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러드 부시, 바이런 하워드 <주토피아 2(2025)> 리뷰
0. <주토피아>는 동물들의 도시라는 다소 흔한 설정을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디테일한 세계관, 동시에 흥미로운 서사를 통해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매력적인 작품이다. 이러한 인기에도 <주토피아> 시리즈의 후속작은 오랫동안 소식이 없었고, 9년이 지난 지금에야 후속작이 등장하였다. 이렇게 나온 <주토피아 2>는 전작의 매력적인 캐릭터와 세계관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동시에 ‘관계’와 ‘혐오’에 대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좋은 작품이다.
* 아래부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주토피아 2>는 ‘차별’과 ‘역차별’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다루었던 전작에 비해 ‘개인’에 비교적 가까워진 주제 의식을 보여준다. 이러한 주제 의식이 가리키고 있는 소재는 ‘관계’인데, 작품은 ‘닉(제이슨 베이트 분)’과 ‘주디(지니퍼 굿윈 분)’이라는 매력 넘치는 두 주인공과 그들이 사는 세계를 통해 이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전편의 이야기에서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주었던, 완벽한 파트너일 것만 같은 ‘닉’과 ‘주디’의 관계도 흔들린다. 이러한 균열의 이유는 ‘대화의 부재’이다. ‘주디’는 대의를 향한 과한 열정으로 그들을 위기로 몰아넣기도 하고, ‘닉’은 ‘주디’에 대한 걱정으로 대의를 뒤로 미루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은 이러한 서로의 모습에 실망하지만, 결국 그들은 자신의 진심을 서로에게 전하며 관계를 회복한다.
2. 이러한 ‘대화의 부재’는 개개인의 문제를 넘어선다. 작품은 ‘뱀’이라는 새로운 동물을 등장시켜 이러한 논의를 사회적 범위로 확장한다. ‘주토피아’의 실제 설계자인 ‘아그네스 스네이크’가 모함을 받고 자신의 명예를 모두 잃은 채 ‘주토피아’에서 내쫓긴 이후부터, 혐오의 대상이 된 ‘뱀’은 혐오가 오해와 무지로 인해 생기는 것임을 보여주는 존재이다. 작품은 이러한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역시나 ‘대화’를 제시한다. ‘닉’과 ‘주디’의 진심이 마음에 묻혀서 드러나지 않아 다투고, ‘주토피아’의 진실을 담고 있는 특허증이 눈에 묻혀서 드러나지 않아 오해와 혐오를 만들었듯, 진심과 진실이 드러나면 이러한 혐오는 멈출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작품은 혐오를 항상 경계하고, 드러나지 않은 진실이 있는지 경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3. 앞에서 살짝 언급하였듯, 작품의 매력적인 캐릭터들은 이러한 이야기를 영리하게 이끌어간다. 이는 주연과 조연 모두에게 해당되지만, 그중에서도 두 주인공인 ‘닉’과 ‘주디’는 상반된 성격을 지녔음에도 각자의 매력을 조화롭게 보여주는 굉장한 캐릭터들이다. ‘닉’은 초반부 본인의 농담 섞인 대사로 자신의 과거 트라우마로 인해 가벼운 모습을 지니고 있음을 말할 정도로 능청맞은 캐릭터이다. 이에 반해, ‘주디’는 ‘토끼’라는 약한 동물이 가지고 있는 약한 동물이라는 편견을 이겨내려는 마음에서 비롯된 과한 의욕을 가진 캐릭터이다. 이렇게 각자의 문제점을 가진 그들이지만, 서로룰 위하는 강한 마음을 통해 이를 이겨낸다. 내내 많은 회피를 보여주던 ‘닉’은 결국 자신의 마음을 피하지 않고 ‘주디’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고, ‘주디’는 강한 자신감 속에 숨어있는 자신의 불안을 인정하고 ‘닉’이 이러한 불안을 잠재워주는 소중한 존재라고 고백한다. 이러한 그들의 서로 얽힌 성장담은 ‘파트너십’이라는 본작의 주 소재를 매력적으로 그려냄과 동시에 서로의 캐릭터성을 배가시켜 더욱 큰 매력을 뿜어내도록 만든다.
4. 주연들 외에도, 작품에 등장하는 조연들을 비롯해 작품이 보여주는 캐릭터들의 매력도 뛰어나다. 작품 서사의 시작점인 ‘게리(키호이콴 분)’는 ‘뱀’이라는 종족이 100여 년 간의 오해를 받아 ‘주토피아’에서 혐오를 받았음에도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는 매력적인 캐릭터이며, 동시에 변온동물이라는 특징을 활용해 후반부 ‘포버트(앤디 샘버그 분)’의 배신으로 죽을 위기에 처한 ‘주디’와의 ‘포옹’으로 이용한 굉장히 따뜻한 장면을 만들어내는 캐릭터이다. ‘니블스(포춘 페임스터 분)’는 가벼워 보이지만 깊은 심성과 생각을 가진 캐릭터라는 반전 매력을 품고 있음과 동시에 만능 해결사의 역할을 함으로써 극의 진행을 수월하게 만들어주는 멋진 역할을 하는 캐릭터이다. 작품의 최종 빌런인 ‘포버트’는 그릇된 성장 환경 속에서 유일한 양심 같은 모습을 보이다가 갑작스럽게 배신을 통해 관객에게 큰 충격을 전하는 캐릭터이다. ‘포버트’는 분명 다른 ‘링슬리’ 가족들과는 다른 성격을 마음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릇된 인정 욕구로 인해 빌런이 되는 모습을 통해 약간은 마음 쓰이는 캐릭터인데, 이를 통해 꽤나 인상적인 빌런의 역할을 수행했음을 보여준다.
5. <주토피아 2>는 모두가 가질 수밖에 없는 ‘관계’라는 소재를 통해 개개인에 가까운 이야기를 하면서도, ‘혐오’라는 사회적인 문제까지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품이다. 동시에 앞에서 언급한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세세한 동물들의 디테일한 특징들을 담아낸 역시나 매력적인 세계관을 통해 관객들에게 내내 즐거움을 주는 좋은 작품이다.