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하게 외로워 본 사람, 외로움을 말하는 것도 지겨웠던 사람
발표는 첫 도입부만 들어도 수준을 알 수 있다. 책 또한 처음 몇 페이지에서 느낌이 온다. 내가 이 책을 좋아하게 될 거라고.
첫 세 페이지를 읽는 순간, 처음 들어보는 이 작가에게 호감을 가졌다. 이유는 별 게 없었다. 나와 비슷한 사람이라 느꼈기 때문이다. 지독하게 외로워 본 사람. 외로움을 말하는 것도 지겨워서 그저 담담한 어조로 자신의 일상을 적어나가는 사람. 당신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면, 그건 그 안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당신이 누군가를 유독 싫어하게 된다면, 그 또한 본인의 가장 숨기고 싶은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는 건 어떻게 보면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존재이지 않을까 싶다.
책 내용은 특별하지 않다. 주제로 따지면 오히려 흔한 에세이에 가깝다. 그러나 늘 에세이라는 것은 평범한 것을 평범하지 않게 풀어냄으로써 공감과 감탄을 준다. 그런 점에서 나는 하루키의 소설보다 에세이를 더 좋아하는 편이다. 소설에서는 그렇게 심오하고 글루미 한 분위기를 풍기던 것이, 에세이로 넘어오면 친해지고 싶은 아저씨가 되어버리니까. 조니 선이라는 작가도 그렇다. 소소한 내용을 나열하지만 깊은 공감을 넘어, 이미 내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심지어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각자 발화량의 시간을 체크하는 부분에서는 쾌재를 불렀다. 뭐야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었어? 분명 실제로 만났더라도, 우린 꽤 괜찮은 친구가 되었을 것이다.
세상은 외로운 사람을 작가로 만든다. 그리고 그런 작가의 글에서 우리는 위로받는다.
이렇게 돌고 도는 게 이치인 걸까, 그러니 그대- 삶에서 외로움을 마주하게 되었다면, 하던 일을 멈추고 바닷속으로.
#본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하던 일을 멈추고 바닷속으로
조니 선作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