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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플리트 언노운>, 밥 딜런으로 빚은 60년대의 혼란

제임스 맨골드, <컴플리트 언노운(2024)> 리뷰

by 새시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2016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밥 딜런'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 중 현재까지도 유일한 음악가이다. 본 작품 <컴플리트 언노운>은 음악사적으로 이렇게 높은 위치에 오른 ‘밥 딜런(티모시 샬라메 분)’의 데뷔에서 1965년 ‘뉴포트 페스티벌’ 공연까지를 다룬 작품으로, 많은 것들이 해체되고 재정립되었던 혼란스러운 60년대를 그의 음악과 함께 따뜻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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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정되고 싶지 않은 천재


영화 내내 '밥 딜런'은 규정되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인다. 첫 연인인 '실비(엘 패닝 분)'와의 첫 만남에서, ‘자아를 되찾는다’는 ‘실비’의 표현에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대표적이다. ‘밥’은 이에 대해 ‘자아’는 되찾는 것도, 좋은 쪽으로 변화하는 것도 아니며 그저 변하는 것이라 말한다. 이러한 언급은 초반부 ‘밥 딜런’이라는 캐릭터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계속 언급된다. ‘실비’가 그에게 과거에 대해 알고 싶다고 하자 과거는 현재를 규정할 뿐이라며 거부감을 드러내는 장면과 초반부 ‘피트 시거(에드워드 노튼 분)’가 그에게 ‘포크 가수’냐고 물어보는 질문에 대해 ‘딱히 정하지는 않았다’는 대답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모습은 이러한 규정에 대한 이러한 거부감은 그의 천재적인 음악 재능과 함께 놀라운 음악을 만드는데 일조하지만, 그만큼의 혼란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그의 노래 ‘Blowin' in the Wind’의 구절처럼 그는 바람처럼 흘러가는 듯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핵미사일이 곧 미국 동부를 타격할 수도 있다는 보도가 빗발치던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이로 인해 패닉에 빠졌던 뉴욕에서 그저 무대에서 노래를 하는 ‘밥 딜런’의 모습은 이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조안’의 시선으로 보는 이러한 혼란 속 상황에서, 그저 노래를 하는 그의 모습은 이어지는 그들의 키스와 함께 낭만적이지만, 그만큼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또한, 이러한 만남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모습은 ‘실비’에게 큰 상처를 주기도 한다.


영화의 초반부가 규정에 반감을 가진 ‘밥 딜런’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소개였다면, 중후반부는 자신이 강화시킨 규정에까지 맞서는 그의 모습을 보여준다. 2집과 뒤이은 앨범들의 성공으로 ‘밥 딜런’은 포크계에서 대스타가 되지만, 그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기대감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러한 기대는 결국 그에 대한 규정이기 때문이다. 그는 그저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싶지만, ‘포크’의 순수성을 추구하는 이들은 이를 좋게 보지 않는다. 당시 포크 음악에서 터부시되던 전자 기타를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실비’와 ‘조안’을 포함한 주변인들이 그를 떠나기 시작한다. 천재인 그는 바람처럼 흘러가며 살아가고자 하였지만, 주변인들은 ‘실비’의 말처럼 이러한 천재가 돌리는 ‘접시’가 되는 것에 지쳐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포크의 순수성을 주장하는 관객들이 가득한 ‘뉴포트 페스티벌’에서 야유와 환호를 모두 받으며 공연을 완료한다. 결국 그는 극이 끝날 때까지 규정되는 것을 거부하며 혼자서 나아간다. 혼자서 오토바이를 타면서 달리는 엔딩 장면은 이러한 그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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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란스러운 60년대를 대표하는 캐릭터


<컴플리트 언노운> 내에서 보여주는 ‘밥 딜런’의 모습은 혼란스러운 60년대의 의인화에 가깝다. 영화는 60년대를 혼란스럽게 묘사한다. 반전과 인종 차별 철폐를 요구하는 시민운동이 내내 등장하고, ‘쿠바 미사일 사태’의 긴박함을 그려낸다. 합리성을 의심하는 포스트 모더니즘이 등장하는 60년대를 대표하는 ‘밥 딜런’의 존재도 이와 비슷하게 혼란스럽다. 천재로서 포크 음악계에 갑자기 등장하며 스타덤에 오르지만, 자신이 대표하는 포크 음악계가 터부시 하던 방식으로 혁신을 추구한다. 인간적으로도 비슷하다. 갑자기 등장하며 사랑을 속삭이지만, 하나의 사랑에만 정착하려 하지 않고 상처를 준다. ‘밥’의 말처럼, 그에게 자아는 되찾는 것도 좋은 쪽으로 바뀌는 것도 아닌 그저 흘러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느낀 혼란처럼, 그의 주변 인물들도 혼란을 느낀다. 이는 극후반부 ‘실비’가 그를 떠나며 천재가 돌리는 ‘접시’로 사는 것에 지쳤다는 이야기로 대표된다. 60년대라는 시대가 마냥 좋은 쪽으로만 변하지는 않고 흘러갔듯 그 시절의 그도 그렇게 흘러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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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년대에 따뜻하게 젖게 하는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은 이러한 ‘밥 딜런’의 캐릭터와 노래, 그리고 따스한 색감을 활용해 관객으로 하여금 60년대에 포근하게 젖는 듯한 느낌을 제공한다. 혼란스러운 당대의 분위기와 상반되게, 작품은 내내 따뜻한 색감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마치 그 시대를 추억하는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밥 딜런’의 명곡들을 비롯한 당대 포크 가수들의 음악은 이러한 분위기를 배가시킨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쿠바 미사일 사태’에서 등장하는 ‘검은 토요일’인데, ‘조안’의 시점에서 작품은 당대 뉴욕에서 벌어지는 대혼란을 긴박하게 그려낸다. 하지만, 이러한 혼란 속에서 우연히 향하게 된 클럽에서 평온하게 관객 앞에서 노래하는 ‘밥 딜런’의 모습을 보는 순간 혼란이 낭만성을 띄기 시작한다. 어쩌면 마지막 날일지도 모르는 시기에 펼쳐진 낭만은 그들의 키스로 완성되고, 평온하게 아침을 맞으며 혼란은 끝나고 낭만만 남는다. 이후 ‘실비’와의 관계에 는 더 큰 혼란이 일겠지만, 작품은 이렇게 혼란스러운 낭만을 관객에게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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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플리트 언노운>은 혼란스러운 60년대를 ‘밥 딜런’이라는 소재를 통해 관객에게 따뜻하게 경험시키는 작품이다. 그의 굉장한 음악을 듣다 보면 금세 지나가는 140분은 많은 생각거리를 남기지는 않지만, 당대의 분위기를 여운으로 짙게 남기는 좋은 작품이다.




*P.S.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의 분위기에서 묘하게 '마이크 밀스'가 연출한 2017년 작품 <우리의 20세기>가 생각나서 글을 쓰면서 확인해 봤더니, 본 작에서 '실비' 역을 맡았던 '엘 패닝'이 두 작품 모두 비중 있게 출연하더라. 비슷한 분위기의 작품에 등장하는 같은 배우를 보는 것은 꽤나 묘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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