 '음~~파'를 하기 시작합니다. '음~~파', '음~~파', '음~~파', '음~~파', '음~~파', '음~~파'

이 때도 발차기는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어느새 거칠어진 숨을 몰아쉬고 있는 나를 발견합니다. 규칙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음~~파'는 온데간데없고 변형된 '음~~파'를 하는 나입니다. 몸에 힘이 빠지기 시작하는 것도 그 때쯤입니다. 25M인 레인의 끝은 아직 멀리 있습니다. 발차기도 꽤 많이 차고 열심히 찬 것 같은데 지금까지 온 거리는 실망스럽기만 합니다. 저보다 늦게 출발한 뒷 사람이 킥판으로 제 발을 건드리는 것도 신경쓰입니다. 


킥판을 잡고 자유형 발차기를 차다보면 마땅한 방법없이 거칠어진 숨에 속절없이 휘둘리게 됩니다. 50분 강습 시간 중에서 고작 5분이 흘렀을 뿐인데요. 혹시 '음~~파'를 처음 배울 때 이상하다고 생각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처음에 '음~~파'를 배울 때 아주 이상했습니다. '음~~파'에는 날숨만 있고 들숨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럼 언제 숨을 들이마시는지 궁금했습니다. 


'음~~' 때는 코에서 물을 내뿜고, '파' 때는 입으로 숨을 내뿜으면 도대체 숨은 언제 들이마시라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은 후에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고 앞의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보도록 하죠. 몸에 힘이 들어가면서 숨은 더욱 거칠어졌습니다. '음~~파' 라는 규칙성은 사라지고 '음~~파!!!!'가 그 자리에 들어섭니다. 악순환의 고리처럼 '파!!!!'가 강력해 질수록 몸은 더욱 무거워집니다. 


수영의 호흡은 좀 특이합니다. 크게는 물 안에서의 호흡법과 물 밖에서의 호흡으로 보면 이해가 좀 쉽습니다. '음~~'은 물 안에서의 호흡법입니다. 특히 코를 통한 호흡입니다. 당연히 물 속에서 입을 벌리면 물이 들어오기 때문에 물 속에서 입을 벌리는 일은 없습니다. '음~~'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코로 숨을 쉰다는 개념보다 코에 있는 물을 빼야 한다는 점입니다. 


공기를 들이마시고 뱉는게 아니고 코의 물을 빼는 것. 이것이 '음~~'입니다. '음~~'은 오직 수영에서만 존재합니다. 이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코에 물이 들어가 본 사람이면 모두 공감하실 겁니다. 코에 물이 들어간다는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입니다. 코에 들이 들어오는 순간 코가 없어지는 느낌이 들면서 생채기가 시작되고, 그 짜릿함의 여운이 생각보다 오래 지속됩니다. 한마디로 최악입니다. 


다음으로 '파'는 물 밖에서 입으로 숨을 내 쉬는 것입니다. 우리가 평소에 하는 것과 똑같은 호흡입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평소에는 보통 코로 숨을 쉬고 있다는 것입니다. 입으로 숨을 쉴 때는 달리기나 축구와 같은 운동을 할 때입니다. 평소에 코로 숨을 쉬는 이유는 코의 경우 콧털을 통해 공기 중의 미세한 먼지를 걸러낼 수 있고, 평소에는 입으로 숨을 쉴만큼 많은 산소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호흡 '파'로 살펴보면 '파' 또한 우리의 평소 호흡과 조금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그러니까 수영은 우리의 평소 호흡과는 완전히 다른 2가지의 호흡을 어떠한 상황에서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규칙적으로 해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처음에 수영을 배울 때 '음~~파'가 안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해본 적이 없는 호흡이니 당연히 잘할 수 없는 것이죠. 


숨을 내뱉다는 것은 이산화탄소를 내뿜으면서 몸을 회복하는 가장 첫 번째 생리작용입니다. 그리고 몸에 힘을 빼는 준비과정입니다. 한번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뱉어보면 몸에 힘이 빠지는 느낌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의미에서 수영은 끊임없이 힘을 빼는 과정을 반복하는 운동입니다. 호흡만 봐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에서 저는 발차기를 할 때 어떻게 했었죠?


숨을 거칠게 몰아 쉬면서 몸에 힘을 잔뜩 주고 발차기를 더욱 세게 차려고 노력했습니다. 발차기를 찼다기보다는 물에 가라앉지 않으려는 몸부림에 가까울 수도 있겠네요.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몸에 힘을 빼면 물에 뜨니까요. 오히려 힘을 뺐다면 물에 가라 앉을 일은 없을 텐데 말이죠. 호흡과 반대로 진행되는 동작은 결국 작렬하게 전사합니다. 고갈된 체력은 채워지지 못하고 방전되어 버립니다. 그리고 그 때부터 또 하나의 변곡점을 맞이합니다. 힘이 사라지자 속도가 저를 찾아옵니다.         

작가의 이전글 1. 호흡, 숨을 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