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어스 오나,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2025)> 리뷰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무려 17년 간 지속되고 있는 현재 최대 규모의 슈퍼히어로 프랜차이즈 세계관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는 현재 다소 부침을 겪고 있는 시리즈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 시리즈의 근본 캐릭터인 ‘스티브 로저스’의 ‘캡틴 아메리카’ 이후의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가 등장하게 되었는데, 이를 다룬 작품이 바로 본 작품,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이다. 이렇게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고 제작된 본 작품은, 많은 재촬영과 재편집이 있었다고 하지만, 나름대로 무난한 작품으로 완성되어 시리즈의 팬들이 이후 MCU에 대한 기대감을 이어갈 수 있게 만든 작품이다.
본 작품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는 새롭게 '캡틴 아메리카'가 된 '샘 윌슨(앤서니 매키 분)'의 이야기이다. 여태까지의 MCU에서 기존 '캡틴 아메리카'의 사이드킥인 '팔콘'으로 오랫동안 등장하였고, 그를 주인공으로 다루었던 드라마 <팔콘과 윌터 솔저>가 있었기에 세계관에 관심이 있던 관객들이라면 대부분 익숙하게 받아들일 캐릭터인 ‘샘 윌슨’은 그러한 이유로 본작에서는 캐릭터 소개가 아닌 자아 찾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본 작품은 이전 ‘스티브 로저스’의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의 첫 작품인 <퍼스트 어벤져>보다는 2번째 작품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의 역할과 유사한 면을 보인다. <퍼스트 어벤져>는 ‘캡틴 아메리카’라는 캐릭터를 소개하는 작품인데, ‘샘 윌슨’은 이전 작품들의 사이드킥 출연으로 따로 거창한 소개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대신, ‘샘 윌슨’의 ‘캡틴 아메리카’로서 의미를 찾는 일에 집중한다. 그는 강화 인간이 아니며, 그러기에 가장 강한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캡틴 아메리카’는 시리즈 내내 가장 강한 존재가 아닌, 맨 앞에서 방향을 제시하고 이끌어 가는 존재였다. 작품은 내내 ‘샘 윌슨’의 ‘캡틴 아메리카’를 통해 그가 이러한 역할을 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작품 내내 전쟁을 막아내려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과, 마지막 ‘레드 헐크’와의 싸움에서 힘이 아닌 마음으로 이긴 부분에서 잘 드러난다. 이를 통해 작품은 작품 자체를 넘어 시리즈적으로도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의 존재 의의를 정의해 내는 데 성공하였다.
본 작품의 큰 틀은 나름대로 매력적이다. 오래전 시리즈에서 떡밥만을 남기고 사라진 악역들을 다시금 등장시켜 활용한 점부터, 이를 통해 세계관의 국제 정세를 보여주는 부분이 인상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또한,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행동의 당위성과 자체적인 매력들 역시 나쁘지 않다. 하지만, 각본의 세밀한 부분은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작품의 메인 빌런인 ‘새뮤엘 스턴스(팀 블레이크 넬슨 분)’의 능력이 편의주의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대표적인데, 천재적인 두뇌로 모든 것의 확률을 계산예 예측할 수 있다는 편의주의적 설정이 극의 각본을 다소 허술하게 느껴지게 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통령이 된 ‘썬더볼트 로스(해리슨 포드 분)’의 갱생은 사실이지만, 그가 자신이 옳다고 하는 행동을 하기 위해 대통령이 되려고 불법적인 구금 등의 불법적인 일을 오랫동안 행하였고, ‘새무엘 스턴스’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에 많은 무고한 이들이 희생되었다는 점을 고려하였는데도 정의의 상징인 ‘캡틴 아메리카’가 이를 너무 쉽게 옹호해 주었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졌다. 다만, 이러한 아쉬운 점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고, 각본에서 다소 ‘우당탕탕’이라는 느낌이 드는 정도였다.
작품 속의 미국은 실제 현재의 미국과 많이 다른 느낌을 준다. 세계관 속 미국의 대통령으로 선출된 ‘새디어스 로스’는 범지구적 협력을 내내 주장하고, 이를 위해 타국에게 저자세를 취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타이밍이 안 좋게도, 이러한 영화적 특징은 현재 도널드 트럼프가 집권한 미국의 태도와 정반대여서 많은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아다만티움'이라는 비대칭 전력에 버금갈만한 소재가 발견이 되었고, 우주적 침략이 실재한다는 점 등으로 인해 세계관 속 국제 정세가 현재의 실제 국제 정세와 다르기 때문에 각본적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캐나다 총리를 주지사로 취급하거나, 그린란드를 자국의 영토에 편입시키려는 등 강경책을 추진하는 현 미국의 모습을 보니 다소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다만 이로 인해 (특히 해외에서) 작품의 평이 안 좋게 평가되는 부분은 아쉽다.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는 최근 여러 작품의 부진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MCU가 전성기 시절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티가 많이 보이는 나쁘지 않은 작품이다. 작품 내에서 여러 번 ‘어벤저스’의 재결성이 언급된다는 점을 이들의 구심점 역할을 할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에서 언급한 점은 과거의 영광을 다시금 되찾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도 읽힌다. 시리즈의 팬으로서, 과거 전성기 시절에 버금갈만한 작품들이 계속 나와 시리즈를 더욱 오래갈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