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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드 : 포 굿>, 영원한 우정을 노래하지만 산만해

존 추 <위키드 : 포 굿(2025)> 리뷰

by 새시

0. <위키드 : 포 굿>의 전편인 <위키드>는 ‘Defying Gravity’라는 굉장한 스코어로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이어지는 2부에 대한 기대감을 극도로 끌어올렸다. 하나 본 작품 <위키드 : 포 굿>은, 나름대로의 장점을 가진 작품이지만, 원작 뮤지컬도 2부가 아쉬운 평가를 받는 것처럼 전편에서 비롯된 기대감을 충족시키지는 못하는 작품이다.

*아래부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본 작품의 부제 ‘포 굿(For good)’은 기본적으로 ‘영원히’라는 의미로 해석되지만, ‘선을 위해’라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두 주인공 ‘엘파바(신시아 에리보 분)’와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 분)’는 모두 각자의 ‘선’을 위해 행동하지만, 동시에 이로 인한 자신의 한계를 느끼는 캐릭터이다. ‘엘파바’는 공동체의 선을 위해 활동한다. 그가 추구하는 선은 동물들에게서 언어를 빼앗아 노예로만 활용하려는 ‘오즈(제프 골드블룸 분)’와 ‘마담 모리블(양자경 분)’에 대항하여 모두가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모두를 위해 고통을 감수하는 ‘엘파바’는 결국 한계를 느낀다. 이에 반해, ‘글린다’는 자신의 선을 위해 활동하는 인물이다. 현실과 타협하고, 작품의 악역인 ‘오즈’와 ‘마담 모리블’에 협조하여 세상 이들에게 행복을 주려고 한다. 하지만, 결국 ‘글린다’는 본인의 모습이 자신만의 선을 위하고 있음을 깨닫고 죄책감을 느낀다.

2. 자신의 모습에서 한계를 느낀 그들이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은 서로 뿐이다. ‘엘파바’는 ‘글린다’에게 책임을 전달한 후 자신의 행복을 찾아 떠나고, ‘글린다’는 ‘엘파바’의 뜻을 이어받아 ‘오즈’를 바꾼다. 작품 초반에 각자가 추구하던 모습이 서로 바뀐 것이다. 일련의 과정을 구성하는 디테일은 다소 부족한 면이 있어 작품 서사의 설득력을 다소 떨어지게 느끼도록 하지만, 선을 추구하는 길을 각각 다른 방식으로 걷던 두 주인공이 서로에게 물들어 각자의 꿈을 이루어주는 부분은 나름 감동스럽게 다가온다.

3. 각자의 생각을 맘껏 표현하던 전편과 다르게, 주인공들의 삶은 연기로 가득 차 있다. 이는 전편과 비교했을 때 꽤나 큰 변화로 느껴진다. 이는 내내 발산하는 감정들로 가득 차 있던 전편과 다르게 그들이 내내 감정을 드러내지 않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둘이 감정을 분출하며 소위 ‘개싸움’을 하는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다가온다.


4. 전편과 다르게 인물들의 감정이 수렴함에 따라, 다양하게 발산하던 전편의 이야기와는 다르게 본 작품의 이야기는 하나로 수렴하는 구조로 그려진다. 하나, 이러한 수렴하는 이야기는 작품의 다소 유치한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다. 전 편 <위키드>의 통통 튄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발산하는 이야기는 세계관의 다소 유치한 분위기랑 놀랄만큼 잘 어울려 특유의 매력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전편에서 발산한 이야기는 결국 다시 수렴해야하고, 이러한 과정은 자연스레 인물들의 더욱 깊은 감정이 드러나도록 한다. 감정이 깊어진 것에 비해 세계관은 유치한 분위기가 지속되는데, 이는 영화의 이야기를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지게 하며 등장인물들의 행동에 몰입할 수 없게 한다. 이로 인해, 개별 장면은 나름 괜찮음에도 유기적으로 이어지지 않아 휘발성이 강하게 느껴진다.


5. 악역들의 매력도 아쉽다. 이야기를 끝내기 위함인지 악역들의 심리 묘사와 행동 동기가 명확히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다. ‘오즈’는 다소 입체성이 느껴지는 캐릭터이다. ‘엘파바’에게 호되게 당한 이후 보여지는 그의 무기력에서 느껴지는 그의 고뇌가 이를 보여주는데, 이는 그가 생각하는 나름의 이상이 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하나, 이러한 모습이 크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마담 모리블’은 더 아쉬운 인물인데, 동기도 크게 보이지 않는 것과 더불어 ‘글린다’와의 정치 싸움에서 무기력하게 패배할 정도로 능력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6. 동시에, ‘오즈의 마법사’의 내용과 캐릭터들도 너무 억지로 들어간 느낌이 든다. 원작이 ‘오즈의 마법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에 대한 부분이 들어가야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일이겠지만, 다소 작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겁쟁이 사자’와 ‘양철 나무꾼’의 존재는 ‘엘파바’의 삶을 과하게 피폐하게 만드는 존재여서 가학적으로도까지 느껴지기도 하였다.

7. 다만, 작품이 진행되는 내내 보여지는 비주얼은 이러한 단점을 상쇄하여 보는 재미를 전달한다. 총천연색을 ‘악’에 대응시켜 긍정적인 이질감을 전달하는 점도 인상적이었으며, 특유의 유치함과 나름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다만 이러한 비주얼과 유치함이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씁쓸한 결말과 어울리지 않은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8. <위키드 : 포 굿>은 여러모로 꽤 인상적이었던 전편에 비해 꽤나 아쉽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스코어도 전작만큼의 매력이 없으며, 분위기와 서사가 어울리지 않아 뚝뚝 끊어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다만 아예 아무 재미도 느낄 수 없는 작품은 아니며, 전편에 비해 아쉽지만 비주얼과 캐릭터 등에서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어 보는 재미는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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