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랄리 파르자, <서브스턴스(2024)> 리뷰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서브스턴스>는 젊은 시절 아카데미상까지 수상한 ‘엘리자베스 스파클(데미 무어 분)’이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에어로빅 비디오 촬영에서 배제되고, 이로 인해 잃어버린 젊음에 대한 집착과 자기혐오가 생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작품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브스턴스’라는 약물을 소재로 활용하는데, 이는 대상자의 젊은 시절 클론을 만들어주나 의식을 일주일마다 전환해야만 하는 약물이다. <서브스턴스>는 자기혐오가 생긴 주인공이 이러한 약물을 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서브스턴스>는 카메라를 굉장히 폭력적으로 활용한다. 초반부 가장 시선을 사로잡는 부분은 ‘하비(데니스 퀘이드 분)’가 새우를 씹어먹는 장면일 것이다. 얼굴을 클로즈업해서 새우가 씹히는 것을 화면에 크게 그려낸 것이 상당히 폭력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50세가 넘으면 여성은 끝난다’는 등의 대사를 통해 여성을 성적 매력을 제공하는 도구로만 생각하는 ‘하비’의 얼굴이 자주 클로즈업되기도 하는 등 공격적인 상황에서 클로즈업을 굉장히 많이 사용한다.
영화는 다른 방식으로도 폭력적이게 카메라를 사용한다. 주인공들을 비롯해 다양한 여성들의 엉덩이와 가슴을 부각하는 등 성적으로 상당히 자극적인 느낌을 주도록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선은 작품 속 대중 및 권력자의 시선과 같다. 방송사 중역이자 본 작품에서 가장 큰 권력을 행사하는 ‘하비’가 대놓고 여성의 성적 가치를 논하는 부분이 대표적이다. 영화는 마치 관객에게도 성적 자극을 주겠다는 듯 집요하게 카메라를 성적으로 활용하는데, 이를 통해 영화는 관객에게 ‘하비’ 등 작중 악역들의 시선을 경험하도록 하여 역설적으로 죄책감을 제공하기도 한다.
앞에서 언급한 ‘하비’가 새우를 먹는 장면을 비롯해, 영화에서는 육식을 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작품에서 육식은 굉장히 폭력적으로 묘사된다. 이러한 강렬한 묘사는 주인공 ‘엘리자베스 스파클’의 원형이 생명력을 잃은 부분과 매치된다. ‘서브스턴스’로 인해 만들어진 그의 젊은 클론 ‘수(마거릿 퀄리 분)’가 대중의 폭력적인 시선을 만족시키기 위해 또 다른 자기 자신의 생명력을 빼앗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엘리자베스’가 깨어있을 때 폭식을 하는 부분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수’에게 빼앗긴 생명력을 갈구한다는 은유로 읽힌다. 동시에, 살코기를 다 먹히고 뼈 혹은 껍질만 남은 고기들은 생명력을 빼앗긴 ‘엘리자베스’와 매치된다.
작품은 이러한 폭력이 다양한 형태로 사회에 존재함을 말한다. 성적 매력만을 강조하는 대중들의 시선은 간접적인 폭력이다. 앞에서 언급하였듯, ‘엘라자베스’는 성적 매력을 갈구하는 타인의 시선에 의해 자기혐오가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선이 타인에 의한 간접적인 폭력이라면, 자기혐오는 자신에 대한 직접적인 폭력이다. 대중들의 시선을 갈구하는 ‘수’ 혹은 ‘엘리자베스’는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기 자신을 소모하였기 때문이다.
<서브스턴스>는 자기혐오에 대한 영화이다. 작품은 이러한 자기혐오를 소름 끼치도록 잔인하게 그려내지만, 이러한 자기혐오가 개인만의 책임은 아니라고 말한다. 앞에서 언급하였듯, 성적으로 폭력적인 카메라와 ‘하비’ 등의 존재가 대표적이다. 오스카상까지 수상한 ‘엘리자베스 스파클’이라는 작중 대배우를 성적 매력만을 제공하는 존재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극후반부, ‘몬스트로 엘리자수(MONSTRO ELISASUE)’파트는 그가 가진 자기혐오의 책임이 개인적인 원인만이 있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초반부 오디션 장면에서 한 후보자를 평가하며 ‘코 대신 가슴이 달려있는 게 낫겠다’는 심사위원의 대사처럼 얼굴에서 유방이 나오는 것으로 시작해서, 잘린 신체 부위에서 나오는 피가 분수처럼 솟아 나와 쇼를 관람하는 관중들에게까지 흩뿌려지기 때문이다. 폭력으로 인해 흐르는 피에 대한 책임이 이러한 폭력적인 시선에도 있음을 말해줌과 동시에, 그러한 시선으로 주인공을 바라보았던 관객에게도 책임감을 느끼도록 하는 장면이다.
<서브스턴스>는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굉장한 작품이다. 굉장히 폭력적이고, 굉장히 자극적이면서도 관객에게 공감과 죄책감 등 많은 감정을 느끼도록 하기 때문이다. 다만, 후반부는 다소 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카메라를 통해 관객에게 자극을 제공하면서 이를 통해 죄책감을 느끼도록 하는 각본과 연출은 굉장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