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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딸>, 담론을 덜어내 가족 영화로 안착한

필감성 <좀비딸(2025)> 리뷰

by 새시

0. 극장에서 예전만큼의 활기를 느낀 지가 오래되었다. 기본적으로 관객 수가 많이 줄었고, 가족 단위 관객은 그 이상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 작품 <좀비딸>을 관람하는 동안 잊히고 있던 극장의 활기를 느낄 수 있었다. 다양한 관객들에게서 날 것의 웃음과 울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좀비딸>은 이렇듯 다양한 관객층에게 반응을 이끌어내고 만족감을 주어 '가족 영화'라는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한 작품이다.


* 아래부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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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즈랜드', '타임 인 조선' 등 원작 웹툰의 작가인 ‘이윤창’ 작가의 작품들은 비극적인 상황을 주제로 다루면서도 유머를 많이 사용해 코미디에 가까울 정도로 무겁지 않은 느낌을 준다. <좀비딸>은 이러한 ‘이윤창’ 작가 특유의 색깔을 영리하게 담아낸다. 초반부 좀비 사태를 보여주는 진지한 장면에서 치와와와 틀니를 활용한 유머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고, 할머니 ‘밤순(이정은 분)’이 좀비가 된 손녀 '수아(최유리 분)'을 처음 만났을 때 방에서 깽판 친 것으로 오해한 후 효자손을 활용해 날렵하게 제압하여 분위기를 유머러스하게 끌어내는 점들이 대표적이다. 특히 두 번째 부분은 이후 공포의 대상인 좀비가 ‘밤순’을 무서워하는 계기로 활용되면서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끝까지 유지되도록 하는 요소임과 동시에 ‘수아’가 감정을 느낀다는 요소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단순한 유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이러한 요소들은 굉장히 비극적인 상황이 내내 펼쳐지는 극의 분위기를 너무 무겁지 않게 만들면서 동시에 서사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하는 동력을 자연스럽게 제공해 관객들이 극에 편안하게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2. 다만 본 작품은 원작에 담겨있는 주요 담론에 대한 고민을 배제한다.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의 분위기에서 묘사되는 '숭고한 부성애는 사회적 책임을 넘어설 수 있는가'라는 담론을 의도적으로 희석하기 때문이다. ‘정환(조정식 분)’이 좀비가 된 ‘수아’를 지키기 위해 마을에 숨기는 행동은 부성애에서 기반한 숭고한 행동이었지만, 그만큼 주변에 해를 끼칠 수도 있는 행위이다. 원작은 ‘수아’에게 공격당한 닭이 좀비화가 된다는 식의 묘사를 통해 위험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본 작품은 이러한 담론을 다루는 대신 ‘정환’의 부성애에 집중한다. 마지막 결말 부분의 차이는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인데, ‘정환’이 숭고한 부성애에도 불구하고 사회에 끼친 위험에 대한 책임을 일정 부분 감당하여 사망했던 것과 다르게, 영화에서는 이러한 책임을 정환의 마지막 대사 한 줄로만 묘사하고 생존하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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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러한 담론이 사라진 점은 아쉽다고 볼 수 있지만, 작품은 이를 통해 많은 이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가족 영화로서 기능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담론과 비극적 결말이 가져다주는 씁쓸함을 제거하여 보편적인 '부성애'라는 가치만 남겨두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본 작품은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는 가족 영화라는 방향성을 지향한다. 각색에서도 이러한 부분이 잘 드러나는데, ‘밤순’과 ‘수아’를 포함한 ‘정환’의 가족이 춤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는 점을 통해 ‘수아’에게 인간성이 남아있다는 점을 드러내는 부분과 ‘정환’이 ‘수아’의 옷을 가지러 원래 살던 집에 방문했을 때 ‘수아’의 환상이 ‘정환’ 앞에 나타나 원래대로 돌아올 테니 기다려달라고 말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다소 유치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장면이지만, 그만큼 가족애를 강하게 전달하는 영리한 각색이기도 하다. 관객석의 많은 이들이 본 작품의 감성적이 면에 호응한 점은 본 작품이 이러한 방향성을 꽤나 잘 구현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4. 다만 각본 자체의 완성도는 아쉽다. 별도의 조치를 취했다는 언급 없이 과거 살던 집이 온전히 보존되어 있다는 부분과, 아직 좀비로서 위험 소재가 있는 '수아'를 사람이 많은 놀이공원으로 데려간다는 부분은 감동적인 감정선을 제공하는 부분임에도 핍진성이 떨어져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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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좀비딸>은 원작에 대한 존중이 느껴지면서도 무겁지만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내내 유지하는 무난한 평작이다. 하지만 부성애와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 오는 담론을 제하여 모든 이들에게 보편적 공감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괜찮은 가족 영화이기도 하다. 성공적인 방향 설정을 통해 본 작품이 이끌어낸 극장의 활기가 계속 유지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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