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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더볼츠*>, 실패자가 아닌 완벽하지 않은 이들의 힘

제이크 슈레이어 <썬더볼츠*(2025)> 리뷰

by 새시


모든 게 빠르고 자극적인 현대 사회는 화려해보이는 외관과 다르게 어두운 내면을 가지고 있다. 현대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겉보기에는 다들 소위 ‘갓생’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많은 이들은 각자의 고민을 안고 살고 있다. 그러한 고민은 내면을 병들게 한다. 현대인의 마음 건강이 안 좋다는 것은 이제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썬더볼츠*>는 이러한 고민을 안고 있는 주인공들이 우당탕탕 만들어가는 연대를 그려내면서, 이를 통해 서로와 스스로를 치유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 아래부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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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허함이라는 공통된 감정으로 공감을 이끌어낸다.

<썬더볼츠*>는 작품이 진행되는 내내 ‘공허함’을 언급한다. 오프닝 장면에서 주인공인 ‘옐레나(플로렌스 퓨 분)’가 언급하며, 각자의 사연을 가진 다른 등장인물들도 각자의 공허함을 가지고 있다. 작품의 메인 빌런인 ‘센트리(루이스 풀먼 분)’ 역시 압도적인 물리적 무력과 별개로 과거 학대 경험으로 인해 생긴 트라우마로 인한 정신적 고통으로 강한 공허함을 느끼고, ‘공허함’을 실체화한 또 다른 모습인 ‘보이드’로 각성하여 뉴욕 전체를 ‘공허함’으로 덮어낸다.


작중 뉴욕의 시민 전체가 ‘보이드’의 능력으로 검은 그림자의 형태로 변하는 장면은 작품의 등장인물 뿐 아니라 현대의 많은 이들이 공허함을 느낀다는 점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작품은 ‘연대’를 통해 이러한 공허함을 극복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비슷한 공허함을 느끼는 관객들에게 그들 역시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를 주며 공감을 이끌어낸다. 작품은 이렇게 정신 건강을 본격적으로 다루어 작품만의 매력을 만드는 동시에 비슷한 아픔을 겪은 이들을 위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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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패자들이 아닌 단지 완벽하지 않은 이들일 뿐

작중에서 주인공들을 이용하고 배신한 ‘발렌티나(줄리아 루이드라이퍼스 분)’은 주인공 일행을 ‘실패자’라 규정한다. 실제로, 그들은 각자의 실패를 겪은 이들이다. ‘옐레나’는 ‘블랙 위도우’라는 암살자 집단의 일원으로 어린 시절부터 세뇌당해 여러 나쁜 일을 행하고, ‘존 워커(와이엇 러셀 분)’는 2대 ‘캡틴 아메리카’로 임명되지만 강화 혈청을 맞은 후 자신 내면의 악을 이겨내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며, ‘고스트(해나 존케이먼 분)’ 역시 생체 실험의 희생자로 이로 인해 악행을 저지르는 시기를 겪었다. ‘레드 가디언(데이비드 하버 분)’ 역시 소련 소속 강화 인간으로 활동하지만 소련의 멸망 이후 마땅한 일을 수행하지 못 하고 숨어지내는 신세이다.


하지만 작품은 그들이 실패자가 아닌 단지 완벽하지 않은 이들이라 말한다. 동시에, 완벽하지 않기에 서로를 이해하며 연대해 세상을 구해내는 모습을 그려내기도 한다. 영화는 완벽하지 않은 이들의 완벽한 팀워크를 통해 꼭 완벽할 필요는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동시에 완벽하지 않음에서 오는 매력을 작품이 진행되는 내내 알차게 그려내는데, 작품 대부분의 유머가 이러한 내용을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심지어 악역인 ‘발렌티나’조차 완벽하지 않은 모습을 내내 보여주지만, 미워할 수만은 없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 부분은 작품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자 그들이 ‘실패자’가 아닌 ‘완벽하지 않은 이들’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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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CU에 대한 기대감을 다시금 끌어올리는 작품

<썬더볼츠*>는 한동안 아쉬운 모습을 많이 보여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에 대한 기대감을 다시 올려줄 정도의 퀄리티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데드풀과 울버린>,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같은 최근작 중 나쁘지 않은 평을 받았던 작품이 이전 MCU 작품의 후광에 의존하였다는 점과 다르게 <썬더볼츠*>는 작품 자체적으로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특히 작품만의 독자적인 매력이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정신건강에 대한 심층적인 접근과 이를 이미지화 한 점, 그리고 이러한 정신적 아픔을 연대를 통해 해결하는 부분이 기존 MCU 작품에서 못 보았던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버키 반즈(세바스찬 스텐 분)'라는 기존 인기 캐릭터와 '옐레나' 등 비교적 신규 캐릭터의 팀업 무비게 조화롭게 구성되었다는 점도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이전 작들에 대한 의존 없이도 재밌게 관람할 수 있을 정도의 매력을 가졌으면서도, 이전 작들을 알면 더욱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심도있는 매력을 보여주는 본 작품은 시리즈물의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MCU에 대한 기대감을 다시금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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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더볼츠*>는 MCU 작품으로는 오랜만에 관람 후 큰 만족감을 준 작품이다. 특히, ‘공허함’을 비롯한 정신건강에 대한 본격적인 접근은 내면 세계를 이미지화해서 드러내는 표현 방식과 함께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과거 MCU의 많은 작품들이 특유의 매력을 뿜어냈었다는 점을 오랜만에 다시 느낄 수 있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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