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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길들이기>, 내재된 선에서 시작되는 이해

딘 데블로이스 <드래곤 길들이기(2025)> 리뷰

by 새시

0. <드래곤 길들이기>는 2010년도 제작된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당시에도 좋은 평을 받으며 드림웍스 스튜디오의 대표 시리즈로 떠오른 <드래곤 길들이기>는 실사화로 구현된 본 작품에서도 명성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준다. 애니메이션이 보여준 감동을 그대로 담았으면서도 실사화로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을 모두 담아낸 작품이다.


* 아래부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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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중후반, ‘히컵(메이슨 템즈 분)’은 자신을 구하려다 마을 사람들에게 잡혀가는 ‘투슬리스’를 바라보며 처음 만났을 때 그를 그냥 죽였으면 모든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후회에 빠진다. 이를 본 그의 친구 ‘아스트리드(니코 파커 분)’는 ‘히컵’에게 왜 그를 죽이지 않았냐고 묻고, ‘히컵’은 그냥 그러지 못했다고 답한다. 하지만 이어지는 되물음에 ‘히컵’은 ‘투슬리스’의 겁에 질린 눈빛 속에서 겁쟁이인 자신이 보여서 죽이지 않았다고 답하고, 이를 들은 ‘아스트리드’는 ‘히컵’은 ‘투슬리스’를 ‘못’ 죽인 것이 아닌 ‘안’ 죽인 것이라며 겁쟁이가 용감한 이라고 정정한다. <드래곤 길들이기>의 핵심 주제를 담고 있는, 다정함으로 세상을 구한다는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한 장면이 생각나는 이 장면은 세상을 더 옳게 만드는 것은 단단함이 아닌 강인한 부드러움이며, 남들의 시선만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시선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이자, 내재된 선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2. 이렇듯 <드래곤 길들이기>는 ‘이해’의 중요성을 말하는 작품이다. 주인공 ‘히컵’은 드래곤들과 항시 전쟁 중인 마을에서 유일하게 드래곤을 죽이지 않는 것을 선택한 인물이다. 이는 ‘투슬리스’의 겁에 질린 모습에서 역시 겁이 많던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았기 때문이다. 상대의 모습에서 자신을 본다는 ‘이해’의 행위를 통해 드래곤들은 사람을 해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모습에서, 이해는 다름을 받아들이고 서로를 해치는 복수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기초적인 요소라고 작품은 이야기한다. 동시에 이러한 ‘이해’를 만드는 요소는 ‘선’이며, 이는 모두에게 내재되어 있다는 것도 결말을 통해 따뜻하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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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서사적인 측면에서의 장점을 제외해도 <드래곤 길들이기>의 매력은 충분하다. ‘투슬리스’와 ‘히컵’이 함께 나는 것을 연습하는 장면과 그들을 고발하려는 ‘아스트리드’를 태우고 하늘을 나는 장면은 굉장한 스릴감과 쾌감을 제공하는 장면인데, 역동적인 연출로 마치 직접 하늘을 날아가는 느낌을 주며 동시에 하늘 높이 올라갔을 때의 쾌감을 전달하는 장면이다. 또한 ‘투슬리스’가 가진 치명적인 매력도 굉장히 크게 다가오는데, 작중 공포의 존재로 언급되는 ‘나이트 퓨어리’라는 이름이 주는 위압감을 그대로 살렸으면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히컵’에게 마음을 열어가며 보이는 원래의 귀여운 내면이 외면으로 새어 나오는 점이 굉장히 사랑스럽게 다가왔다. 또한, 자신을 희생하며 ‘히컵’을 구하려는 ‘투슬리스’의 따뜻한 마음과 의연한 의리도 강하게 느껴져 그의 매력을 더욱 강하게 와닿도록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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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드래곤 길들이기>는 워낙 고평가를 받았던 원작을 그대로 실사화하여 원작의 매력을 그대로 담아낸 작품이다. 특기할 시도가 없는 것이 아쉽게 느껴지는 이도 있겠지만, 원작이 가진 역동성과 감동을 실사로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다는 점만으로도 굉장한 매력을 담아냈다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동시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전 세계적인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시대에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에 대한 중요성을 따뜻하게 전달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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