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바르트 베르거 <콘클라베(2024)> 리뷰
현대 사회는 많은 갈등들로 가득한 사회이다. 이러한 많은 갈등은 서로의 이야기를 듣지 않음에서 온다. <콘클라베>는 교황을 뽑는 선거인 ‘콘클라베’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인간적인 정치극을 그려낸 작품이다. 본 작품은 이를 통해 이러한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라는 이야기를 ‘콘클라베’라는 종교적 요소를 활용하여 이야기한다.
<콘클라베>는 ‘교황 선출’이라는 종교적 소재를 사용한 정치극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종교 중 하나인 기독교의 수장을 뽑는 ‘콘클라베’를 무대로 펼쳐지는 암투를 그려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콘클라베>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비장하고 성스러운 느낌을 준다. 특히, 주인공인 ‘로렌스(레이프 파인스 분)’ 추기경단 단장의 행동 원리인 신앙심은 본 작품이 가진 종교적인 분위기를 완성시키는 요소이다. 이에 따라 작품이 진행되는 내 일어나는 폭탄 테러라는 현실적인 소재는 신의 분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콘클라베>는 유력한 교황 후보자들을 득표수라는 형태를 통해 제시하고, 주인공인 ‘로렌스’ 추기경단 단장이 마치 탐정처럼 그들의 죄를 밝혀 교황의 자리에서 멀어지도록 하는 과정을 반복해 그려낸다. 전체적으로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굉장히 종교적인데 반해 일련의 과정에서 추기경들은 굉장히 인간적으로 묘사된다. 주요 후보였던 ‘아데예미(루시언 음사마티 분)’ 추기경은 과거 어린 수녀와의 관계에 아이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당선권에서 멀어지고, 이후 주목받은 ‘트랑블레(존 리스고 분)’ 추기경은 돈을 주고 표를 매수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마찬가지로 당선권에서 멀어진다. ‘로렌스’가 지지했던 진보파의 대표 ‘벨라니(스텐리 투치 분)’ 추기경은 적은 인기로 당선권에 들지 못한다. 이렇듯 성직 최고위직을 뽑는 선거의 주요 후보자들은 그들에서 풍기는 중후한 분위기와 상반되게 각자의 ‘인간적’인 이유로 후보에서 멀어지고, 이는 작품의 웅장한 분위기와 다르게 허술한 정치극이 되어 관객에게 재미를 제공한다.
작품 초반, 주인공 ‘로렌스’ 추기경단 단장은 콘클라베 첫 연설에서 ‘의심’을 강조한다. 자신의 신념과 선택에 의심 없이 너무 과한 확신을 가진 이들은 만용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의 ‘의심’은 인간에 대한 ‘불신’이 아닌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라고 할 수 있다. 작품이 진행되는 내내,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은 후보들은 교황의 자리에서 멀어진다, ‘아데예미’ 추기경은 자신의 과거 잘못이 회개되었음을 의심하지 않아서 당선권에서 멀어졌고, ‘트랑블레’ 추기경은 자신의 행동의 도덕성에 의심을 품지 않아 당선권에서 멀어졌다. ‘벨리니’ 추기경은 자신의 욕망을 의심하지 않아 자신의 뜻을 스스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였다. 그에 반해 '베니테스(카를로스 디에스 분)' 추기경은 항상 모든 것을 의심하였다. 자신에게 있는 여성의 기관인 자궁이 성직자의 의무를 방해한다는 기존의 믿음을 의심하였으며, 이를 제거하라고 권유한 이전 교황의 뜻도 의심하였다. 이를 통해 하느님이 주신 신체를 훼손하지 않는 것이 옳다는 결론에 이르었고 그러한 몸을 가지고 모두의 인정을 받아 교황에 자리에 올랐다.
이는 갈등이 심화되는 현대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 작중에서 등장한 폭탄 테러는 자기 자신만이 옳다는 종교적 아집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작중 내내 등장하는 예복인 수단을 고정하는 목 부분의 이미지가 인상적이다. 콘클라베가 진행되는 내내, 옷을 고정하는 목부분은 마치 목줄과 같은 형상을 띠고 있다. 이는 주인공인 '로렌스' 추기경도 마찬가지인데, 이는 부족한 의심으로 인해 생각이 구속되어 있음을 상징한다. 유일하게 '베니테스' 추기경만이 목 부분을 느슨하게 매어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그가 유일하게 수많은 의심을 통해 열린 생각을 가졌다는 점을 상징한다. 비슷하게, 너무 덩치가 커 솔기를 열고 다녔다는 이전 교황도 마찬가지로 수많은 의심을 통해 올바른 길을 제시한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콘클라베>의 배경은 제목과 같이 콘클라베를 진행하는 '시스티나 성당'이다. 폐쇄적인 이곳은 폭탄 테러로 인해 생긴 천장의 구멍을 통해 외부와 연결된다. 폭탄 테러는 이슬람 세력에 의한 것인데, 같은 신을 공유하는 두 종교 간의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추기경들은 '베니테스'라는 가장 이상적인 후보자를 교황으로 선출한다. 이전까지 정치극으로 진행되던 콘클라베가 '하느님의 뜻'이라는 대의 하의 '선'을 선택한 순간이다. 작품은 이러한 방식으로 정치극 속에서도 '선'을 긍정하는 태도를 내내 보이는데, 다양한 이유로 선거에서 배제되는 후보자들을 마냥 악으로 묘사하지 않는 점이 대표적이다. 특히, '아데예미'랑 '벨리니'가 대표적이다, '아데예미'에게는 회개의 기회를 주었고 '벨리니'에게는 자신의 욕망을 돌아볼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이는 '베니테스' 추기경이 폭탄 테러 이후 말한 것처럼 '종교는 현재를 위해 존재한다'는 가치와 일치한다. 더 나아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수녀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로렌스'의 모습을 엔딩 장면으로 잡으면서 이데올로기의 틀에서 벗어나 밖으로 나아가는 교회의 모습을 통해 희망적인 이미지로 끝을 맺는다. 작품은 이를 통해 교회에, 더 나아가 세계에 '선'과 '희망'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보여준다.
<콘클라베>에서 여러 의미를 찾는 것에서도 나름의 재미를 느낄 수 있지만, 사실 <콘클라베>는 순수하게 재미있는 작품이다. ‘트랑블레’의 악행이 밝혀졌을 때, 그의 행위로 인해 먼저 당선권에서 멀어진 ‘아데예미’가 ‘유다, 배신자’라고 외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는 고상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추기경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활용한 유머다. 하나 이러한 재미를 즐기다 보면, 당연하게 여기던 많은 것에 대한 의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드는 좋은 작품이다.
* 제78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영국작품상, 각색상, 편집상 수상
*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색상 수상, 작품상, 남우주연상(레이프 파인스), 여우조연상(이사벨라 로셀리니), 음악상, 의상상, 편집상, 미술상 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