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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대유감 Dec 18. 2019

3. 호흡, 들이마시다

호흡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는데요. 앞선 호흡에서는 날숨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이번에는 들숨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지금 앉아있는 자리에서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셔보세요. 가슴이 나오면서 순간적으로 몸이 뻣뻣해지는 느낌이 드실 겁니다. 뻣뻣해지는 느낌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폐가 있는 자리의 가슴과 등 쪽에서 약간의 긴장감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들숨을 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코로 하거나 입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코로 하는 것보다는 입으로 하는 것이 많은 공기를 끌어당길 수 있습니다. 당연히 코와 입을 동시에 사용한다면 더욱 많은 공기를 흡입할 수 있겠죠. 코와 입을 동시에 사용하면 생존에 필요한 공기를 더욱 많이 흡입할 수 있지만 평소에 우리가 코와 입을 동시에 사용하면서 호흡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입으로 숨을 쉬는 경우도 많지 않습니다. 한숨을 쉴 때나, 격렬한 운동을 할 때나 입으로 숨을 쉽니다. 생리학적으로 입으로 숨을 쉰다는 것은 그만큼 산소가 몸에 필요하다는 것이겠죠. 사실 몸의 반응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평소에 우리는 몸의 반응에 대해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몸의 반응은 유전자의 활동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깊고 역사적입니다.


걸을 때 오른발이 나갈 때 왼손의 반동이 진행되고, 왼발이 나갈 때 오른손의 반동이 진행된다는 것에 대해 아무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이뤄져야 하는 것이니까요. 조금 다른 경우이지만 군대에서 저는 똑똑히 봤습니다. 긴장한 사람들이 제식을 할 때 오른손과 오른발이, 왼손과 왼발이 같이 나가는 것을요. 당연한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됐는데요. 


다시 수영의 호흡으로 돌아가 보죠. '음~파'에는 들숨이 없다.라는 말에서 시작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수영에서 들숨은 크게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최소화"와 "최적화"입니다. 최소화는 코로 혹은 입으로 아주 작게 들이마시는 것이고, 최적화는 필요한 양의 공기를 효율적으로 들이마시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 마디로 아주 간결하고 짧게 들이마신다는 것입니다. 


약간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우리는 이미 이것을 하고 있습니다.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평소에 당연하게 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순간에도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호흡을 의식하려면 숨을 크게 들이마셔야 합니다. 이 말은 반대로 이야기하면 크게 들이마시지 않는 순간에는 모두 아주 간결하고 짧게 들이마시고 있다는 뜻입니다. 


운동에서 호흡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운동마다 각각의 루틴 routine 이 있습니다. 선수들은 워낙 많은 연습을 하기 때문에 각각의 운동이 가지고 있는 루틴을 뛰어넘어 그것을 내재화시켜 자신만의 루틴을 가지고 있습니다. 흔히 이것을 스타일이라고 부릅니다. 야구를 보면 타자와 투수가 가지고 있는 루틴에 대해 금방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공을 던지는 순간, 방망이 휘두르는 순간 어떻게 호흡을 하는지 말입니다.


'음~파'의 루틴에는 수영의 특성이 담겨있습니다. 평소에 우리가 당연하게 하는 것을 뺀 나머지가 들어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들숨은 수영의 루틴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인간이라면 가르쳐주지 않아도 하는 것이니까요.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별거 아닌 짧은 들숨. 이 아주 간단한 들숨으로 인해 몸의 움직임 전체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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