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기 강, 크리스 아펠한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2025)> 리뷰
0. 몇 년 전만 해도 한국 문화는 한국인들만이 전유하는 문화였다. 일본 문화가 다양한 문화권의 작품에서 보이던 것과 다르게 우리 문화는 대한민국이란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 문화가 세계로 나아가기 시작하였고, 이렇게 한국의 K-POP을 소재로 활용해 외국 제작사가 영화를 제작하고, ‘넷플릭스’라는 외국 플랫폼을 통해 가장 주목받는 콘텐츠가 되어버렸다. 우리 문화가 이제 우리만의 문화가 아니게 된 것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이러한 인기에 걸맞게 매력적인 캐릭터 등을 활용해 상당한 재미를 주는 좋은 작품이다.
* 아래부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많은 이들이 주목했듯,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케이팝을 포함한 ‘한국 문화’의 디테일 있는 영상화이다. 작중 중요 무대로 등장하는 남산과 낙산 성곽길 등 서울의 아름다운 풍경을 애니메이션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이 별에 필요한>에서도 느꼈듯 굉장히 인상적인 경험이기 때문이다. 군무와 다이나믹한 춤 등을 통해 케이팝에 담아낸 각 캐릭터들의 매력도 굉장하고 비슷한 장르를 즐기지 않는 필자에게도 상당히 좋게 다가온 수록곡도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2. 작품은 이렇게 ‘아이돌’이라는 존재의 긍정적인 면을 다루지만, 동시에 이를 통해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가볍게 다루기도 한다. 작품의 주 서사인 ‘루미(분)’의 서사가 대표적이다. 작중 내내 ‘루미’는 결함과 두려움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두려워한다. 자신의 친구들을 포함한 모두에게 버림받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는 ‘아이돌’을 포함한 연예인들에게 공인으로서의 완벽함을 기대하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를 담고 있는 부분이며, 더 나아가 개개인의 개성을 터부시 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담고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미디어에서 연예인들의 정신 건강 문제가 자주 언급되며, 정신과 예약이 몇 주 정도 밀려있을 정도로 사회 전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친 이들이 많다는 상황이 이를 잘 보여준다. 다만, 최근에는 상당한 변화가 이루어진다는 점도 느껴진다. 미디어 등에서 개성 있는 연예인들이 주목받고, 길거리에서도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보인다. 이에 대한 시선이 전부 곱지는 않겠지만, 본 작품이 나오고 큰 인기를 얻는 것도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3.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캐릭터들의 매력을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룬 작품이다. ‘헌트릭스’ 3인방은 각각의 매력을 작품이 진행되는 내내 뿜어내고, ‘사자보이즈’는 군무로 대표되는 통일성으로 매력을 드러낸다. 흥미로운 점은 두 그룹이 보여주는 매력의 방식이 다소 다르다는 부분인데, ‘헌트릭스’는 각각의 개성이 잘 드러나도록 연출되었다면 ‘사자 보이즈’는 군무 등에서 볼 수 있듯 ‘허용된 범위 안에서의 개성’을 통해 매력을 드러낸다. 어떻게 보면 ‘개성’과 ‘몰개성’의 대비가 가볍게 느껴지지만, 둘 모두 큰 매력을 보여준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4.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매력 있는 소재와 캐릭터들을 디테일 있게 담아낸 재밌는 작품이다. 비단 한국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가 아니었어도 재미는 꽤나 있었을 작품이며, 작품 내 구현된 디테일한 한국 문화의 모습이 이러한 재미를 더욱 배가하는 작품이다. 다만,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제작 주체가 우리가 아니라는 점에서, 우리 것이 이제 마냥 우리만의 것이 아니게 되는 순간이 다가온다는 부분이 자랑스러우면서도 묘한 느낌을 준다. 어찌 되었든, 매력적인 캐릭터와 이야기로 인해서 후속작이 기다려지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