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6. 파트장님의 애정표현은 밥이었다

by 시루

파트장님의 애정표현은 밥이었다. 상무님의 핵심 키맨이었던 파트장님은, 옆 팀 과제가 너무 안되고 있으니 네가 가서 해결하라는 지시에, 그럼 나를 데려가겠다고 말했다. 갑자기 옮기게 된 팀. 심지어 우리가 왜 왔는지 뻔히 알고 있으니 그 팀 리더는 우리가 마음에 들 리 없었다.



신기하게 그 팀은 다 같이 점심을 먹지 않고 두세 명씩 무리 지어 따로 먹었는데, 파트장님은 그걸 보더니 나를 데리고 둘이서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아니 먹어주셨다. 파트장님은 원래 점심을 드시지 않는다. 입사 후 몇 년 동안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귀찮아” 라며 과자나 소시지 같은 걸로 자리에서 때우는 전형적인 INTP의 사람.



사실 나는 얼굴이 두꺼운 편이라 기존 팀 사람들에게 “저도 끼워주세요ㅎ” 라며 같이 밥을 먹을 수도 있었지만, 매번 밥 먹으러 가자는 파트장님의 마음을 알아서 ‘괜찮으니 자리에 계셔도 된다’는 말을 굳이 하지 않았다. 그렇게 다른 선배가 팀으로 넘어와 자연스럽게 같이 밥을 먹게 될 때까지, 파트장님과 둘이서 밥을 먹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거창하고 화려한 표현보다 이런 애정에 늘 약했다. 밤에 커피를 못 마시는 나를 위해 끓여주던 히비스커스티 같은 것들 말이다. 쉼표를 많이 쓰는 내 말투가 스며들어 어느새 그의 문장에 자주 찍혀있는 콤마 같은 것들 말이다. 나를 무너뜨리는 건 매번 이런 것들이었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