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7. 모두가 안된다고 했던 프로젝트가 있었다

by 시루

모두가 안된다고 했던 프로젝트가 있었다. 전임자는 도망쳤고, 이전 데이터는 개판이었고, 공장은 힘든 작업을 반복해야 했기에 방어적이었다. 반복되는 실패에 1년간 휴가를 반납하던 어느 날, 이상하게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부터 누굴 만나면 ”이건 된다“고 가스라이팅을 시작했다.



공장에 가면 밥도 안 먹고 반장님 옆에 붙어있었다. 이 프로젝트가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가치 있는 일인지, 그리고 죄송하다고, 제발 한 번만 더 해 보자고, 수 없이 허리를 굽히고 손을 비비며 따라다녔다. 한참 어린 여자애가 이러고 다니니 안타까워 보였는지, 나중에는 ”이거 성공하면 보너스 나오는 거야? “ 라며 못 이기는 척 다 해주셨다. 하루 종일 밥도 안 먹고 현장에만 있으니, 챙겨 먹고 오지 않으면 라인을 멈춰버릴 테니 당장 식당으로 꺼지라는 말도 들었다.



그렇게 고군분투하던 어느 날 드디어 최종고객에게서 OK 승인이 떨어졌다. ”너희 회사 잘하는 줄은 알았지만, 이건 확실한 기술력 우위다 “라는 평가와 함께. 경쟁업체는 원료업체한테 우리 회사에만 특별한 재료를 준거 아니냐고 몇 번이나 확인했다고 한다. 그리고 고객에게 합격레터를 받은 그날, 세 명의 공장 반장님들께 길게 메일을 썼다. ”덕분에 최고를 만들 수 있었다고, 흘려주신 땀들을 잊지 않겠다고, 그리고 다음에는 새로운 거 또 들고 올게요“. 그리고 ‘다시는 얼씬도 하지 말라는’ 답장이 정확히 세 통 도착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프로젝트가 성공했다고 그렇게 편지를 받아본 건 처음이셨다고 했다.



파트장님은 늘 나에게 길을 찾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사실 나는 무언가를 그저 믿었을 뿐이었다. 반장님들께 편지를 보낸 것도, 믿음에 동참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의미였으니까. 나는 늘 무언가를 믿었고, 그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거봐 세상 생각한 대로 돌아간다니까?” 삶의 마지막에 이 말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