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증명 욕구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누구는 돈 주는 만큼만 일한다고 말하죠. 물론 존중합니다만, 저는 성취욕구와 자기 확신을 증명하기 위해 살아가는 편이라 그렇게 살아지지는 않습니다. 최근에 한 전문경영인 분과 ‘노인과 바다’ 책에 대해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저 같은 사람을 전형적인 한국의 High Performancer이라고 하더군요. 고성과를 위해 끊임없이 달리는 사람. 그러면서 덧붙여 물으셨습니다.
“노인은 불굴의 정신으로 거대한 청새치를 잡습니다. 그리고 죽은 청새치에서 나오는 피 때문에 상어에게 공격당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목숨을 바쳐가며 청새치를 지키려다 죽을 뻔하죠.
그렇게 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거대한 청새치의 살코기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저 뼈 뿐입니다.
노인의 이런 불굴의 정신은, 과연 그럴 가치가 있었습니까?”
그 순간 도끼로 얻어맞은 것처럼 말문을 잃었습니다. 가치가 있냐고요? 남은 것이 뼈인지 살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청새치를 잡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것, 죽은 청새치를 지키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것. ‘무언가를 포기하는 나’를 견딜 수 없기에, 몸을 내던지는 겁니다. 어쩌면 저와 노인이 잡으려던 것은 청새치나 상어가 아니라, 지키고 싶은 스스로의 모습이었죠.
그렇게 뼈와 함께 돌아온 노인은 무척 지쳐 보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뼈의 크기에 감탄을 하지만, 노인은 그딴 명예는 모르겠고 고단함에 혼자 집으로 들어가 잠을 청하죠. 이 모습이 행복해 보이나요? 그렇기에 다시 한번 묻습니다. 노인이 한 일은 그럴 가치가 있었습니까? 아니 사실 노인이 아니라 제 이야기죠. 저의 그 모든 애씀과 집착은 그럴 가치가 있었을까요? 스스로에게 되물어보게 됩니다. 그리고 어쩌면 계속해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다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모든 것이 전부 의미 없었다는 허무주의를 말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다만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넣으며 애쓰는 것이 익숙한 제가 더 행복해지기를 바랄 뿐이죠.
이 글을 쓰는 동안 꽤 많이 울었습니다. 아마도 너무 오래 몸을 내던졌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