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국 <야당(2025)> 리뷰
영화에서 ‘적당히 나쁜 놈’은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나쁜 짓을 함에도 선을 지켜 관객들에게 큰 미움을 받지 않는 캐릭터가 ‘더 나쁜 놈’을 상대로 용감하고 바른 행동을 하는 경우 행동의 간극만큼 관객들에게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주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이런 장르는 오랜 시간 다양한 형태로 큰 인기를 이끌어냈다. <야당> 역시 비슷한 서사 구조를 가진다. <야당>은 이토록 익숙한 이야기가 가진 맛을 잘 보존하고, 연출과 편집으로 잘 버무려 관객들에게 큰 재미를 제공하는 작품이다.
* 아래부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야당>은 꽤나 재밌는 작품이지만 디테일적인 부분에서 아쉬운 점이 다소 느껴진다. 대표적인 부분은 ‘엄수진(채원빈 분)’의 사망 이후 그의 핸드폰의 있는 중요 자료를 악역 ‘조훈(류경수 분)’이 너무 쉽게 확인하는 장면이다. 목숨을 걸 정도로 중요하게 묘사되는 자료를 스마트폰의 잠금 기능도 없이 보관한다는 점이 상당히 황당하게 느껴졌다. 이를 포함해 몇몇 부분에서 아쉬움이 느껴졌는데, ‘구관희(유해진 분)’이 ‘이강수(강하늘 분)’이 선물한 라이터를 작품이 진행되는 내내 쓰고 있을 거라고 확신한 ‘이강수’의 판단이 와닿지 않았다는 점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다고 각본이 내내 아쉽게 느껴지는 않는다. 선한 약자와 적당히 악한 범죄자가 더 나쁜 높은 권력을 추락시키는 내용은 재미가 보장된 클리셰이다. 또한, 중반부 ‘오상재(박해준 분)’가 대기한다는 계획을 어기고 ‘염태수(유성주 분)’을 잡으러 가는 장면에서, 이로 인해 계획이 틀어진다는 일반적인 클리셰와 다르게 어찌 됐든 목표를 달성한다는 부분에서 클리셰를 비튼 것 같은 느낌을 준 것도 좋게 느껴졌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등장인물들 사이의 관계성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이강수’와 ‘구관희’ 사이의 관계성이다. 작품은 초반부 그들을 끈끈한 관계로 연출한다. 특히, ‘구관희’가 수감 중인 ‘이강수’를 따로 데려와 술을 주며 자신을 형이라 부르라는 장면에서 이러한 관계가 강하게 드러난다. 해당 장면에서 마약 조직의 정보를 제공하는 ‘야당’을 본격적으로 할 것을 ‘이강수’에게 제안하며, 형으로서 ‘마약은 절대 하지 마라’라는 충고를 건네는 ‘구관희’의 모습은 그들의 끈끈한 관계를 보여준다. 그로 인해 초중반부 ‘이강수’를 배신하며 그에게 마약을 잔뜩 놓으라는 ‘구관희’의 모습은 ‘이강수’에게 엄청난 배신감을 느끼도록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강한 관계성은 ‘이강수’가 ‘구관희’에게 하는 행동들의 당위성을 제공한다.
이러한 관계성은 ‘오상재’와 ‘엄수진’ 사이에서도 기능한다. 초반부 경찰 ‘오상재’는 ‘엄수진’을 ‘안전 보장’이라는 명목으로 설득해 마약 모임에 참여시켜 위치를 파악한 후 일망타진하고자 한다. 하나 그들은 검찰 세력인 ‘구관희’와 ‘이강수’의 개입으로 실적을 빼앗기게 되고, ‘엄수진’ 역시 거기에 얽혀 들어 마약 사범으로 넘겨지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마약 파티의 주동자인 재벌 2세 ‘조훈’이 자신의 지위를 통해 ‘구관회’를 설득해 자기 세력으로 만들고, 마약 모임을 은폐하기 위한 과정에서 ‘오상재’도 뇌물수수라는 누명을 쓰고 구속당한다. 작품은 이러한 과정에서 생긴, ‘엄수진’을 향한 ‘오상재’의 미안함을 통해 그들의 관계성을 빚어내고, 이는 이후 ‘오상재’가 하는 용감한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한다.
<야당>은 ‘나쁜 놈이 더 나쁜 놈을 잡는다’라는 익숙한 플롯을 띠고 있다. 이러한 플롯은 오랜 시간 다양한 작품으로 번안되었을 정도로 인기 있는 플롯이다. 이러한 플롯이 오랜 시간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본 작품에서는 ‘나쁜 놈’에게도 선한 마음이 있고 그렇기에 많은 이들은 선하다는 관객들의 믿음을 이유로 들 수 있다. 즉 세상은 다수의 ‘선’과 약간의 ‘악’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믿음은 결국 세상은 선한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희망으로 이어진다. ‘무단 횡단을 하는 사람이 길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갔다’는 ‘주호민’ 작가의 말과 같이, 작 중의 ‘이강수’ 같은 '적당히 나쁜 놈'들을 포함한 많은 이들에게 선한 마음이 내재되어 있기에 결국 세상은 선한 방향으로 간다는 희망은 결국 많은 이들의 바람이다. 결국, <야당>을 포함한 비슷한 류의 작품은 이러한 바람을 충족시켜 관객들에게 희망찬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야당>은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느낌을 주지만, 그만큼 보장된 즐거움을 주는 작품이다. 특출 난 각본은 아니지만, 그만큼 익숙한 재미를 제공한다. 이러한 익숙한 각본과 어우러진 빠른 전개와 속도감 있는 편집은 확실히 영화를 재밌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비슷한 류의 작품을 좋아한다면 <야당>도 아마 상당히 재밌게 느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