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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상준 Jun 20. 2024

5월의 어린아이

5월이 되면 항상 빠짐없이 방문하곤 한다. 이 맘 때쯤이면 새하얗기만 한 이곳에는 그리움을 가진 채 찾아오는 이들로 인해 구석구석 붉은 꽃들이 채워진다.


밖에선 한없이 차가워만 보이는 이곳엔 사실 어린아이들이 많다. 정확히는 어린아이로 돌아간 이들이다.

어디서 무슨 일을 하였고,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아장아장 귀여운 걸음마를 다시 배우며 때로는 견딜 만한 반찬투정을 한다.


묵묵히 치열한 길을 걸어오고 다시 쉬어가는 이들에게, 가르침을 받았던 이들이 늦게나마 가감 없이 존경과 사랑을 표현한다. 다행이게도 과거에 무뚝뚝했던 이들은 그 표현들에 멋쩍어하거나 낯간지러워하지 않고 해맑게 받아들인다.


어린아이들에게는 원초적인 감정만이 존재한다. 그 이유로 어린아이에게 상처를 받기는 쉽지 않다. 아니, 상처를 입더라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부족한 표현 때문에 사랑을 어설프게 흉내 낼 뿐이라도 의심 없이 그것을 진심으로 받아들인다.


이 시간들을 통해 치열한 길을 걸어가야 할 이들은 언젠가 묵묵히 다가올 밤바람이 마냥 춥지 않을 때를 기다린다.


아이로 돌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남아있을 이들에게 좋은 행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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