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퍼스트 라이드>, 순수한 우정을 게으른 각본에 담으니

남대중 <퍼스트 라이드(2025)> 리뷰

by 새시

0. 여행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네 친구들이 있다. 고등학교 졸업 직후 뉴질랜드 이민이 예정된 한 친구와 함께 마지막 시간을 보내기 위하여 그들은 태국 여행을 계획하지만, 약간의 문제가 발생해 여행을 가지 못하고 그 친구를 떠나보낸다. 10여 년이 흐르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남은 세 친구는 다시금 여행을 계획한다. <퍼스트 라이드>는 이러한 여행에서 일어나는 다사다난한 일을 다루는, 그렇지만 상당히 아쉽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 아래부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퍼스트 라이드>는 30대 초반이라는 애매한 시기를 보내는 청년들의 우정을 다룬 작품이다. 이러한 부분은 나름 인상적이다. 사회로 발을 내딛었지만 이룬 것이 없는, ‘아직’에 묶여있는 시기를 다루었기 때문이다. 뉴질랜드로 갔다고 언급된 ‘연민(차은우 분)’을 제외한 세 명의 친구 모두 이러한 모습을 보여준다. ‘태정(강하늘 분)’은 국회의원 비서관이지만, 의원 없이는 아직 입지가 거의 없는 인물이며 ‘금복(강영석 분)’은 불교에 귀의하기로 했지만 마음을 아직 완벽히 정하지는 못한 인물이다. 마지막으로 ‘도진(김영광 분)’은 10여 년 간 정신질환을 앓으며 아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인물이다. 영화는 이들이 서있는 이러한 애매한 위치를 함께 이겨내는 모습을 그려내며 30대 초라는 시기를 보내는 이들이 가진 순수한 우정을 그려내고 있다.


2. 동시에, 코미디 영화로서 본 작품은 나름대로의 웃음을 제공한다. 영사관 직원과 국회의원 단식을 활용한 유머와 '금복'을 활용한 유머 등 여러 장면은 나름대로 많은 관객에게 웃도록 한다. 하지만, 이러한 웃음이 전체적인 흐름에서 오는 것이 아닌, 마치 쇼츠 영상을 보는 것에서 오는 웃음과 비슷하다는 점은 아쉽게 느껴진다. 이렇듯 개인기와 양으로 승부하는 휘발성 강한 코미디로 극 대부분이 구성되었다는 점은 긴 호흡을 가진 콘텐츠인 ‘영화’로서 아쉬운 요소라고 할 수 있다.



3. 본 작품에서 최악인 점은 작품이 다루는 소재에 대한 몰이해다. 작품의 서사를 이끌어가는 주 소재는 ‘도진’의 트라우마로 인해 발생한 정신 질환이다. 쉽게 소비해서는 안될 이러한 소재를 작품은 심지어 아주 가볍게 다루면서, 동시에 제대로 다루지도 못한다. 절대 금주해야할 ‘도진’이 퇴원 직후에 친구들과 함께 술을 먹는 장면에서부터 이러한 몰이해가 강하게 느껴졌는데, ‘약을 의도적으로 안 먹어서 이상한 행동을 한다’는 소재를 유희거리로 삼은 부분은 이 영화의 각본이 정말로 2025년에 쓰여진 것이 맞는가하는 의심과 동시에 약을 꾸준히 먹으며 일상을 영위해가는 많은 이들에 대한 모욕을 모두 느끼게 하는 장면이었다. 백번 양보해서,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자조적인 해학으로 받아들이려 해도 정신 질환에 대한 이해가 전무하다는 점은 이러한 해석 자체를 불가능하게 한다. 그렇게 때문에 본 작품의 각본은 정말 게으른 각본이며, 영화가 갖는 진심과 설득력을 모두 앗아가는 최악의 각본이다.


4. 이러한 시선을 제해도, 본 작품의 각본은 굉장히 산만하다. 주 소재인 EDM과 태국 여행 모두 꽤 뜬금 없이 등장하는데, 영화 전체에서 이러한 소재가 선택되어야하는 이유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이보다 더 아쉬운 부분은 갑작스러운 장기 매매 일당에 의한 납치인데, 해당 장면은 앞서 약간의 복선이 주어졌음에도 영화 전체적인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아 황당하게까지 느껴진다. 이러한 부분은 앞서 언급한 정신질환에 대한 몰이해와 함께 ‘도진’이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장면의 감동을 상당수 반감시킨다. 서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반전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반전이지만, 나름 나쁘지 않게 다가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각본이 갖는 산만함으로 인해 감동을 전달하지 못 했다는 점이 상당히 아쉽게 다가온다.


5. <퍼스트 라이드>는 상당히 아쉬운 영화다. 분명 나름대로 감동을 줄 수 있는 반전을 잘 담아냈고, 웃긴 장면이 상당수 있는 작품이었지만 작품이 다루는 소재에 대한 심각한 몰이해와 산만한 각본이 이러한 장점을 퇴색시킨다. 특히, 작품의 주 소재인 정신 질환에 대한 몰이해는 작품의 각본이 ‘나쁜 각본’이라는 생각까지 들게하는 아쉬운 부분이며, 직전 개봉한 <세계의 주인>이 보여주는 세심한 시선과 극과 극으로 비교되는 부분이다. 영화에 참여한 많은 이들의 노고를 생각한다면 지양해야하는 말이지만, 본 작품이 흥행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