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수영장에 가보면 어르신들이 많이 계시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그분들이 자유수영시간에 쉬지도 않고 1시간씩 계속 수영을 하고 계시다는 것을 보면 더욱 놀라움을 느끼게 됩니다. 나한테는 숨이 턱턱 막히고 딱딱한 수영이 그분들에게는 아주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수영이 됩니다. 물론 아주 천천히 진행되긴 하지만요.
물에서 숨을 쉰다는 것은 단순히 숨을 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많은 여파를 생성합니다. 자유형에서 숨을 쉬기 위해 머리를 들면 팔이 떨어지고 떨어진 팔을 따라서 상체가 가라앉고 가라앉은 상체로 인해 다음 동작에 다시 영향을 주게 됩니다. 이 미세한 차이는 생각보다 더 미세합니다. 스트록을 하면서 진행되는 들숨의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0.5초? 1초?
모르긴 몰라도 찰나의 시간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또한 잠깐의 호흡이 모든 자세에 영향을 주는 것도 분명해 보입니다. 동작뿐만 아니라 지구력에도 영향을 줍니다. 이것은 "호흡의 최적화"와 관련이 있는데요. 공기는 생명의 필수이지만 동시에 생명을 죽이는 양날의 검입니다. 활성산소, 이산화탄소의 영향 등으로 인해 신체의 활동을 서서히 갉아먹습니다.
호흡의 최적화가 이뤄지지 않고 과다하게 혹은 적은 산소의 활용이 아닌 가장 적절한 산소의 활용이야말로 지구력의 첫 번째 요건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주 짧고 간결한 호흡이 필요하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흡사 진흙탕에서처럼 나를 잡아당기는 물을 이겨내기 위해 "과도한 호흡"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래서 몰아쉬는 숨을 무기로 물을 이겨내기 위해 열심히 숨을 쉽니다.
하지만 숨을 몰아 쉬면 몰아 쉴수록 몸이 무거워집니다. 25m가 멀게만 느껴집니다. 어르신들처럼 할 수 없는 나를 자책하기도 합니다. 천천히 계속 수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유심히 살펴보던 어느 날 하나의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천천히 몸을 움직이면 호흡도 편하게 해야 한다는 아주 간단한 사실을 말입니다. "음~파"의 날숨과 거기에 가려진 아주 작은 들숨의 리듬.
빨리, 깊게, 많이 숨을 쉬는 게 아니라 편하게 하면 몸에 힘이 빠지기 시작합니다. 몸에 힘이 빠지면 물을 이겨낼 힘도 빠지니까 앞으로 나가지 못할 것 같지만 신기하게도 몸에 힘이 빠지면 물을 타고 나가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물을 이겨내는 게 아니라 물을 이용하고 타는 것. 물은 너무도 거대해서 이겨낼 수 없는데 미련하게 물을 이겨낼 생각에 온 몸에 잔뜩 힘을 주었고, 그 힘을 위해 저는 저도 모르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습니다.
아주 간단해 보이는 호흡. 그러나 모든 것의 시작이자, 중심에 호흡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호흡이 가빠지면 흥분하게 되고 호흡이 평온하면 평정심을 가지게 됩니다. 흥분될수록 의식은 옅어지고, 평온할수록 의식이 명료해집니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여기면서 느끼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물에서 처음 배우는 호흡은 평소의 호흡까지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