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파크, 멀린 크로싱햄 <월레스와 그로밋:복수의 날개(2024)> 리뷰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모형 등의 형태를 가진 촬영 대상을 1 프레임 단위로 움직여가며 찍어 만드는 애니메이션이다. AI가 실사 영화도 만들어주는 시대에서 정반대의 감성을 보여주는 장르인데, 본 작품 <월레스와 그로밋: 복수의 날개>는 이러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매력을 담아낸 작품임과 동시에 이러한 장르를 통해 AI로 대표되는 현대 기술에 대한 논제를 제시하기도 하는 작품이다.
<월레스와 그로밋: 복수의 날개>는 점토로 빚어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다. 본 작은 특유의 재치 있는 유머들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러한 유머가 클레이의 질감과 어우러져 귀여우면서 엉뚱한 매력을 준다. 다양한 발명품을 활용한 초반부 ‘월레스’의 기상 장면, 수많은 ‘노봇’의 발을 자동차의 바퀴 대신 활용해 달리는 장면 등등 작품 내내 재치 있는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이렇게 아기자기한 작품이지만, 본 작품은 관객에게 '새로운 기술'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작품은 그중에서도 인공지능(AI)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작품에서 ‘노봇’은 신기술의 집약체이다. 스스로 문제점을 찾아 해결하는 기계이기 때문이다. 물론, 인공지능처럼 자체적인 학습 능력이 있다고 나오지는 않았지만 ‘노봇’이 직간접적으로 일으키는 문제는 상당수 현대 사회에서 벌어지는 인공지능에 대한 논쟁과 유사하다. ‘노봇’의 존재는 많은 혁신과 편안함을 가져다주지만, 악인이 이를 활용할 경우 막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가벼운 분위기를 가진 본 작품에서 이러한 문제를 깊게 파고들지는 않는다. 허나 작품은 인공지능, 더 나아가 기술에 대한 논제를 제시한다. 기술은 인간에 의해서 만들어지지만, 그 자체로 선악을 가릴 수는 없다. 다만, 사용하는 사람의 의도를 따를 뿐이다.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가득한 클레이 스톱모션이라는 장르에서 이러한 논제를 제시한다는 점이 상당히 흥미롭기도 하다.
‘월레스’와 그의 강아지 ‘그로밋’에게 벌어지는 소동 내내, ‘그로밋’은 ‘월레스’에게 인간다움을 원한다. ‘그로밋’은 강아지이지만,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가진 존재이다. 그런 그가 ‘월레스’에게 원하는 건 그가 기계를 통해서가 아닌 직접 쓰다듬어주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다움’은 불편한 방식이다. 자신의 힘을 활용해 직접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계를 통해서 하면 이러한 노력이 필요 없다는 점에서, ‘인간다움’은 비효율적인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쓰다듬’이라는 행위의 목적은 단순한 두드림이 아니다. 주체와 객체 사이의 소통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간다움’은 결국 소통이다. 인간은 혼자 살아가는 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언뜻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인간다움’은 삶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윌레스와 그로밋: 복수의 날개>는 아기자기한 매력이 가득한 클레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다. AI가 영화도 만드는 시대에서 한 땀 한 땀 프레임을 만들어내는 클레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굉장히 비효율적인 장르이지만, 그만큼 인간다운 매력이 가득한 장르이기도 하다. 이렇게 최신 기술과 동떨어진 작품은 최신 기술이라는 소재를 통하여 기술에 대한 논제를 제시한다. 작품 후반 ‘그로밋’과 ‘노봇’이 좋은 사이가 되었듯, 기술을 다루는 것은 결국 인간의 몫이다. 어쩌면 기술의 발전만큼 선에 대한 고민이 중요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