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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으흠 Jan 26. 2022

나에게 글쓰기란

글쓰기가 주는 영향

[사람은 자기 자신에 관해서 얘기해서는 안 됩니다. 순전한 이기주의로 보더라도 안 됩니다. 왜냐하면 마음을 털어버리고 나면 우리는 더 가난하고 더 고독하게 있게 되는 까닭입니다.사람이 속을 털면 털수록 그 사람과 가까워진다고 믿는 것은 환상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가까워지는 데는 침묵 속의 공감이라는 방법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루이제 린저의 책 [생의 한가운데]에서 한 구절이다. 이 글은 나에게 많은 걸 말해준다.


학창 시절 많은 아이들에게 내가 착한 아이라는 걸 어필하기 위해 애썼다. 내가 이렇게 보잘것없는 아이니 나를 불쌍히 여겨달라는 표현이었다.나쁜 아이가 아니니 더 이상 괴롭히지 말라는 나만의 은어이기도 했다.이러한 노력은 오히려 무력하고 존재감 없게 만들었다.


이 습관은 꽤 긴 시간 동안 이어졌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누가 알아봐 줬으면 하면서, 나 이렇게 가여운 아이니 보살펴 달라는 의미처럼 우울과 방황에 점철됐다. 친구를 사귀기도,일을 하기도 ,내 할 일을 하기도 어려웠다. 힘이 없으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한 해가 넘어가면 넘어갈때마다 무기력함은 점차 쌓였다. 우울에 빠져있던 나는, 이런 불쌍한 나를 누군가 거들어줄 거 같았다.


그 긴 억 겹의 시간을 지나고 집에서 독립하면서 객관화가 되었다.혼자가 된 객관화는 이런 사실이다.[누군가 날 구원하지도, 붙잡아주지도, 날 이끌어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지금에 난 우울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한다. 그 노력은 이렇게 글 몇자라도 쓰게 하는 힘을 준다.허지웅의 말처럼 상처는 상처고 인생은 인생이다. 지금에서야 느끼는 건 불행과 고통의 전시는 전시일 뿐이라는 거다. 많은 사람들은 위로받고 싶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어쩌면 구구절절,또는 비탄에 빠져서 자조만을, 고통에 빠진 자신의 이야기를 말이다. 이런걸 흔히 고통을 나눈다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나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이야기를 토로하면서 자신의 마음이 시원해질 뿐이다. 그래서 고통을 나눈다라는 말은 없다. 내 고통을 듣는 상대방도 그때 뿐이다. 내 고민을 오랫동안 곱씹어 헤아려주지 않는다.왜냐면 그 상대 마저도 저마다 힘겨운 전투를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그 전투에 내 짐을 싣고 싶지 않다.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사는 건 고통의 연속이다. 남모를 고통을 안고 있다는걸 짐작하고 있을뿐이다.그때 침묵으로 공감한다는 말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또한 말이란 왜곡되기 쉬운 말이라 도리어 상처로 돌아올때가 많다. 내 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게 와전되어 전해지거나 "그러니 네가 사랑을 못받았지","그러니까 네가 그 모양이지","그러니까 네가 짤렸지" 따위로 되돌아 올때가 많다.


그래서 내가 택한 방식은 글쓰는거다. 대면으로서 얘기하지 못한 말들,세세하고 구체적인 내 생각들을 풀어내다 보면 속이 시원해진다. 말보다 글이 정교하고 섬세하다.


최근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근근이 모임에 올린다. 정돈되지 않은 글을 읽는 사람들은 고통이겠지만 이걸 쓰는 나는 비로소 해방된다.그렇게 글을 쓰다보면 깨달음을 줄때가 많다. 결국 모든 것은 자기 안에 있는 것처럼 내 글을 통해 내가 위로받는다. 하지만 나 나름대로 풀어낸 내 이야기를 불쌍하게 보는 시선은 싫어한다.섣부른 연민과 위로를 좋아하지 않는 까닭이다.  


이런 나도 사랑을 믿는다. 혼자 감내하는데 익숙한 내가 사랑을 믿는 이유는 이 구질구질한 창피하고 부끄러운 속마음을 모두 털어내버리고 싶은 욕망일지도 모른다. 그런 모순을 가지고 읊조리다 보면 사랑은 떠나고 빈 공백만이 남는다.


결국 사랑에 상처받으면서도,사랑에 버림받으면서도 계속해서 사랑을 통해 구원을 찾는 건 "네가 뱉어 낸 속마음은 공백같이 사라지지않고 평생토록 남을꺼야"라는 말을 찾는 여정일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나타나서 그 말을 거두어 다시 내게로 돌려줄 때까지, 그러나 어느 누구도 이 불가능한 대답을 수행할 수는 없으며, 그래서 방황은 계속된다."라는 롤랑바르트의 글처럼 말이다.어쩌면 그 말들을 찾을때까지,아니 찾지않게되더라도 계속 글을 쓸 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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