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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더 무비>, 관객들이 스포츠를 즐기는 이유

조셉 코신스키 <F1 더 무비(2025)> 리뷰

by 새시

0. 사람들은 왜 스포츠를 즐기는가? 인간에게 내재된 폭력적 성향이 전쟁으로 분출될 수 없어서 대안으로 기능한다는 이야기도 있고, 종교적인 기능, 육체 발전의 기능 등 다양한 이야기가 언급되기도 한다. 하나 어찌 되었듯 현재 사람들이 스포츠를 즐기는 이유는 ‘재밌어서’이다. 그렇다면 왜 스포츠는 관객에게 재미를 줄까. <F1 더 무비>는 스포츠가 가진 자체의 스릴감과 카타르시스 등을 답변에 포함하면서, '스포츠의 서사’라는 답변을 추가한다.


* 아래부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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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F1 더 무비>에게서 관객들이 가장 기대했던 점은 굉장한 역동성에서 오는 높은 몰입감과 이를 바탕으로 전달되는 카타르시스일 것이다. 작품은 감독의 전작 <탑 건: 매버릭>만큼은 아닐지라도 이러한 기대감을 100% 채워준다. 여기에는 연출과 사운드가 큰 역할을 해주었는데, 대표적으로 두 장면이 이를 잘 보여준다. 먼저, 작중 F1에서 진행되는 3번째 그랑프리인 ‘몬차 그랑프리’에서 선두를 달리던 ‘조슈아(대신 이드리스) 분’의 피트스탑이 이루어지는 장면이 있다. 작품은 코치의 말을 통해 3초 안에 피트스탑이 이루어지면 선두를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해주고, 피트스탑이 이루어지기 직전까지 긴장감을 끌어낸다. 이후, 실제 피트스탑이 이루어지는 장면을 2.9초 동안 정밀하고 순식간에 그려내며 이러한 긴장감을 승화시키며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관객에게 제공한다. 또 다른 장면은 극후반부 ‘아부다비 그랑프리’에서의 ‘소니(브래드 피트 분)’의 마지막 랩인데, 사운드를 전체적으로 죽이고 약간 느릿하게 그려내 마치 물속을 유영하는 것처럼 그려낸 본 장면은 ‘루벤(하비에르 바르뎀 분)’의 대사처럼 ‘소니’가 평생 꿈꾸던 ‘트랙 위에서의 비행’을 관객들도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장면들을 포함해서, 온보드 시점에서 그려지는 레이스 장면들과 이를 받쳐주는 웅장한 사운드를 통해 관객들에게 레이싱의 참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2. 영화는 도입부와 마지막 장면 모두 동일한 질문을 ‘소니’와 관객에게 던진다.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 중요하냐’는 질문이다. 두 장면에서 모두 ‘소니’는 답을 하지 않지만, 작품은 서사 내내 그의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에게 자신만의 답을 하도록 유도한다. 그 답은 레이싱에 대한 ‘열정’ 일 수도 있고, 절정의 순간에 느끼는 ‘자유’ 일 수도 있고, 그러한 순간에 닿고자 하는 ‘꿈’ 일 수도 있으며, 또 다른 무엇인가가 될 수 있다. ‘소니’는 작중 자신만의 답을 찾았다. 작품은 그 답을 관객에게 알려주는 대신, 스스로 자신만의 답을 생각해 보도록 유도한다. 이렇게 관객은 150분에 달하는 여정 속에서 ‘소니’와 함께 답을 찾아가는 주행을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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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F1에 다시 돌아온 ‘소니’는 첫 레이싱 출발 직전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왜 여기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소니’는 이에 대한 답을 자신의 레이싱을 통해 찾아낸다. 트랙 위에서 ‘나는 듯한’ 자유를 느끼고 싶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유를 위해 온갖 경주를 접하고 심지어 택시 운전까지 했던 그의 모습을 생각하면 꽤 의미 있게 다가오는 답변이고, 하나의 서사이다. 이러한 답변은 F1을 관람하는 관객에게도 똑같은 질문이 주어졌을 때 적용될 수 있는 답변이다. 스포츠는 서사를 만들고, 관객은 이를 즐기러 그곳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F1 더 무비>는 이렇게 F1의 존재 의의를, 더 나아가 스포츠의 존재 의의를 전한다.


4. 다만, 영화 자체의 서사 측면에서는 아쉬운 점도 꽤 느껴진다. 이는 비슷한 구조를 가진 감독의 전작 <탑 건: 매버릭>과 비교했을 때 이런 점이 강하게 느껴지는데, 서사의 비중을 최소화하면서도 농밀한 완성도를 가졌던 <탑 건: 매버릭>과 다르게 서사의 비중이 좀 더 높으면서도 완성도가 아쉬웠기 때문이다. 우선적으로, 작중 ‘소니’의 태도 변화가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첫 그랑프리에서 팀의 지시를 거부하여 해를 끼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서, 이후 그랑프리부터는 ‘조슈아’를 비난할 정도로 ‘팀워크’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소니’가 팀에서 절대적 위치를 차지하게 되는 과정도 크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각각의 권위를 가지고 있던 팀원들이 30여 년이나 F1을 떠나 있던 ‘소니’에게 감화되는 부분도 다소 이상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탑 건: 매버릭>에서 ‘매버릭(톰 크루즈 분)’이 보여주는 절대적인 권위는 그가 보여준 업적과 경력이 있기에 와닿지만 온갖 기상천외한 전략이 시행되었을 것인 F1이라는 거대한 판에서 오랜 기간 떠나 있던 ‘소니’가 그러한 권위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 와닿지 않았다. ‘소니’와 ‘조슈아’ 등을 제외한 몇몇 조연 캐릭터도 아쉬웠는데, 어느 순간부터 단순한 빌런의 모습을 보여주는 ‘피터 배닝(토바이어스 멘지스 분)’과 내내 철없는 모습만 보여주는 ‘조슈아’의 매니저이자 사촌인 ‘캐시먼(샘슨 카요 분)’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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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럼에도, <F1 더 무비>는 영화관에서 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레이서의 시점에서 F1 경기를 체험하는 것 같은 쾌감을 제공하는 본 작품은 F1하면 떠오르는 역동성과 더불어 피트스탑 등 F1의 세세한 재미까지 담아냈기 때문이다. 필자도 유튜브로 피트스탑 영상을 찾아보는 것을 보니, 본 작품은 이렇게 작품을 통해 간접적으로 F1을 즐긴 관객들이 실제 F1에도 관심을 갖도록 하는 역할을 굉장히 잘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F1 더 무비>는 우리가 스포츠를 즐기는 이유에 대해 나름대로의 답변을 내놓으면서, 동시에 특유의 매력을 뿜어내는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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