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단 드미 <스탑 메이킹 센스(1984)> 리뷰
0. <스탑 메이킹 센스>는 미국의 전설적인 밴드 ‘토킹 헤즈’의 공연을 촬영한 콘서트 영화이다. ‘토킹 헤즈’는 미국 록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된 전설적인 뉴웨이브, 포스트 펑크 밴드로서, 본 작품은 1984년 그들의 공연을 촬영한 작품이다. 본 작품은 그들의 공연 자체에 초점을 맞춰 관객들을 자연스럽게 공연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작품이다.
* 아래부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스탑 메이킹 센스>의 시작은 보컬인 ‘데이비드 번’이 ‘테이프 하나 틀게요’라는 말과 함께 시작된다. ‘psycho killer’를 테이프에서 나오는 반주와 함께 혼자서 부른 후, 이어서 베이시스트인 ‘티나 웨이머스’가 다음 곡부터 등장하고, 그 다음 곡에는 드러머가, 그 이후에는 기타가 등장하는 방식이다. 영화의 초반부는 이런 식으로 곡이 하나 늘어날 때마다 악기가 하나씩 더 등장하면서 진행된다. 이러한 등장 방식을 통해, 다양한 악기가 등장해 어우러지는 밴드 음악에서 관객에게 소외되는 악기가 없도록 만들며 모든 구성원들이 주인공으로 보일 수 있도록 한다.
2. 공연 내내 보이는 ‘데이비드 번’을 비롯한 ‘토킹 헤즈’ 멤버들의 춤은 그들의 굉장한 음악만큼이나 작품에 빠져들게 하는 요소이다. 정형화된 ‘춤’보다는 날 것의 ‘흔듦’에 가까운 그들의 춤은 기묘한 리듬감을 가진 그들의 노래와 어울려 음악이 시각적으로도 전달되는 느낌을 주며, ‘날 것’의 느낌을 통해 더더욱 일상의 삶과 가까운 느낌을 준다. 이는 작품이 청각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매력을 관객한테 전달하며 1시간 28분에 이르는 공연이 몰입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3. <스탑 메이킹 센스>는 공연 실황 영화지만, 이를 감안하고도 서사가 전혀 없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멤버들의 인터뷰와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 곡 중간중간 관객에게 하는 관습적인 멘트 등이 전혀 없으며, 오로지 공연 자체만으로 88분을 꾸려가기 때문이다. 이는 작품 내내 보이는 ‘토킹 헤즈’의 퍼포먼스가 내내 인상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도입부에서 곡마다 악기를 하나씩 추가하는 부분과, 앞서 언급한 특유의 ‘흔듦’ 등 88분 동안 진행되는 모든 곡에서 내내 다른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러한 변화가 점진적인 수준으로 계속 이어져 갑작스러운 변화에서 느낄 법한 위화감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4.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데이비드 번’이 ‘테이프 하나 틀게요’라고 말하며 공연은 갑작스럽게 시작되지만,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그 물결에 올라타 있었다. <스탑 메이킹 센스>는 ‘토킹 헤즈’에 대해 무지한 관객들도 공연에 빠져들 수 있도록 하는 굉장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