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의 노른자와 흰자 사이에는 얇은 막이 있다. 서로의 경계가 흰색과 노란색의 차이만큼 뚜렷한 곳. 선명한 노른자가 가운데 박힌 프라이를 만들기 위해서 흰자가 섞이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계란을 깨는 행위처럼, 학교는 예의를 갖춘 냉정함과 조용한 무관심이 존재하는 곳이었다.
반대로 병원 직원 식당은 마치 거대한 스테인리스 믹싱볼 같았다. 오른쪽에 의사, 왼쪽에 요양보호사가 실습생인 나를 사이에 두고 격의 없이 오늘의 반찬 품평회를 여는 장면은 상상해보지 못한 그림이었다. 그 예상 밖의 자연스러움에 나도 모르게 “오늘 오이지무침은 더 꽉 짜야할 것 같아요"라고 끼어들 뻔했다. 그 와중에 한가롭게 스마트폰을 하며 군중 속의 혼밥을 즐기는 요양원 공익 청년에게 아무도 버릇없다며 등짝을 날리지 않는 것도 신선했다. 수간호사와 원무과 직원이 너나들이할 때는 초등 동창회에 와 있는 줄 알았다. 병원의 점심 식사시간은 거품기를 마구 돌리며 계란을 휘젓는 소리만큼 요란했다.
병원에도 당연히 경계는 있다. 그러나 흰자와 노른자 사이의 얇은 막이 마치 삼투압이 일어나듯 쑥 뚫리는 순간 또한 있다. 왁자지껄하게 섞여 시덥잖은 농담과 우격다짐으로 섞이다가 다시 자신의 색깔을 찾아 업무에 몰입하는 모습은 고상하지는 않지만 인간미가 있다.
늘 한쪽 목구멍에 걸려 있던 무언가가 병원에서 쑥 빠지는 느낌이었다. 실습생과 정규 직원 간의 격차보다 더 큰 괴리감이 학교에서는 있었다. 시험을 보고 합격한 사람들의 프라이드가 견고한 장벽을 만들어 낸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게 꼭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노력과 성공에 대한 보상은 당연히 주어져야 하는 거니까. 그러나 마치 프라이의 노른자, 흰자처럼 지나치게 균질한 구성원끼리 나눠진 집단은 좀 삭막하고 재미없다. 요양병원의 식사 시간은 반찬이 매일 채소와 푸성귀가 나와서 좀 힘들었지만 그것 말고는 새롭고 떠들썩하고 유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