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쿠글러 <씨너스: 죄인들(2025)> 리뷰
0. <씨너스: 죄인들>은 ‘블루스’와 ‘뱀파이어’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소재를 활용해 극한의 해방감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음악이 갖고 있는, 시공간을 초월한 해방의 감성을 강렬하게 뿜어내는 본 작품은 역설적으로 가장 억압이 강한 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서사를 풀어가는데 이를 통해 더욱 강렬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 아래부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씨너스: 죄인들>의 초반부는 억압과 차별이 일상적이던 당대 흑인 사회의 모습을 그려내는데 중점을 둔다. 주인공인 ‘스모크스택 형제(마이클 B.조던 분, 1인 2역)’는 강한 존재로 묘사되나, 그 역시 사회에서 소수 취급을 받는 흑인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목숨을 걸고 세계 대전에 참전까지 하였지만 주류에 편입될 수 없던 것이다. 이는 흑인에 대한 백인의 억압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기독교’로 대표되는 주류 문화가 토착 종교 혹은 블루스로 대표되는 소수 문화를 억압하는 모습도 그려내며, 흑인과 같이 유색 인종으로 구분되는 아시아계, 흑인의 피가 섞인 백인(메리, 헤일리 스테인필드 분)까지 등장하여 당대 행해지던 억압 가득한 분위기를 그려낸다.
2. 영화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한 중반부 술집에서의 공연 장면은 이렇게 쌓인 억압을 해소하는 부분이다. 이 장면에서의 주인공은 스모크스택 형제가 아닌 ‘새미(마일스 케이턴 분)’다. 초반부 ‘델타 슬림(델로이 린도 분)’ 등을 통해 실존하는 억압들을 목격하였고, 그 역시 아버지로 인해 자신이 사랑하는 음악을 그만두라는 억압을 받는 존재이다. 심지어 사촌 형인 ‘스모크’도 ‘새미’에게 음악을 그만두라고 압박한다. 그렇기에, ‘새미’가 만들어내는 무대는 무한하게 자유롭다. 영화는 이를 굉장히 인상적으로 그려낸다. 영화 오프닝에서 나왔던 ‘진실된 노래를 통하여 죽음과 삶의 경계를 허물고, 과거와 미래의 영혼을 불러낼 수 있는 이들이 있었다고 전해진다’라는 구절을 그대로 묘사하는 해당 장면은 미국 흑인들의 뿌리인 아프리카의 전통 음악과 현대 흑인 문화를 대표하는 장르인 힙합까지 시공간을 초월한 무대를 만들어낸다. 이는 초반부 내내 쌓였던 억압과 대비되어 굉장한 자유를 느끼도록 만드는 장면이며, ‘스택’과 ‘메리’ 등 많은 이들이 그들이 느끼는 억압에서 해방감을 느끼는 부분이 강렬하게 그려진 부분이다.
3. 해당 장면 이후 이어지는 주인공 일행과 ‘뱀파이어’들과의 전투는 억압받은 자들 간의 싸움이다. 영화에서 첫 번째 뱀파이어로 나오는 ‘레믹(잭 오코넬 분)’은 작중 그가 감염시킨 뱀파이어들과 아일랜드 민요를 부르는 장면을 통해 아일랜드계로 밝혀지며, 기독교로 인해 탄압받은 과거 아일랜드 토착 종교를 믿었던 인물로 그려진다. 그 역시 주류 문화에게 탄압받은 존재이라는 점이라는 것을 여기서 알 수 있으며, 그 역시 완전한 악은 아니라는 점도 알 수 있다. 실제로 작품은 ‘레믹’을 악인으로 규정하지 않는데, 그는 나름대로 세력을 키워 주류 문화에 대항하고자 하는 대의를 지녔기 때문이다. 뱀파이어들이 허락을 받지 못하면 술집이나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존재라는 점도 그가 가진 악인적인 느낌을 다소 희석한다. 이렇게 벌어진 그들의 싸움은 주류 문화에게 배척당한 소수 문화를 간의 다툼으로도 볼 수 있다. 시카고에서 훔쳐온 아일랜드산 맥주와 이탈리아산 와인이 각각 시카고의 범죄 세계를 양분하며 다투던 아일랜드 마피아와 이탈리아 마피아를 상징하듯이 말이다.
4. 그렇기에, 그들의 싸움 이후 생존자들이 각각 미국의 주류 문화를 정복하는 방식은 나름의 카타르시스를 준다. ‘스모크’는 ‘레믹’이 알려준 정보에 따라 KKK단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가 몰살시키고, ‘새미’는 ‘블루스’를 통해 주류 문화를 정복하였기 때문이다. ‘스모크’는 죽음의 순간에 먼저 떠난 아내와 자식을 만나는데, 삶이라는 억압 속에서 자유를 얻는 느낌을 주는 장면이다. ‘새미’ 역시 음악을 포기하라는 아버지의 설득을 내치고 기타를 든 채 음악을 하러 떠나며, 이후 전설적인 뮤지션이 된다. 늙은 ‘새미’는 자신 소유의 라이브 하우스에서 자신이 원하는 공연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하나, 그럼에도 ‘디지털 음원’에서 ‘진짜’의 맛이 안 난다는 ‘스택’의 대사에서 보이듯 자유를 느끼며 진심을 노래하던 술집에서의 몇 시간만큼의 자유는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는 그렇게 억압 속에서 강렬하게 전달되는 ‘블루스’라는 장르의 매력을 그려내며 ‘블루스’라는 장르가 추구하는 자유를 해방감 있게 표현한다.
5. <씨너스: 죄인들>은 ‘뱀파이어’라는 소재를 활용해 ‘블루스’에 대한 헌사를 전하며, 이를 통한 해방감을 강렬하게 전달하는 작품이다. 동시에 탄압받던 소수 문화에 대한 경의를 표하기도 하는 작품이다. 더 많이 알 수록 더욱 인상적으로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관련 문화를 잘 알지 못해도 상당히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좋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