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카이 마코토 <너의 이름은.(2016)> 리뷰
우리는 매일 많은 인연을 쌓아가며 살아간다. 출근길 같은 객차에서 만난 사람들, 점심시간 음식을 주문하는 과정에서 만난 점원들 등등 모든 행동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인연을 만든다. <너의 이름은.>은 우리의 존재가 수많은 인연 속에 있다고 말하는 작품이자, 재난 등으로 인해 인연을 상실한 경험을 가진 이들을 처절할 정도의 간절함이 담긴 이야기를 통해 위로하는 작품이다.
작품에서는 '무스비'라는 개념이 내내 언급된다. 일종의 '인연'을 의미하는 이 단어는 한 개인과 이어지는 모든 인연을 의미하는데, 여기서의 인연은 우연이 아닌 신이 정한 필연적인 개념이다. 작중에서 두 등장인물들을 포함한 모든 이들은 이러한 '무스비'의 형태로 이어져 있다. 그중에서도 두 등장인물 '타키'와 '미츠하'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는 작품의 중심 이야기인데, 작품은 언뜻 '우연'으로 보였던 그들의 인연이 '필연'이었음을 드러내는 방식의 이야기 구조를 통해 모든 것에 그들의 인연이 서려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초반부, 그들의 몸이 바뀌는 장면에서 영화는 그러한 현상이 발생한 이유를 보여주지 않는다. 영화는 그들이 그러한 과정에서 가까워지는 것을 보여준 후, 서로에게 마음을 열 수 있도록 할 뿐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그들의 인연은 두터워진다. 그들의 인연이 충분히 두터워졌을 무렵, 영화는 충격적인 진실을 보여준다. '미츠하'와 그의 마을은 지구 옆을 스쳐가던 혜성에서 분리된 조각이 떨어져 파괴되었고, 수많은 희생자와 함께 죽었다는 진실을 말이다. 이러한 진실 속에서 그들의 인연이 필연이었음이 드러나는데, '미츠하'의 엄마와 할머니를 포함해 '미야미즈' 집안의 여성들이 '미츠하'처럼 한 남자와 몸이 바뀌는 현상을 겪었음이 밝혀지고, '미야미즈' 집안의 사당에 작품에 등장하는 혜성이 등장하는 부분이 그것이다. 이러한 필연을 완성시켜 주는 행위는 '미츠하'가 도쿄를 방문해 '타키'를 만나 머리끈을 전달해 주는 장면인데, 실제 시간으로 3년의 차이가 있기에 '타키'가 '미츠하'의 존재를 모름에도 그들의 인연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작품은 이러한 방식으로 그들의 인연이 필연이었음을 드러내며, 더 나아가 모든 것에 인연이 서려있음을 보여준다.
'타키'의 시점에서, '미츠하'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3년 전, '미츠하'의 시점에서 떨어진 혜성이 그의 마을을 파괴하였고 그 과정에서 죽음을 맞이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키'와 '미츠하'는 몸이 바뀌는 현상을 통해 인연으로 이어져있다. 그들 서로에게, 그들의 존재는 인연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다. '이토모리' 마을의 존재 역시 마을 출신 식당 사장의 기억으로 존재가 확인되는 것도 비슷하다. 이러한 인연은 많은 것을 바꾼다. 그들의 몸이 바뀌며 시작된 인연은, '미츠하'가 '타키'에게 머리끈을 전해주면서 이어지고 이를 인지한 '타키'가 '미츠하'를 구하기 위해 '미야미즈 사당'으로 가 '미츠하'의 타액으로 만든 술을 마시며 완성된다. 그들은 이렇게 시간을 거슬러 만날 수 있게 되고, '미츠하'와 마을 사람들의 존재가 다시금 있을 수 있게 해 준다.
이는 현실에서도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이다. 혜성 '티아마트'를 '미츠하'와의 인연을 인지하기 전에는 아름답게 느끼던 '타키'가 이후에는 다르게 느낀 것과 같은 맥락이다. 본 작품을 보고 많은 이들이 '동일본 대지진'과 '세월호 사건'을 떠올린 것은 희생자들이 다양한 형태로 우리 인연 속에 존재하였고, 그들의 존재를 마음속에서 기억하기 때문이다. 작품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린 것은, 인연 속에 있는 많은 이들을 구해낸다는 경험을 대신해서 제공하여 위로를 주었기 때문이다.
작품의 초중반부는 '인연'이 이어지고 쌓이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면, 후반부에는 이러한 인연에 닿고 구해 내기 위한 '간절함'을 다루고 있다. '미츠하'는 몸이 바뀌는 과정 속에서 '타키'의 삶을 경험하며 그에게 사랑을 느낀다. 이를 깨달은 '미츠하'는 '타키'와 닿기 위해 멀리 있는 도쿄로 향한다. 자신의 마음을 전해지는 못 했지만 이러한 간절함 속에서 자신의 머리끈을 전달해 인연을 이을 수 있게 한다. '타키'도 비슷하게 '미츠하'에게 사랑을 느끼는데, 그가 살고 있는 시대에는 '미츠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절망한다. 하지만 그는 그럼에도 '미츠하'와 닿기 위해 간절하게 노력하고, '미야미즈 사당'에 보관된 '미츠하'의 일부분(타액)이 담긴 '쿠치카미자케'를 마신 끝에 '미츠하'의 몸으로 들어가 운명을 바꿀 기회를 얻게 된다.
'미츠하'와 마을 사람들을 구하는 과정은 처절할 정도로 간절하게 그려진다. 노력 끝에 '미츠하'의 몸에 빙의된 '타키'는 모든 마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친구들과 처절하게 노력하지만 성공하지 못한다. '타키'는 해법을 찾기 위해 다시금 '미야미즈 사당'으로 가게 되고, '황혼의 시간' 속에서 둘은 서로를 만나게 된다. 짧은 만남 속 그들은 마음을 전하지만 서로의 이름을 전달하지는 못 한다. '이토모리' 마을을 구하는 역할은 '미츠하'에게 넘어간다. '미츠하'는 처절하게 달리고, 넘어져서 구르기까지 하며 마을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전과는 다르게 단호한 모습으로 아버지를 설득하여 결국 모든 이들을 구해낸다. 'Redwimps'의 곡 'Sparkle'과 함께 진행되는 이 부분은 처절할 정도로 강렬한 간절함 속에서 모두를 구해내는 장면을 그려낸다. 이는 상실의 경험을 가진 관객에게 위로를 제공하는 부분이다.
<너의 이름은.>은 인연과 그 인연에 얽힌 간절함을 통해 상실을 겪은 이들을 위로하는 작품이다. 일반적인 관객이 일본 애니메이션에 갖는 선입견을 다소 담고 있는 작품이지만, 굉장한 OST와 작화와 함께 놀라운 경험을 제공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호불호가 다소 갈릴 수 있겠지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 중에서는 가장 많은 이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