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사랑받고 싶었던 아이들의 이야기였다
책의 시작은 어떤 채팅방의 대화로 시작한다. 그런데 내용이 심상치 않다. 의뢰를 받으면 어떤 문제든 해결해 준다는 채팅방. 참가자들의 요청은 100억을 달라거나, 부모의 원수를 죽여달라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사장님이 나를 도둑으로 몰았다며 가게 유리창을 깨달라는 것과 같이 사소한 것들일 뿐이다. 하지만 사소한 요청과는 다르게 의뢰인은 유리창이 깨지며 옆에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다친 것에 대해서는, 조금 찝찝하지만 어쩔 수 없지 라며 넘어간다. 순수하지만 때로는 그 순수함 안에서 왠지 모를 잔인함을 발견하게 되는 것, 우리가 아이들을 보며 느끼는 감정이다. 그렇다. 이 책은 세명의 아이들의 이야기다.
아무것도 원하는 것이 없어 보이는 해민과, 모든 것을 완벽하게 원하는 소정. 그리고 옳다고 믿던 것을 잃어버린 도경.
모든 것을 강렬하게 원하는 사람이,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 보이는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예정된 것일까? 소정은 해민을 미워한다. 그리고 누군가를 미워하는 감정 아래에는, 자신이 가장 무서워하는 스스로의 모습이 있다.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사람의 모습은, 무언가를 얻지 못하면 죽을 것 같은 사람을 바보같이 느껴지게 만드니까.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면 안 되는데, 완벽한 내가 되어야 완벽한 사랑을 받을 수 있는데- 너는 왜 나처럼 사랑을 갈구하지 않는 거야? 난 그렇게 하면 아무 가치도 없는 사람이 된단 말이야.
재밌는 것은 그렇다고 소정의 부모가 사랑을 충분히 주지 않은 것이 아니며, 해민의 부모가 사랑을 언제나 넘치게 준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크기의 사랑만 받을 수 있다. 이 크기는 스스로를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 생각하는 정도와 같다. 즉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늘 우리는 사건이 머리를 도끼로 내리치듯 충격을 받아야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는 법이니까.
채팅방이라는 도끼가, 아이들의 어떤 부분을 내려쳤을지 궁금한 분들은 읽어보시기를-.
#본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오늘의 의뢰 : 너만 아는 비밀
김성민 作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