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안된다고 했던 프로젝트가 있었다. 전임자는 도망쳤고, 이전 데이터는 개판이었고, 공장은 힘든 작업을 반복해야 했기에 방어적이었다. 반복되는 실패에 1년간 휴가를 반납하던 어느 날, 이상하게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부터 누굴 만나면 ”이건 된다“고 가스라이팅을 시작했다.
공장에 가면 밥도 안 먹고 반장님 옆에 붙어있었다. 이 프로젝트가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가치 있는 일인지, 그리고 죄송하다고, 제발 한 번만 더 해 보자고, 수 없이 허리를 굽히고 손을 비비며 따라다녔다. 한참 어린 여자애가 이러고 다니니 안타까워 보였는지, 나중에는 ”이거 성공하면 보너스 나오는 거야? “ 라며 못 이기는 척 다 해주셨다. 하루 종일 밥도 안 먹고 현장에만 있으니, 챙겨 먹고 오지 않으면 라인을 멈춰버릴 테니 당장 식당으로 꺼지라는 말도 들었다.
그렇게 고군분투하던 어느 날 드디어 최종고객에게서 OK 승인이 떨어졌다. ”너희 회사 잘하는 줄은 알았지만, 이건 확실한 기술력 우위다 “라는 평가와 함께. 경쟁업체는 원료업체한테 우리 회사에만 특별한 재료를 준거 아니냐고 몇 번이나 확인했다고 한다. 그리고 고객에게 합격레터를 받은 그날, 세 명의 공장 반장님들께 길게 메일을 썼다. ”덕분에 최고를 만들 수 있었다고, 흘려주신 땀들을 잊지 않겠다고, 그리고 다음에는 새로운 거 또 들고 올게요“. 그리고 ‘다시는 얼씬도 하지 말라는’ 답장이 정확히 세 통 도착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프로젝트가 성공했다고 그렇게 편지를 받아본 건 처음이셨다고 했다.
파트장님은 늘 나에게 길을 찾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사실 나는 무언가를 그저 믿었을 뿐이었다. 반장님들께 편지를 보낸 것도, 믿음에 동참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의미였으니까. 나는 늘 무언가를 믿었고, 그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거봐 세상 생각한 대로 돌아간다니까?” 삶의 마지막에 이 말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