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맥기건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2005)> 리뷰
0. 사랑은 숭고하다. 사랑은 누군가를 자신보다 더 위한다는 비합리적인 행동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도록 하며, 자신에게 한정된 세계를 누군가에게로 뻗어가도록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랑은 기본적으로 단방향이다. 우리 모두는 기적적이지만 필연적으로 양방향의 사랑을 겪지만, 대부분의 사랑은 단방향이다. 이러한 단방향의 사랑은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머무를 수밖에 없다.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는 프랑스 영화 <라빠르망>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강렬한 사랑의 이면에 숨어있는 이러한 차가운 모습을 그려낸 작품이다.
* 아래부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의 도입부는 스릴러의 느낌이 강하다. 극 초반부, 주인공 ‘매튜(조쉬 하트넷 분)’가 결혼을 앞둔 여자친구 ‘레베카(분)’를 속이고 잠깐 마주쳤던 전 여자친구 ‘리사(다이앤 크루거 분)’를 찾기 위해 출장을 포기하면서 이러한 분위기는 시작된다. 작품은 이후 ‘리사’를 찾기 위한 ‘매튜’의 행동들을 그려내는데, 이는 ‘리사’의 이전 남자친구를 스토킹 하는 등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선 행동들이다. 이러한 행동들을 마치 범죄행위를 몰래 따라가는 듯한 방식으로 연출하며, 긴장감을 부여하는 음악을 통해 이러한 분위기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또한 차후 ‘리사’로 밝혀지는 ‘리사’의 친구 ‘알렉스’가 집에 몰래 들어온 ‘매튜’를 신고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집에서 재우며, 이를 ‘리사’에게 숨기는 등의 의심스러운 행동들은 이러한 긴장감을 배가한다.
2. 하지만, 이렇게 스릴러의 느낌이 강했던 작품은 도입부를 지나 등장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각자의 강렬한 사랑이 드러나며 조금씩 분위기가 바뀐다. ‘매튜’와 ‘리사’의 갑작스러운 이별은 ‘매튜’를 몰래 짝사랑했던 ‘알렉스’가 중간에서 그들을 이간질했기 때문이며, 이러한 사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각자의 사랑은 강렬하게 묘사되었기 때문이다. ‘매튜’와 ‘알렉스’의 행동은 올바르지 않았지만, 그러한 행동의 이유가 ‘강렬한 사랑’이라는 점은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이는 서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강하게 느껴지는 등장인물들에 대한 이미지가 급변하도록 한다.
3. 이러한 공감은 사랑이 가진 필연적 이기성에서 비롯된다. 사랑은 기본적으로 단방향이다. 한 사람이 다른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러한 사랑이 반대 방향으로도 향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작품은 이러한 명제에 집중한다. ‘매튜’는 ‘리사’를 사랑하고, ‘리사’는 ‘매튜’를 사랑한다. 그들의 사랑은 양방향으로 향하기 때문의 이상적이다. 하지만, ‘알렉스’의 사랑은 ‘매튜’를 향하고, ‘레베카(제시카 파레 분)’의 사랑도 ‘매튜’를 향한다. ‘루크(매튜 릴라드)’의 사랑은 ‘알렉스’를 향하며, ‘다니엘(크리스토퍼 코신스 분)’의 사랑은 ‘리사’를 향한다. 그들의 사랑은 보답받지 못한다. ‘매튜’와 ‘리사’의 강렬한 사랑 속에서 그들의 사랑은 조연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자신의 사랑이 조연으로 머물렀던 경험을 하였던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일으키며, 그렇기에 등장인물들이 올바르지 않은 행동을 함에도 공감을 자아낸다.
4.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는 사랑이 필연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이기적인 모습을 그려낸 작품이다. 작품은 어쩔 수 없이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이러한 사랑을 강렬하면서도 차갑게 묘사한다. 일반적으로 강렬하고 따뜻하게만 묘사되는 ‘사랑’을 다소 차가운 시선으로 그려낸 이 작품은 역설적으로 그로 인해 많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특별한 로맨스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