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들린 섀러피언, 도미 시, 아드리안 몰리나 <엘리오(2025)> 리뷰
0. 픽사 스튜디오의 29번째 작품인 <엘리오>는 부모를 잃고 새로운 삶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주인공 ‘엘리오(요나스 키브레브 분)’의 이야기를 다룬다. 새로운 삶에 적응하지 못하여 지구를 떠나 우주로 가고자 내내 시도하는 ‘엘리오’가 실제로 우주에 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엘리오>는 ‘픽사’의 동어반복 같은 느낌이 있음에도 ‘우리는 혼자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인상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 아래부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엘리오>에서 아쉽게 느껴진 점은 픽사의 여타 작품과 차별 있는 느낌을 주지 못 했다는 부분이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방식이 다른 픽사 작품과 익숙하게 느껴지는데, 필자 같이 픽사 스튜디오의 작품을 열심히 챙겨보는 사람이라면 쉽게 느낄 여타 작품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작품의 초반부에서부터 전체적인 서사를 예상이 될 정도로 익숙한 느낌을 주는데, 다소 유치하게 느껴지는 서사와 대사 등이 이러한 아쉬움을 더욱 강하게 느껴지도록 한다. 또한 조연급 캐릭터들의 매력이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도 서사적 아쉬움을 더욱 크게 느껴지도록 하는데, 특히 ‘커뮤니버스’의 외계인 대사들의 매력이 너무 부족하게 느껴진다. 각 행성을 대표하는 굉장한 위치에 있으면서도, 위엄은커녕 겁쟁이로서의 모습만 보여주는 점에서 정이 떨어질 정도로 매력 없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2. 이러한 서사적인 측면과 캐릭터적인 측면에서의 아쉬움이 있음에도, <엘리오>는 꽤나 좋은 질문과 인상적인 답변을 내놓는 작품이다. 영화는 내내 ‘우리는 혼자인가’라는 질문을 한다. 작품은 미시적인 측면과 거시적인 측면에서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는데, 미시적인 측면은 주인공 ‘엘리오’의 서사가 담당한다. 주인공 ‘엘리오’는 부모를 잃고 고모랑 살게 되면서 굉장한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자신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이들이 모두 사라졌다고 믿기 때문이다. 고모인 ‘올가(조 살다나 분)’는 그런 ‘엘리오’를 이해하고자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이러한 외로움 속에서 ‘엘리오’는 지구를 떠나 우주로 가고 싶어 하며, 실제로 각 행성의 대표가 모인 ‘커뮤니버스’에 연락을 하여 우주로 가게 된다. 하지만, 그곳에서 오히려 자신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이들은 항상 곁에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자신을 이해 못 한다고 생각했던 ‘올가’ 고모가 언뜻 완벽해 보이는 가짜 ‘엘리오’의 정체를 파악하고 진짜 ‘엘리오’를 찾으려고 우주로 신호를 보내고 있는 모습을 보았을 때 ‘엘리오’는 이러한 점을 깨닫는다. 또한, ‘커뮤니버스’를 지키기 위해 간 ‘하이러그’의 우주선에서 만난 친구인 ‘글로든(레미 에드걸리 분)’을 구하기 위해 우주로 올라가는 장면에서도 이를 잘 보여주는데, 아마추어 무선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의 지원을 받으며 나아가는 모습이 이를 잘 보여준다. 호소다 마모루의 <우리들의 워 게임!>과 <썸머 워즈>가 생각나기도 하는 이 장면은 ‘우리는 혼자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는 미시적인 답변이다.
3. <엘리오>는 이러한 답변에 가족애를 더하여 더욱 따뜻한 답변을 만들어낸다. 이는 ‘엘리오’와 ‘글로든’의 서사에 모두 적용된다. ‘엘리오’는 ‘올가’ 고모가 자신을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완벽하다고 생각되는 가짜를 지구에 놓고 우주로 떠났지만, ‘올가’는 이상함을 눈치 내고 ‘엘리오’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올가’가 원하는 건 ‘완벽한 엘리오’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엘리오’였던 것이다. ‘글로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강함’을 숭상하는 ‘하이러그’에 어울리지 않게 평화를 좋아하는 ‘글로든’은 그로 인해 ‘하이러그’의 지도자인 아버지 ‘그라이곤 군주(브래드 가렛 분)’가 자신을 마땅치 않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들의 진심을 알게 된 ‘그라이곤 군주’는 진심으로 아들을 인정해 준다. 자기 자신의 본모습을 아무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두 아이 곁에는 그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가족이 있었던 것이다.
4. 거시적인 측면에서, ‘우리는 혼자인가’라는 질문은 ‘이 넓은 우주에서 생명체는 지구의 우리들 뿐인가’라는 질문으로 치환된다. 드넓은 우주에 지구에만 생명체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인류의 근원적인 외로움이다. 무한한 우주에 찍힌 보이지도 않는 작은 점만 존재할 때의 느낌이 그것이다. 그런 점에서 작품은 다양한 모습의 외계인들과 우정을 나누는 모습을 통해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답변을 준다. 우리가 드넓은 우주 속의 단순한 점이 아닌, 누군가와 이어지는 선 속의 일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엘리오>는 이렇게 근원적인 답변을 스크린에 그려내 뭉클한 감동을 준다.
5. ‘픽사 스튜디오’가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다는 느낌은 다소 있지만, <엘리오>는 ‘우리는 혼자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스크린에 잘 그려낸 괜찮은 작품이다. <코코>부터 ‘픽사’는 형광색을 잘 사용한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본 작에서도 여전히 잘 활용되어 영화 내내 인상적인 비주얼을 보여준다. ‘픽사’의 전체 작품을 통틀어 고점보다는 저점에 가까운 느낌이지만, 그럼에도 ‘픽사’는 여전히 ‘픽사’라는 느낌을 주는 좋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