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출근길’ 시리즈.
그 완결을 생각한 건 약 2주 전쯤이었습니다.
강조하고 싶었던 내용들을 거의 다 풀어냈고,
이제는 뭘 써도 결국 비슷한 이야기로 귀결되더라고요.
돌이켜보면, 출근길 시리즈는
결국 일하는 데 필요한 ‘일머리’ 혹은 ‘눈치’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누군가를 위한 글이었습니다.
신규 간호사 시절, 제가 자주 들었던 말이 있어요.
“너는 손은 빠르지.”
‘손 은 빠르다’는 건,
어딘가는 느리다는 뜻이었죠.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말 뒤엔 '눈치가 없다'는 뜻이 숨어 있었던 것 같아요.
회진을 따라갈 사람을 눈치껏 정하는 것,
응급상황에서 필요한 물건을 먼저 챙기는 것,
환자의 이상을 남보다 먼저 눈치채는 것,
보호자의 말에서 중요한 정보를 골라내는 것,
선배가 원하는 요점만 정확히 전달하는 것.
이런 것들은,
그저 ‘눈치’라고 치부되곤 하지만
누군가에겐 지속적인 훈련이 필요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과거의 나였던 ‘신규 간호사’들을 위해
이 시리즈를 써 내려왔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간호화 길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앞으로도 마음속 깊이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저를 블로그를 시작하게 만들어 주었던 출근길 시리즈를 이렇게 끝내게 되었습니다.
간호사 3년차 말, 4년차 초... 병동에 넌덜머리가 나 있었을 때
우연히 중환자실로 갈 기회가 생겼고
그 뒤로 만 4년을 중환자실에서 일하고 있어요.
항상 우리 신규간호사 선생님들을 가르쳐 주면서
제발 너희는 '이것만' 알아둬라! 하고 강조하던 내용들을
글로 엮으면서, 진짜 이 일머리 하나만 있어도 덜 상처받을 거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었던 내용들이였습니다.
이 시리즈가 끝나갈 쯤,
스레드에 우연히 올렸던 글 하나로 현재 소설을 써보고자 하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저는 학생때도 조아라에서 소설을 연재했던 경험이 있는데
한번도 완결을 내 본 적이 없었거든요.
이번에는 봐주는 사람 누구 없더라도 그저 완결을 한번 낸다는 마음가짐 하나로 달려가 보고자 합니다.
그 동안은 브런치도, 블로그도 조금 소홀하겠지만
소소하게 이야기에서 만나뵀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