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의 마지막 날. 나는 또다시 고향을 뒤로하고 서울로 향하는 KTX에 몸을 실었다. 움직이지 못하는 3시간의 시간은 꽤나 지루하다. 기차에서 잠을 잘 못 자기에 보통은 오래된 영화를 보거나 글을 쓰거나 증권사 레포트를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한참을 아이패드만 보다 문득 시선을 주위로 돌렸다. KTX의 가족석에 앉아본 적이 있다면 공감할 텐데, 좌석이 막혀있지 않기 때문에 꽤나 많은 사람들을 한 번에 관찰할 수 있다. 반대로 그들 또한 모두 나를 자유롭게 볼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아무튼 주변을 보는데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기차 안의 모든 사람들이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한 명도 빠짐없이.
포켓몬 중에 ‘파라스’라는 포켓몬이 있다. 이들은 진화하기 전까지는 게Crab 형태의 포켓몬이지만, ‘파라섹트’로 진화하게 되면 머리 위의 버섯이 뇌를 잡아먹은 후 육체를 조종한다. 햇살을 좋아하던 포켓몬은 진화 후에는 그늘 아래에만 앉아있는다. 생긴 것은 동일하지만 본체는 버섯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내 눈앞의 사람들의 본체는 누구인가. 휴대폰일까 사람일까.
현대사회에서 휴대폰은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마약이 되었다. 괴로운 일, 괴로운 출퇴근 시간, 괴로운 생각들을 피해서 손쉽게 유튜브의 세계로 도망친다. 인간의 고통은 사유와 철학에서 온다면, 고통을 없애는 것은 ‘생각을 하는 행동’에서의 도피로 해결할 수 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상태가 될 수 있다면, 혹은 네가 대신 생각해 줄 수 있다면… 그렇게 우리는 생각하는 행위를 그들에게 넘겨줌으로써 진화한다. 그렇다면 진화한 파라섹트는 본인이 버섯임을 인지하는가 혹은 자신이 여전히 게라고 생각하는가.
마침 눈앞의 아이패드가 나를 바라본다. “지금 네가 하는 행동과 생각, 네가 하고 있는 거 확실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